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돈이 전부? 자기 돈 내고 옮겨간 페레스의 이상한 이적
오광춘 기자 2023. 1. 4. 16:18
세상에는 괴짜들이 있습니다. 스페인 공격수 루카스 페레스(35)도 그중 하나입니다. 상식에 비춰서 납득이 안 되는 결정을 내렸으니까요. 자기 돈으로 이적료의 절반을 내고서, 1부리그를 떠나 두 단계 아래인 3부리그 팀으로 떠났습니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페레스는 1월 겨울 이적 시장이 열리자마자 카디스를 떠나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로 이적했습니다. 이적료는 100만 유로, 그중에서 50만 유로(6억 7000만원)를 스스로가 부담했습니다. 돈을 받고 떠나도 모자랄 판에 손해를 감수하면서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이적은 더 나은 조건, 더 나은 목표를 위한 행보로 받아들여지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입니다. 카디스는 19위에 머물러 있지만 그래도 라 리가에 속해 있습니다. 한때 잘 나가던 데포르티보는 지금은 초라한 3부리그 팀입니다. 더구나 페레스는 올 시즌 카디스에서 가장 많은 골(4골)을 넣은 선수였습니다.
그럼에도 이적을 선택했습니다. 카디스가 못마땅해서 떠난 게 아닙니다. 스스로 데포르티보의 2부 승격을 이끌기 위한 선택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데포르티보의 재정이 여의치 않자 자비로 이적료를 부담하기까지 했습니다. 데포르티보는 페레스의 축구인생을 열어준 고향 팀입니다. 2000년 스페인 라 리가 우승컵을 들기도 했고, 스페인 국왕컵도 두 번(1994~1995시즌, 2001~2002시즌) 차지했던 축구팀입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서 하위권으로 처지더니 2013년 여름엔 재정난으로 한때 파산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1부 승격과 강등을 오가다 2018년 강등된 뒤로는 내리막길을 걸었고, 3부리그까지 떨어졌습니다.
페레스는 2016년 여름 데포르티보를 떠나 아스널로 이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아스널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하다 여러 팀을 전전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데포르티보를 선택했습니다. 고향 팀을 살려보겠다는 희망을 품고서. 데포르티보는 올 시즌 3부리그에서 4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괴짜의 꿈은 이뤄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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