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나문희 "子 떠나보낸 조마리아의 마음, 아직 공감 안 돼" [인터뷰]①

김보영 2023. 1. 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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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한 구절 부르다 눈시울 붉히기도
"조마리아 여사의 힘에 누가 될까봐 두려워 거절했다"
"큰 딸에게 레슨 받아가며 노래 연습…잘해내고 싶었다"
(사진=CJ ENM)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그 때 촬영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 생각해도 속이 울멍울멍해요. 정말 속이 복받치고 기가 막히다니까.”

‘내 아들, 나의 사랑하는 도마야. 널 보낼 시간이 왔구나.’ 뮤지컬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의 조마리아 여사(나문희 분)가 아들 안중근 의사(정성화 분)를 떠나보내며 부르는 넘버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의 한 구절이다. 배우 나문희는 인터뷰 도중 이 구절을 읊조리다 끝내 눈시울을 적셨다. 촬영 후 한참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 장면만 생각하면 슬픔을 주체할 수 없다고 했다.

나문희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영웅’의 조마리아 여사 역으로 첫 뮤지컬 영화에 도전한 소감과 촬영 후일담, 배우로서의 인생 철학을 전했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거사를 준비해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1년의 시간을 그린 뮤지컬 영화다. 나문희는 ‘영웅’에서 안중근의 모친 조마리아 여사를 연기했다. 극 중 조마리아 여사의 분량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끝이 죽음이 될 걸 알면서도 대의를 위한 아들의 뜻을 지지하는 강인하고도 애틋한 그의 모정이 누구보다 많은 관객들을 눈물짓게 했다. 특히 아들의 투옥 소식을 듣고 마지막이 될 편지를 써 내려가며 아들이 태어날 때 지은 베냇저고리를 품에 안는 조마리아 여사의 모습, 슬픈 마음을 꾹꾹 눌러담아 부른 나문희의 넘버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는 ‘영웅’을 관람한 관객들이 꼽은 명장면 중 하나다.

사실상 ‘영웅’의 히로인이었다는 호평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나문희는 윤제균 감독의 출연 제의를 거절했었다고 털어놨다. 나문희는 “조마리아 여사의 힘에 누를 끼칠까봐 걱정이 됐다”며 “아들을 희생시키려는 엄마의 힘이 얼마나 필요했겠나, 그걸 내가 표현하지 못할까봐 많이 망설였다”고 이유를 밝혔다.

자신 역시 두 딸을 기른 엄마이지만, 아직도 당시 조마리아 여사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겠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어떻게 자기 자식을 희생시킬 수 있을까 싶었다. 아직 저로서는 감히 여사의 마음에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이어 “연기할 땐 별로 울지 않았다. 다만 슬픔이 목 끝까지 차서 그 안에서 경련을 일으켰다”며 “표출됐던 것보다 속마음은 훨씬 많이 많이 슬펐다”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국내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인 ‘영웅’은 개봉 당시 70% 이상의 넘버를 현장 라이브 녹음으로 다룬 독특한 촬영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현장에서 연기와 노래를 병행하느라 끊임없이 트레이닝한 배우들의 노고도 화제를 모았다.

60년 연기 인생을 걷고, 악극까지 경험해본 나문희에게도 이는 쉬운 도전이 아니었다. 나문희는 “큰 딸이 피아노를 전공하는 음악자라 레슨을 조금 받았다. 큰 딸이 그러는데 내 호흡이 좋다더라”며 “악극할 때는 그렇게 많이 연습을 안 했는데 ‘영웅’할 때는 부지런히 레슨을 받아 호흡을 많이 가져가려 했다”고 회상했다.

‘영웅’에 함께 출연한 배우 조재윤은 시사회에서 윤제균 감독의 추천으로 나문희의 넘버를 듣고 노래 연기에 많은 참고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나문희는 이에 대해 “이번 시사회 때 이야기 듣고 처음 알았다”며 “그 날 기분이 많이 좋았다”고 기뻐했다.

다만 “노래 라이브 장면 녹음을 여러 번 했다. 난 끝나고 나서 내가 참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윤제균 감독이 더 하라고 하더라”며 “그래놓고 결국 맨 처음에 한 신을 사용했다(웃음). 역시 처음 찍을 때 나오는 감정보다 좋은 연기는 없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안중근을 연기한 정성화와의 모자호흡도 언급했다. 그는 “정성화 씨는 실제 아들같았다. 우리 딸들보다 정성화 씨가 어리지만, 진짜 아들같아서 나도 아들처럼 대했다”며 “떠나보내는 장면에서도 진짜 아들을 보내는 기분이라 슬펐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다시 생각해도 안중근 의사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에 있었을까 싶다. 우리 영화를 통해 그런 업적들이 많이 전달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안중근 의사를 키워내고 아들이 뜻을 이룰 수 있게 지지를 보낸 조마리아 여사의 공적도 크다고 강조했다. 나문희는 “내 자식이 몇 살이든 엄마에게 내 자식은 아이인데, 어떻게 내 자식에게 그럴 수 있나 싶다”며 “아무리 내가 연기를 많이 했어도 제대로 표현해낼 수 없다. 같은 어머니로서 조마리아 여사의 속마음이 어땠을지 감히 상상도 안 되고 궁금하다”고 말했다.

일본 위안부 생존 피해자들을 소재로 다룬 영화 ‘아이캔스피크’부터 일제 식민지배와 독립운동가들의 역사를 다룬 ‘영웅’을 출연하며 배우로서 올바른 역사를 전달하기 위한 사명감도 생겼다고 털어놨다.

그는 “책임감까진 아니지만 확실히 사명감을 느낀다”며 “관객이 공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내 연기가 관객들에게 잘 닿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많은 기도를 한다”고 했다.

또 “실제 존재한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픽션 속 인물을 연기할 때와 다르다”며 “실제 존재한 사람이니까 정말 더 잘해냈으면 생각으로 임했다”고 부연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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