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욕구 절정 다다른 5분… 칫솔·냉수 가까이, 커피 멀리

정심교 기자 2023. 1. 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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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건강 설계 전략] ② 성공률 높은 금연법

[편집자주] [편집자주] 한번 입맛을 들이면 헤어 나오기 힘든 악마의 유혹 중 하나가 '담배'다. 흡연이 건강에 백해무익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끊어보겠다는 의지만으로는 금연 목표가 수일 내에 물거품이 되기에 십상이다. 의학적으로 성공률 높은 금연법을 참고로 새해 금연 전략을 '리셋'하는 건 어떨까. 본지는 한국인의 대표적인 건강 소망인 ▶다이어트 ▶금연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 '3대 만성질환'의 극복을 위해 각 분야 전문의의 조언을 참고로 새해 건강 설계 전략을 5회 연속 제시한다. 그 두 번째로 '성공률 높은 금연법'을 알아본다.

금연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단계별 전략이 있다. 우선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결심했다면 바로 '금연 시작일'부터 잡아야 한다. 금연 생각이 들면 그날부터 2주 이내에 금연 시작일을 설정해야 성공률을 높인다. 금연 시작일을 잡았다면 금연 시작일 하루 전날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담배·라이터·재떨이 같은 흡연 관련 물품을 버리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우는 것이다. 흡연 욕구를 높일 수 있는 술자리나 회식 자리는 가능하다면 피하는 게 좋다.

금연을 시작한 후 가장 힘든 시기는 첫 3일이다. 이 시기에 금단 증상이 최고조에 달하기 때문이다. 가천대 길병원 금연클리닉 고기동(가정의학과) 교수는 "금단 증상은 니코틴에 중독된 뇌에 니코틴이 갑자기 공급되지 않으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체내 들어온 니코틴은 금방 배출되는데, 니코틴의 체내 농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뇌에서는 '니코틴을 더 공급해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흡연자는 니코틴 부족 사태에 대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다시 담배를 찾게 된다. 이때 흡연하면 니코틴이 공급돼 스트레스가 일시 해소되는 듯하다. 하지만 뇌는 니코틴에 이미 중독된 만큼 니코틴 농도가 조금만 낮아져도 다시 니코틴 공급을 요구하는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러면 재차 담배를 찾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니코틴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생기는 금단 증상으로는 집중이 잘 안되고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소화장애·어지럼증·불면증·우울감·두통·기침이 동반되거나 배가 심하게 고픈 증상이 있다. 또는 기관지 등에 쌓여 있던 유해 물질인 타르가 배출되면서 일시적으로 기침·가래가 잦아질 수도 있다. 고 교수는 "이 같은 금단 증상은 알고 보면 몸속 산소 농도가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몸이 건강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금단 증상 심할 때 약물 병용하면 성공률 2배↑
금단 증상은 처음 나타난 후 짧으면 3일, 길어도 한 달 안에 사라진다. 이때 흡연 욕구는 대부분 5분 이내 절정에 이르렀다가 사라진다. 따라서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 5분간 양치질하거나 심호흡하고, 냉수나 오렌지주스를 마시면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된다. 니코틴 껌을 씹거나 목캔디를 녹여 먹는 것도 니코틴에 대한 갈망을 지우는 좋은 방법이다. 단, 니코틴 의존도가 높을수록 금단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백유진(대한금연학회장) 교수는 "금단 증상이 심하면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금연이 어려울 수 있어 금연클리닉을 방문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약물치료를 받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약물요법으로는 파스, 껌, 정제(빨아 녹여 먹는 알약) 등 형태로 니코틴을 보충해주는 방법이 있다. 니코틴 파스는 하루 한 번 붙이는 방식으로, 피부 발진의 부작용이 없다면 12주 동안 양을 줄여가며 매일 붙여야 한다. 껌은 수시로 씹어야 하고 정제 역시 하루에 여러 번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박훈기 교수는 "그래도 이렇게 니코틴 보충 약을 사용하면 마음만으로 금연을 시도했을 때보다 금연 성공률이 2배 올라간다"고 언급했다. 니코틴 성분과 다른 종류인 부프로피온 성분의 약도 있다. 이 약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안정화해 담배를 끊고 나서 생기는 정서적 변화를 줄여준다. 대개는 금연 후 2~3개월 동안 하루 2번 복용하며, 이 경우 금연 성공률이 2배가량 증가한다.

'최대 3년' 갈망의 시기, 실수 줄이는 게 관건
금단 증상이 사라진 후 금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시기를 '갈망의 시기'라고 부른다. 금단 증상이 한 달 안에 사라지는 것과 달리, 갈망의 시기는 길게는 3년까지 지속한다. 서울아산병원 금연클리닉 조홍준(가정의학과) 교수는 "담배가 갑자기 확 당기는 '갈망'은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이 원인"이라며 "금연을 방해하는 큰 장애물이므로 잘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갈망의 내적 요인으로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매우 심심한 상태가 대표적이며, 외적 요인은 술자리에 참석했을 때, 담배를 보거나 담배 냄새를 맡을 때가 그 예다.

갈망의 시기에 담배를 다시 피우고 싶은 유혹을 견디는 게 관건이다. 이 시기에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될 때 금연에 실패했다는 자책감에 다시는 금연을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조 교수는 "금연 시작일 이후 원칙적으로는 담배를 한 대도 피우지 않는 게 좋지만 담배를 피우게 되더라도 이를 실패라고 여기기보다는 실수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물론 실수가 반복되면 실패할 확률을 높인다. 조 교수는 "실수로 담배를 한 번 피웠다면 왜, 어떤 상황에서 내가 담배를 피웠는지 되돌아보고 그 상황에서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교훈을 얻어 금연을 지속하는 게 가장 현실적으로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흡연은 습관이고, 이 습관을 고치는 게 금연이다. 오랫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이 오랜 습관을 고치기란 당연히 쉽지 않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금연에 성공하기까지 걸린 시간을 자신과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건 피해야 한다.

Tip. 금연 성공을 위한 십계명

십계명결심하고선 마일드 같은 일명 '순한 담배'로 바꾸거나 연기를 빨아들이지 않는 '뻐끔 담배' 등을 통해 서서히 시도해서는 금연에 성공할 수 없다. 결심 즉시 실천에 옮겨야 금연 성공률을 높인다. 금연 성공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십계명을 지켜보자.

1. 금연 사실 주변에 알리기
금연은 혼자만의 의지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주변의 도움과 지지가 꼭 필요하다. 가족·지인에게 금연 결심 사실을 알리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을 수 있다.

2. 새로운 분위기 조성하고 취미활동 즐기기
과거 흡연 때와 똑같은 분위기·환경 속에서는 또다시 담배를 찾을 확률이 높다. 집안·일터에서의 분위기를 새롭게 꾸미는 것도 금연에 도움된다. 운동 같은 취미활동은 건강에도 좋고, 흡연 생각도 잊게 해주는 일석이조다.

3. 금단증상 시기에 안정 취하기
금단 증상은 보통 2~4주 정도 지속된다. 이 시기에는 무리하게 대외 활동을 하기보다는 휴식과 안정을 취해야 한다.

4. 라이터·재떨이 버리기
라이터·재떨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흡연 욕구가 생길 수 있다. 이들 물건을 치우거나 버려야 금연 의지를 높일 수 있다.

5. 식사 후 즉시 양치하기
많은 흡연자는 식사 후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워왔다. 식사를 끝내자마자 바로 양치질하면 흡연 욕구를 해소하는 데 도움된다.

6. 담배 피우고 싶을 때 물 마시기
흡연 욕구가 생길 때마다 다른 생각을 하며 물·주스를 마시는 것이 좋다. 껌·사탕을 먹는 것도 좋다.

7. 흡연 장소·사람 멀리하기
담배 피우는 사람을 보면 흡연 욕구가 저절로 생긴다. 따라서 금연을 결심했다면 담배뿐 아니라 흡연자도 멀리해야 한다.

8. 담배 무는 행위 금물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장난삼아서라도 담배를 입에 무는 행위는 금지해야 한다.

9. 섬유소가 많은 음식 섭취하기
식사 시 설탕·소금·밀가루 위주의 메뉴보다는 생야채·과일·현미같이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 위주로 먹으면 흡연으로 지친 신체에 활력을 제공해준다.

10. 커피·탄산음료 피하기
많은 흡연자는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곤 한다. 커피의 카페인과 담배의 니코틴이 뇌에 해로운 시너지를 일으켜 더욱 큰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연을 결심했다면 커피나 탄산음료는 멀리하고 생수를 마시는 게 좋다.

도움말=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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