한의계 "의사 초음파 오진사례 多"…판결폄훼 '내로남불' 반격

기사내용 요약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합법 판결
"오진운운하며 판결 폄훼·왜곡은 '내로남불'"
"국민건강 위해 진단기기 적극 활용 준비"

[서울=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2일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앉아있다. (사진=대법원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합법 판결을 둘러싼 의료계 내부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의계가 "한의사의 초음파 오진 사례를 운운하는 것은 의사들의 '내로남불' 행태"라고 반격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22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8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진료하는 것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오자 대한의사협회, 대한영상의학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대한피부과학회 등 의료 관련 학회와 단체들은 "한의사의 초음파 오진 가능성이 있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며 대법원 판결에 반대하는 릴레이 성명을 잇따라 내고 있다. 의료계 내부의 후폭풍이 거세자 한의계가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4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판결을 내린 지난달 22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법상 자격을 갖춘 한의사가 진단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현대 과학기술 발전의 산물인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행위에 대해 의료법 위반죄의 형사책임을 지울 수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의협은 "대법원이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무면허 의료행위 해당 여부에 관해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고, 관련 법령에서 한의사에게 명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지 않은 동시에 본질이 진단용인 의료기기에 대한 한의사의 사용은 합법이라고 명확히 밝혔다"고 덧붙였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제도·인식의 변화 등을 고려한 새로운 판단기준이 나왔다는 것이다.

한의계는 한의사의 오진 가능성을 운운하며 판결을 폄훼·왜곡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것은 의료법 위반이 아닌, 합법적인 의료행위’임을 명료하게 밝힌 것이라는 이유다.

합의협은 "판결에 대한 악의적인 폄훼와 왜곡이 의료계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면서 "이 중 제일 심각한 것은 ‘오진’ 운운하면서 마치 한의사들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진료에 활용하면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크나큰 위해라도 끼칠 듯이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합법’이라는 내용 이외에 대법원의 다른 부가적인 판결이나 결정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오진이 우려된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이 한의사들의 오진에도 면죄부를 준 것처럼 국민을 속이려 하고 있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애써 훼손하고 깎아내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특히,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오진’에 대해서도 판결문을 통해 '전체 의사 중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제외하고, 초음파 진단기기의 사용에 관한 전문성 또는 오진 가능성과 관련해 숙련도와 무관하게 유독 한의사에 대해서만 이를 부정적으로 볼 만한 유의미한 통계적 근거를 찾을 수 없고, 한의사에 한해 일률적으로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없는 해석'이라고 명확히 적시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대한의사협회·대한방사선사협회·대한임상병리사협회가 주최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 합법 판결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3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의사 A씨가 부인과 증상을 호소하던 환자에게 총 68회에 거쳐 초음파 기기를 사용해 환자의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쳐 피해를 입혔지만 대법원이 의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A씨에 대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한 것에 대해 국민 생명과 건강을 파괴하는 무책임한 판결이라며 이를 규탄했다. 2022.12.26. mangusta@newsis.com

한의계는 또 의사들의 초음파 오진 사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면서 '내로남불'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포털사이트에서 ‘초음파 오진사례’로 검색하면 의사가 유방 멍울을 염증으로 진단했는데 9달 뒤 유방암 진단을 받은 사례, 방광암을 방광염으로 오진한 사례 등 의사들의 의료사고, 의료분쟁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한의사의 오진이 우려스럽다는 ‘내로남불’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현대 과학기술 발전의 산물’은 의료계의 전유물이 아니고, 인류에 이롭게 활용될 수 있다면 누구든지 사용에 제한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히포크라테스나 허준 선생이 이 시대에 환생한다면 당연히 초음파를 비롯한 다양한 ‘현대 과학기술 발전의 산물’을 적극 활용해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했을 것"이라면서 "전향적인 생각의 전환이 촉구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한의사들은 오로지 국민의 건강증진과 생명보호를 위해 초음파 진단기기를 비롯한 현대 진단기기 활용에 적극 나설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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