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몰아치는 '선거제 개편'…'위성꼼수' 2019년에 답이 있다
새해를 맞아 여의도에 몰아치는 '선거제 개편' 바람의 향방에 정치권 관심이 집중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개편 의지를 피력한 데 이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예고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 64명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4.0 연구원'은 치열한 토론을 거쳐 이달 중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단독]野, 선거제 논의 급물살…64명 '민주주의 4.0', 개편안 추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던 2019년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거대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선거제 개편이 위성정당이라는 편법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각 당이 유불리에 골몰하다 '누더기 선거제'를 탄생시켰다는 비판도 있었다.
현재 선거제도의 근간인 지역구 중심 소선거구제는 1988년 마련됐다.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의원만 선출하는 제도다. 각자 지역 기반을 가진 당시 노태우 민주정의당 총재와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 김대중 펑화민주당 총재,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 등이 참여한 '1노3김' 합의의 결과다. 지역주의가 30년 넘게 정치권에 뿌리내린 배경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선 대안 중 하나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목했다. 전국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정당의 총 의석을 보장하는 제도로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에 못 미치면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정당 득표율을 의석수에 반영해 비례성을 높이고 소수 정당의 설 자리를 마련해 거대 양당 구조를 깨자는 취지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한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노 전 대통령은 당선 후 2003년 4월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역구도는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며 "내년 총선(17대)부터는 한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3분의2 이상 의석을 독차지할 수 없도록 여야가 합의해 선거법을 개정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선거법을 개정하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에 내각의 구성 권한을 이양하겠다며 '대연정'을 함께 제안했으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정부·여당이 국정 지지율 하락과 총선 패배를 겪었고 선거법 개정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후에도 선거제 개혁 논의는 이어졌다. 2019년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4+1 협의체'가 마련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대표적이다. 4+1협의체에 참여했던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유튜브 채널 '씀'에서 "소수 의견이 개진되도록 선거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던 노 대통령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서 (열심히 했다)"고도 했다.
2019년 4월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썼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상정 등을 거쳐 같은해 12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국회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거대 양당 체제는 무너지지 않았다.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고 정치 개혁의 정신을 스스로 뭉갰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자 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으로 맞불을 놨다. 지역구는 지역구대로, 비례대표는 비례대표대로 의석수를 챙기겠다는 계산이었다. 두드러지는 새 정당의 원내 진입도 없었고 정의당도 20대 총선 때와 같은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4+1협의체 논의 과정에서 예견된 결과였다는 평가도 있다. 여야가 의석수 배분을 둘러싼 '룰' 다툼에만 골몰했다는 지적이다. 비례성 강화를 위해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현역 의원들 목소리에 막혔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정당 득표율의 50%만 연동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탄생한 배경이다.
4+1협의체 대 미래통합당 간 대결구도도 불완전한 선거제의 원인으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제 1 야당이 배제된 느슨한 합의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미래통합당은 선거법 개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이에 선거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면 여야가 높은 수준의 합의에 도달하는 데 힘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인 정치권 외 시민단체와 학자 등을 참여시키는 사회적 대타협 방식도 대안으로 꼽힌다.
박상병 정치평론가(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선거법 협상은 정당 간 유불리를 따지지 말자는 원칙에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며 "논의 과정에 정치권 밖 전문가 집단 등 각계 의견을 반영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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