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김휘집 “운동하다 힘들 때마다 그때를 꺼내 봐요”[스경X인터뷰]

김경학 기자 2023. 1. 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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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집. 키움 히어로즈 제공



프로야구 키움의 내야수 김휘집(21)은 지난해 11월8일 오후 9시7분을 잊지 못한다. 바로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키움이 패하고 SSG가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이다. 인천 SSG랜더스필드 3루 측 더그아웃에서 이 순간을 지켜보던 김휘집은 경기가 끝나자 팀 동료들과 더그아웃 앞으로 나가 팬들에게 인사했다. 이때부터 참았던 눈물은 결국 라커룸에서 코칭스태프와 수고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 터져 나왔다.

김휘집은 지난 3일 기자와 만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휘집은 “제가 원래 너무 눈물이 없고 슬픔을 잘 못 느끼는 편이다. 너무 잘 웃어서 욕을 먹기도 한다”며 “그런데 그때는 참을 수가 없었다. (좋은 플레이를 하지 못했고 실책으로 인해) 폐를 끼쳤다는 생각이 들었고 팬들과 같이 고생한 선배, 코치님들께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2023시즌을 대비해 김휘집은 지난해 11월말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기초 운동을 하고, 사설 업체로 이동해 기능 훈련 등 추가로 운동한다. 격한 운동에 중간에 쉬고 싶거나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했다. 그때마다 한국시리즈 마지막 순간을 꺼내 본다. 김휘집은 “운동하다 보면 토할 정도로 어지러운 순간이 있다”며 “그때 제 머릿속에 생생하게 저장된 당시 장면을 떠올려요. 아쉽고 아픈 기억으로 이제 딛고 일어서긴 해야겠지만, 여전히 상처 자국은 남아 있어 그걸 보며 되새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흔히 젊은 선수일수록 큰 경기를 통해 크게 성장한다고 한다. 김휘집은 이제 프로 3년 차다. 누구보다 그 사실을 빨리 확인하고 싶은 건 김휘집 본인이었다. 그는 “지난해의 경험을 제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용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한 해라고 생각한다”며 “제 개인적으로도 팀으로도 매우 중요한 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중요한 시즌, 김휘집은 지난해보다는 시즌 준비가 순조롭다고 했다. 그는 “프로 데뷔 첫해를 보낸 지난해는 살도 많이 빠지고 정신이 없었다”며 “지난해 비시즌 때 마이너스3에서 0을 만들었다면 올해는 0에서 1이나 2로 올릴 수 있는 몸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순발력을 강화해 20홈런-20도루가 가능한 몸 상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 “수치에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아니고, 장타도 그렇지만 팀이 필요할 때 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다만 살을 빼고 날렵해지는 걸 추구하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장의 각오로 구슬땀을 흘리는 김휘집의 올해는 사실 녹록지 않아 보인다. 키움이 외인 타자로 내야수 애디슨 러셀(29)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러셀과 포지션 경쟁을 해야 하는 김휘집은 “사실 지난 시즌도 유격수를 볼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스프링캠프 때 3루와 2루 백업으로 준비했다”며 “올해도 배운다는 자세로 차근차근하다 보면 기회가 올 수 있고, 공백이 있으면 메우거나 팀이 원할 때 시너지 효과를 내다보면 좋은 결과를 만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특히 아시안게임,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등 젊은 선수 위주로 열리는 국제대회도 즐비하다. 김휘집이 시즌 때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대표팀 발탁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러나 김휘집은 대표팀에 대한 욕심은 드러내지는 않았다. 다만 입대가 현실로 다가온 나이인 만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사실 지난 시즌 못하면 군대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올해도 같다. 올해는 지난 시즌보다 더 거침없이 플레이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재미있었긴 했지만 아쉬웠다”는 김휘집에게 내년 이맘때 다시 인터뷰한다면 2023년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를 물었다. 김휘집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행복하고 환상적이었다’고 말씀드렸으면 좋겠어요. 팀이 우승한다 생각하면 환상적인 시즌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서요. 제가 또 인터뷰한다면 그 속에서 뭐라도 했을 것이니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다고 꼭 이야기하고 싶네요”.

김휘집이 지난해 10월2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 KT와의 경기에서 8회초 2점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며 환호하고 있다. 수원 | 정지윤 선임기자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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