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 잘 산양? 울진 산불 피해지 지난해 산양 조사 결과는
지난해 3월 경북 울진에서 발생해 강원 삼척까지 번졌던 산불은 213시간 동안 총 1만6302㏊를 태웠다. 축구장 약 2만3300개 면적이다. 검게 탄 숲은 수많은 동물이 살던 곳이었다. 이 중에는 산양(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의 세계 최남단 집단 서식지도 있었다.
녹색연합은 지난 3일 울진 산양 공존센터가 지난해 11월 말 개소한 것을 계기로 ‘잘, 산양?’ 기념회를 열고 지난해 울진 산불 피해지의 야생동물 서식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녹색연합은 산불 발생 이후 10개월간 14회, 42일에 걸쳐 산양 서식지를 조사했다. 조사는 과거 산양의 흔적이 기록됐던 지역과 산양이 산불을 피해 도망갔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 피해지 중 약 4300㏊(약 26.4%, 축구장 6000개 정도 면적)가 산양 서식지였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녹색연합이 기록했던 산양의 흔적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전체 흔적 기록 중에서는 47%가 피해지와 겹쳐 있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산불피해지로 돌아온 야생포유류는 산양, 노루, 고라니(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 목록 기준 취약종), 담비(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고슴도치 등을 포함해 모두 14종이었다. 2004년 환경부의 조사에서는 19종이었다. 쥐·딱쥐과·수달·하늘다람쥐 등을 제외하고 모두 돌아와 다시 터를 잡았다.
녹색연합의 조사에서 산불피해지 내 산양은 지난해 4월 초부터 관찰됐다. 산불이 발생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같은 해 7월부터 출현 빈도가 증가했고, 8~9월쯤에는 과거 빈도만큼 출현 횟수가 회복되는 경향을 보였다.
가장 마지막까지 산불이 남아있던 강원 삼척 덕풍계곡과 울진 금강송면 소광리 중에서는 덕풍계곡에 먼저 산양이 나타났다. 덕풍계곡 인근에서는 지난해 7월 이후 출현 빈도가 높아졌고 소광리 관측 지점에서는 지난해 12월에서야 흔적이 발견됐다. 박성준 활동가는 “소광리 근처에는 임도 보수 공사가 진행돼 사람이 자주 오가는 게 이유일 수 있다”며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인공 복원보다 자연 복원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불의 영향으로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개체도 있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의 조사를 보면 지난해 3월~5월, 영양 부족으로 탈진해 죽은 산양이 3개체 발견됐다. 우동걸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포유류팀 선임연구원은 “월동 이후 새싹이 돋아나야 할 시기에 산불이 나면서 영양이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2010년 겨울 기록적인 폭설로 산양 25마리가 집단 폐사한 사고를 계기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산양구조치료센터 건립’을 주장해왔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울진에서 로드킬을 당하거나 아사한 산양은 58마리다.
지난해 11월 말 문을 연 울진 산양 공존센터는 올해 연 2회 경북 산양 보전협의체 정기회의를 열고, 겨울에 조난 산양을 예방하기 위해 먹이 주기 활동을 하고, 구조 순찰도 할 예정이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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