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날까지 열심히 연기"…'영웅' 나문희, 82세에도 꺾이지 않는 마음(종합)[인터뷰]
[OSEN=김보라 기자] “내가 사는 날까지 열심히 연기 하고 싶다.”
배우 나문희(82)는 4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저는 연기가 좋아서 지금 이 순간까지 하고 있다. 관객이나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는 그 날까지 열심히 임하려고 한다”라며 이같이 연기를 향한 마음을 밝혔다.
이어 나문희는 “제가 올해 83살인데 할머니들이 주저앉아 있기보다 일을 더 하셨으면 좋겠다. 70세가 넘었다고 경로석에 앉지 말고, 생각을 하셔서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이라고 덧붙였다.
나문희가 출연한 ‘영웅’(감독 윤제균, 제공배급 CJ ENM, 제작 JK필름, 공동제작 에이콤·CJ ENM)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뮤지컬영화.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를 연기한 나문희는 피아노를 전공한 큰 딸에게 노래 레슨을 받아 생애 첫 뮤지컬영화를 완성했다. 나문희는 이 작품에 출연을 결정한 계기로 “윤제균 감독”을 꼽았다.
“윤제균 감독님이 제작한 영화 ‘하모니’에 출연했었다. 출연 제안을 받고 걱정했는데 내가 잘할 수 있으니까 감독님이 시켰겠지 싶더라. 출연을 결정한 뒤에는 조마리아 여사에 대해 찾아봤는데 정말 대단한 분이다.”
이어 나문희는 “어떻게 그렇게 자신의 아들을 희생시킬 수 있었는지,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제 마음이 먹먹하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삼켰다.
나문희는 지난 1961년 성우로 데뷔해 올해 활동 62주년을 맞이했다. 연극부터 영화까지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지만 뮤지컬영화는 이번이 처음. 맡은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노래 레슨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큰 딸이 피아노를 전공했다. 제가 돈을 주고 레슨을 받았다.(웃음) 딸이 제게 ‘호흡이 좋다’고 하더라. 제가 악극을 할 때는 연습을 별로 안 했었는데 ‘영웅’, ‘뜨거운 싱어즈’를 할 때는 부지런히 레슨을 받았다”고 밝혔다.
“나같이 늙으면 고생한 것에 대한 생각은 안 난다. 재촬영이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다시 촬영을 하면서 좋았다. 먼저 촬영했던 형무소 신은 제가 보기에도 마음에 들게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본편에 나오지 않고 편집됐어도 그 장면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물론 거기까지 했는데 재촬영을 한다고 해서 힘들었지만…(웃음) 사실 다시 집중해서 그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은 힘들다. 그 순간이 지나면 만들어냈던 인물을 다시 해내는 게 쉽지는 않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노력한 나문희는 어느새 여든 세가 넘었지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일이 늘 즐겁다고 말한다. “지난해 처음으로 틱톡을 해봤다. 일주일에 한 번 젊은 사람들과 만나는데 그게 재미있더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특별히 바라는 건 없지만 내가 몸이 굳어지는 게 싫은데 항상 움직이고 있다는 건 좋다. 저는 무거운 내용보다 가벼운 게 너무 좋다”고 밝은 에너지를 드러냈다.
나문희는 2005년 대종상영화제 여우조연상을 시작으로 2007년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차지했다.
이후 영화 ‘아이 캔 스피크’로 흥행과 호평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나문희는 17회 디렉터스 컷 올해의 여자배우상, 37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 3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54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 55회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그녀는 연기 비법에 대해 “예를 들어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고 입어봤을 때 마음에 안 들기도 하지 않나. 연기도 마찬가지다. 대본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데 자꾸 들여다보고 반복해서 준비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되더라”고 밝혔다.
올해 그녀의 소망은 건강. “제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건강을 유지해서 같이 작품을 하는 다른 분들에게 폐를 안 끼쳤으면 좋겠다. 나만 잘하면 될 거 같다”고 했다. 나문희는 “우리 영감이 살아있는데 저와 같이 잘 살면서 마음으로 나를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소녀처럼 부끄럽게 웃었다.
건강 관리에 대해서는 “(하루) 20분씩 자전거를 탄다. 하체 건강이 굉장히 중요한 거 같다. 자전거를 타고, 스트레칭을 한다”고 비법을 밝혔다.
예능 출연에 대한 계획은 또 없느냐는 물음에 “잘하는 분들이 많아서 부담감이 크다. 그래서 웬만하면 안 하려고 한다. 내가 잘하는 분들 사이에 끼어들어서 잘할 수가 없더라.(웃음) 근데 김영옥 씨는 잘한다”고 대답했다.
나문희는 다양한 영화제에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에도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영화 ‘레슬러’(2018) ‘감쪽같은 그녀’(2019) ‘정직한 후보’(2020~2022) ‘오! 문희’(2020) ‘룸 쉐어링’(2022), 드라마 ‘나빌레라’(2021), 예능 ‘진격의 할매’(2022) ‘뜨거운 씽어즈’(2022) 등이 그렇다.
나문희의 활동 원천은 닳지 않는 연기 열정이다. “지금도 저는 쉬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이 제일 행복하다”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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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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