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이 어려운 위기 시그널, 이 올드한 '돌싱포맨'을 어찌할꼬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2022년 연말 예능대상 시상식은 지상파 3사 예능의 참담한 현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그나마 최근 몇 년간 성적이 좋았던 SBS마저도 올해는 아무런 진보 없이 한해를 보냈음을 시상내역을 통해 보여줬다. 여기저기 기워진 채 장수하는 예능들은 옛 영광을 여전히 자화자찬하며 자리를 지켰고, <신발 벗고 돌싱포맨> 이후 적극적으로 가져갔던 스핀오프 프로그램들은 소리 소문 없이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서 방출됐다. 스핀오프라고 하지만 사실상 한 지붕 두 가족인 SBS <미운 우리 새끼>와 <신발 벗고 돌싱포맨>은 가볍고 안전하게 IP를 확장하는 장점이 분명 있었다.
미우새>의 출발은 연예인의 사는 모습, 일상을 들여다보는 관찰 예능인 동시에 어머니가 자식의 일상을 지켜보는 가족 예능의 코드가 결합된 지점이 신선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MBC <나 혼자 산다>처럼 출연자들이 커뮤니티를 이루고, 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에피소드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었다. <돌싱포맨>은 이런 커뮤니티를 아예 다른 무대로 확장한 버전이다. 탁재훈, 임원희, 이상민, 김준호는 모두 <미우새>의 주요 출연자이며, 프로그램을 통해 맺어진 관계를 바탕으로 일주일마다 출연자 집에 돌아가며 찾아가 둘러앉고 게스트를 불러 토크쇼를 펼친다. 스튜디오에서 리액션을 하는 어머니의 존재를 제외하면 사실상 이야기의 주제도, 출연진도, 편집 스타일까지 <미우새>와 겹친다.
문제는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중년 남성들이 둘러앉아 나누는 짠한 연애 이야기에 지치게 되면서다. 중년남 돌싱들은, 싱글맘 콘텐츠와 다르게 상처나 남겨진 가족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이 쇼의 출연하는 싱글남들은 부재하는 '아내'로 인해 관리 및 내조를 받지 못하는 짠한 존재, 연애를 갈망하는 싱글남으로만 보여진다. 여기서 출발하는 에피소드와 연애 실패담이 웃음을 유발하고 묘한 연대를 형성한다. 막내가 47살임에도, 철이 들지 않는, 어떤 면에선 여전히 성장하지 않고 소년에 머무르는 남자를 귀엽게 바라보며 이들의 애환에서 웃음과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런 시선으로 만들어지는 <돌싱포맨>은 남자와 여자, 부부관계, 고부간의 관계 등을 주요 주제로 매주 이야기를 나누는 떼토크쇼나 행복한 가정의 지향을 가리키는 가족 예능들과 같은 카테고리의 볼거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쇼의 타깃 시청자들은 마찬가지로 (가부장적인)가족을 중심으로 빈부 격차와 온갖 복수혈전이 벌어지는 저녁 8시 일일드라마의 시청자층과 대부분 겹친다.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우새>에서 이미 수년전 캐릭터가 고착화한 중년 출연자들이 연애와 사랑 이야기를 2년 넘게 하다 보니 과거 이야기들을 추억하는 라떼 토크쇼로 번져가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말에는 근 한 달 이상 <미우새>와 <돌싱포맨>은 김준호와 김지민의 공개 연애를 중계하는 데 포커스를 맞췄고, 과거 <해피투게더>나 <놀러와>의 후반기처럼 게스트에 의존하는 에피소드 나열식 토크쇼의 성격이 더 짙어졌다. 지난 3일에는 70회 방영을 기념해 판을 키워 1년 만에 다시 모인 돌싱남들의 모임인 '오징어들 게임'으로 판을 확장했다. 그러나 역시 10여 명의 돌싱 중년남들이 모여 연애 이야기, 퀴즈가 계속되었고 삼혼을 한 엄영수는 특히 "이혼에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는 등의 희화화를 통해 분위기를 띄웠다.
물론 이혼을 무거운 원죄처럼 안고 살아갈 필요는 없고, 자조적 코미디 요소로 우리 방송가에서 쓰인지 꽤 오래된 소재다. 하지만, 돌싱남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결같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인적쇄신보다 더 프로그램을 올드하게 만드는 문제다. 이번 특집도 몸개그를 기반으로 한 게임보다는 짠내 가득한 상황임을 강조하면서 토크의 묘미로 웃음을 생산하려 했다. 하지만 같은 콘셉트의 확장만으로 원하는 변화나 환기를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시청률은 어느덧 3%대에 머무르더니 MBN <불타는 트롯맨>의 영향인지 최근에는 더 추세가 가속화되어 2%대로 내려앉았다. 시청률과 연동되는 타깃 시청자층을 고려해볼 때 변명이 어려운 위기 시그널이다. 온갖 리얼한 연애 예능이 홍수처럼 쏟아진 마당에 이제 더 이상 '돌싱남 모임'이 눈길을 끄는 설정은 아니다.
일각에서 장점이라 평가받은 레트로한 토크쇼 포맷도 동시간대 타사 프로그램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는 것을 보면 딱히 비교우위라고 말하기 어렵다. 친숙한 공간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옛이야기와 웃음보따리를 풀어놓는 토크쇼는 과거 <놀러와>나 <해피투게더> 같은 토크쇼의 전성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마침 출연자들도 그 시절 전성기를 누렸던 인물들이다. 이런 쇼가 갖는 장점도 분명 있지만 현재 유튜브에 우후죽순 들어서는 연예인 채널에서 가장 쉽고 흔하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바로 방송보다 더 친밀하고 가깝게 나누는 연예인들의 브이로그형 콘텐츠다.
형태의 몇 남지 않은 토크쇼인 것은 맞지만, 웹예능에 가장 빠르게 대체될 장르이기도 하다. 이제 캐릭터 플레이, 돌싱남을 보는 시선, 옛 감성이 들어 있는 포맷 등등 관성에서 벗어나 분위기 쇄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근 뜨거웠던 연예가 뉴스가 <미우새> 동화의 마침표다. 이제 성장을 할 시간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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