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도 파는데 자판기는 왜 안돼?” 약사들 반대 ‘약 자판기’ 좌초 위기

2023. 1. 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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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처럼 약도 자판기로 살 수 있으면 편할 텐데."

업체 관계자는 "최근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 편의점도 오후 8시 이후에는 문을 닫거나 무인점포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며 "밤늦게 약이 필요한 소비자는 무인 자판기를 통해 안전상비약을 보다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우려하는 복약지도 등도 키오스크 화면에 텍스트나 음성으로 나오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약사 대표단체인 대한약사회는 "의약품 판매를 자판기로 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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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음료수처럼 약도 자판기로 살 수 있으면 편할 텐데.”

어느 때나 편하게 타이레놀이나 소화제를 구매할 수 있는 ‘약 자판기’를 선보이려 하지만 약사들의 반발로 시도조차 못 하고 있다. 워낙 반발이 거세 언제 가능할지 현재로선 오리무중이다.

약사들은 “자판기 판매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앞서 약사들은 편의점 안전상비약 판매나 원격화상투약기 도입 등에도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공통된 이유는 하나. 대면투약 원칙에 반한다는 것. 하지만 약 자판기를 준비하는 업계에선 오히려 아르바이트생이 편의점에서 파는 것보다 자판기가 더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공방 속에 정작 사업은 1년 넘도록 아직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약 자판기 이미지]

약 자판기를 준비하는 업체는 이미 자판기 개발 등도 마친 상태다. 자판기에서 상비약을 사려면 자판기에 개인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본인인증을 거쳐야 한다. 안면 인식도 필요하다. PASS 앱 등을 통한 나이 확인(만 12세 이상)이 된 뒤 1인 1회에 한해 상비약을 구매할 수 있다.

실제 편의점에선 약을 복용하는 법 등을 설명해주는 사례 등이 거의 없지만, 오히려 자판기에선 음성 안내도 가능하다.

업체 관계자는 “최근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 편의점도 오후 8시 이후에는 문을 닫거나 무인점포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며 “밤늦게 약이 필요한 소비자는 무인 자판기를 통해 안전상비약을 보다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우려하는 복약지도 등도 키오스크 화면에 텍스트나 음성으로 나오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약 자판기는 정부 차원에서도 심도 있게 논의된 사업이다. 자판기 업계는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타이레놀 등 안전상비약 13종을 무인 자판기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규제샌드박스를 작년 3월 산업부에 신청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 11월 규제특례심의위원회 전문위원 회의에서 이 안건을 논의했지만 결국 보류됐다.

[123RF]

이유는 약사들의 반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사 대표단체인 대한약사회는 “의약품 판매를 자판기로 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자판기가 도입되면 대면투약이라는 원칙이 깨지게 된다”며 “이렇게 하나하나 규제를 풀게 되면 약물 오남용의 문제 등 국민 건강을 위협받는 상황이 계속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낙 약사단체 반발이 거세 산업부는 다음 전문위원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약 자판기 도입 시기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직장인 A(35)씨는 “지금까지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사면서 복약지도를 받은 기억이 없다. 그래도 지금까지 오남용의 문제없이 잘 사용했다”며 “이미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상비약을 편리하게 자판기를 통해 파는 게 어떤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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