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해지는 '그놈 목소리'… 가짜 검찰사이트 만들어 2030 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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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본인 맞습니까? 서울중앙지검 박○○ 검사입니다."
최근 20대 직장인 A씨는 낯선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자칭 '박 검사'는 A씨 명의 계좌가 성매매 알선 조직의 자금세탁에 도용됐다며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당황한 A씨가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자 대검찰청 로고와 함께 '나의 사건 검색'이라는 페이지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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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험 부족 2030에 피해 76% 집중
6시간 만에 현금 전달, 시간 짧아 위험
“A씨 본인 맞습니까? 서울중앙지검 박○○ 검사입니다.”
최근 20대 직장인 A씨는 낯선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자칭 ‘박 검사’는 A씨 명의 계좌가 성매매 알선 조직의 자금세탁에 도용됐다며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불러주는 주소로 접속하면 사건 관련 내용이 있으니 확인해보라”고 했다. 당황한 A씨가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자 대검찰청 로고와 함께 ‘나의 사건 검색’이라는 페이지가 떴다. 이름과 주민번호 등을 입력하니 사건번호, 피의자 이름, 죄명 등이 상세히 적힌 공문서가 나왔다.
사실 이 홈페이지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일당이 법무부 형사사법포털(KICS) 홈페이지를 모방해 만든 ‘피싱(가짜)’ 사이트였지만, A씨는 이미 잔뜩 겁을 먹은 상태였다. 박 검사는 그때부터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본인 명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는지 확인해야 하니 은행서 대출을 받아 돈을 보내라”고 했다. 제대로 ‘낚인’ A씨는 박 검사 지시대로 대출을 받아 수차례에 걸쳐 무려 6,000만 원을 송금했다.
경찰청은 4일 공개한 분석 자료에서 이 같은 검사나 검찰수사관으로 포장한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 지난해 1~11월 유형별 보이스피싱 발생 추이를 보면, 기관을 사칭한 사기 비율이 전체의 40%에 달했다. 나머지는 저금리 대환대출이나 생계자금 지원 등 은행을 사칭하는 ‘대출 사기형’으로 집계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통 대출 사기형과 기관 사칭형 비중이 7대 3 혹은 8대 2 수준인데, 최근 들어 기관 사칭형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불법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 등을 사들여 미리 피해자 이름과 직장 등을 숙지한 뒤 접근해 가짜 검사 신분증과 사건 관련 공문, 구속영장 청구서 등을 제시하는 건 기본. ‘060’ 등 국제발신 전화번호로 “삼성페이, ○원 결제, 본인 아닐 시 연락” 등의 문자를 보낸 후 피해자가 전화를 걸면 쇼핑몰 직원 및 경찰, 검사 등을 사칭하며 협박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달 이런 ‘미끼’ 문자를 보고 연락한 30대 피해자에게 검찰을 사칭하며 범죄 연루 여부 확인 명목으로 “돈을 입금하라”고 요구해 5,000만 원을 뜯어낸 일당도 있었다.
특히 기관 사칭형이 위험한 이유는 범행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점이다. 대출 사기형 범죄의 경우 상담, 대출 관련 서류 구비 등 몇 단계의 절차를 밟아야 해 보이스피싱 일당이 현금을 확보하기까지 적어도 하루 이상이 소요된다. 그만큼 범행을 막을 기회가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관 사칭형은 ‘전화→속임 및 협박→계좌이체 또는 현금 전달’ 전 과정이 단번에 진행돼 범죄 예방이 쉽지 않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달 현금 전달까지 6시간 만에 사기 범행이 끝난 사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관 사칭형 사기 피해가 사회경험이 부족한 20ㆍ30대에 집중된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1~7월 기관 사칭형 범죄 피해자(5,232명) 중 2030이 차지하는 비중은 76.3%에 달했다. 대출 사기형 범죄에서 2030 비중이 13.1%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수사기관의 사건조사 절차나 금융거래 등 사회생활 전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청년층이 기관 사칭형 범죄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셈이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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