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힘들어 임용 포기 속출하자 진도군 ‘공무원 숙소’ 첫 운영
전남 진도군이 군청 공무원만 입주할 수 있는 ‘공직자 숙소’를 건립해 운영에 들어갔다. 도시지역 지방자치단체 등이 ‘관사’를 없애고 있는 상황과는 반대다. 공직자 숙소의 등장은 정주여건 부족으로 공무원 정원 채우기도 힘들어진 농어촌 지자체의 열악한 현실이 반영돼 있다.
진도군은 “진도읍 교동리에 ‘진도군 공직자 숙소’를 건립하고 지난달 30일 입주식을 가졌다”고 4일 밝혔다. 진도군 공직자 숙소는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30㎡ 크기의 원룸 형태 숙소 40개가 들어섰다.
진도군이 전남에서 처음으로 건립한 공직자 숙소는 1인1실에 침대와 세탁기, 냉장고, 식탁, 전자레인지 등 기본적인 가구와 가전제품이 모두 갖춰져 있다. 입주자들은 침구류와 옷가지 등만 가져오면 생활할 수 있다. 체력단련장과 회의실 등도 마련됐다.
재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진도군이 군비 61억원을 들여 공직자 숙소를 건립한 데에는 열악한 정주여건으로 공무원들도 기피하는 농어촌 지역의 현실이 반영돼 있다. 전남 서남쪽 끝에 자리 잡은 인구 2만9500여명의 진도는 아파트와 원룸 등 주거가 부족하고 문화시설도 변변치 않다.
고속도로를 이용해도 광주광역시에서 군청까지 자동차로 1시간40여분이 걸려 출퇴근이 어렵다. 군 공무원 정원은 642명이지만 이날 기준 재직 중인 공무원은 611명으로 31명이 부족하다. 보건직과 간호직, 시설직 등은 수년째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결원이 이어지고 있다.
합격해도 임용을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 지난해 군은 15명의 경력직 공무원을 채용하려고 했지만 필기시험 합격자 15명 중 3명이 면접을 포기했고 2명은 합격 후 임용을 포기했다. 이같은 상황은 도시에서 출퇴근이 힘든 전남의 군 단위 지역 상당수가 겪고 있는 문제다.
진도군 공무원 숙소는 일단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연간 180만원의 저렴한 임대료로 2년간 머물 수 있는 숙소는 신규 임용된 젊은 공무원들에게 우선권이 있다. 첫 입주자 40명이 모두 입주했고, 대기자도 12명이나 된다. 진도에 있는 다른 행정기관 공무원들의 입주 요청도 있다고 한다.
진도군 관계자는 “신규 공무원들이 숙소 등 생활여건 문제로 그만두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어 주민들에게 행정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면서 “젊은 공무원들이 지역에 정착하도록 돕는 게 결국은 지역을 살리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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