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 아들급 성과”…연 수익률 105% 수익 난 튀르키예 ETF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3. 1. 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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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카파도키아 상공에서 열기구가 날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지난해 글로벌 주요 증시 폭락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와 같은 일부 국가들의 증시 대표지수는 2배 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미국에 상장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해당 국가 증시의 가파른 상승은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따른 자산 가치 하락을 피하기 위해 자금이 증시로 몰린 결과였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투자는 추천하지 않는다. 다만 경제침체, 혼란과 같은 위기가 찾아온다 하더라도 이처럼 투자 기회는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사례로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SK증권에 따르면 튀르키예 BIST 100 지수와 아르헨티나 S&P 머발(Merval) 지수는 지난해 연간 각각 197%, 142% 상승했다. 이에 미국에 상장된 ETF 중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을 제외하고 수익률이 가장 높은 ETF로 튀르키예 지수를 추종하는 ‘TUR(iShares MSCI Turkey ETF)’가 꼽혔다. 수익률은 연간 105.8%, 3개월 68.4%에 달한다. 지수는 197%나 상승했지만 튀르키예 화폐 단위인 리라화의 절하로 수익률은 105.8%에 머물렀다. 리라화 절하를 적용하더라도 다른 ETF를 제치고 독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위원은 “튀르키예 지수 상승률이 매우 높았던 만큼 TUR은 극심했던 환율 절하를 만회하고도 남는 수익률을 도출했다”며 “아르헨티나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ARGT(MSCI Argentina ETF)’는 환율 절하 탓에 지수 수익률은 12%에 머물렀지만 역시 시장 수익률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 주식이 폭등한 것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원인이었다. 특히 튀르키예의 경우 지난해 말 80%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을 기록하면서 불안한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튀르키예의 악몽은 2021년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금리 인상과 같은 긴축재정을 이야기할 때 튀르키예는 계속해서 금리를 인하했다. 금리 인하로 리라화의 가치를 떨어트려 자동차 가전과 같은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고 관광업 활성화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의지 때문이었다.

금리가 낮아지면 시중 통화량이 늘면서 물가가 오르고 화폐의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2021년 말부터 튀르키예의 월별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으로 치솟더니 지난해 말에는 80%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튀르키예 국민은 화폐보다 주식을 택했다. 조 연구위원은 “튀르키예 국민이 과거 가상화폐 거래를 많이 했던 이유도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따른 리라화의 가치 절하가 원인으로 꼽힌다”며 “지난해에는 튀르키예 증시로 자금이 몰리면서 주가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지금 시점에서 튀르키예에 대한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올해 6월 대선을 앞두고 현 정부가 금리인하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경제 상황이 불안정한 만큼 변동성이 상당히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리라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단순 계산으로 리라화가 지금의 절반으로 떨어진다면, 튀르키예 주가가 100%는 올라야 손해를 면할 수 있다.

업계는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의 주가 상승은 지난해와 같이 신흥국 일부를 제외하고 주요국의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투자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선례로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 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처음 발발했을 때도 단기적으로는 경제 쇼크가 왔다”며 “경제는 불확실했지만 유동성 효과로 주가가 오른 만큼 경제가 좋지 않다고 무조건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튀르키예 시장의 변동성이 너무 커서 투자를 추천하지는 않는다”며 “단지 모두가 투자를 꺼리는 곳에서도 기회가 발생할 수 있는 사례로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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