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버린 창비…장강명 원고 수정 요구, 홍보 축소 의혹까지

임인택 2023. 1. 4. 15: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장강명 작가가 자신의 산문집을 출간하려던 미디어창비(창비 자회사)로부터 신경숙 작가의 표절을 두둔했던 창비를 비판한 본문을 수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거부했고, 출간 직전인 지난해 10월 '창비의 공식 홍보채널에서 이 책을 소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전해 듣고 결국 계약을 해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디어창비에서 장 작가의 책을 담당했던 편집자(당시 차장) 이지은씨는 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신경숙 표절 사건'이 있을 당시 저는 외부에 있었고, 이 사건이 창비 내부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본문 수정 요청 과정부터) 정상적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창비, ‘신경숙 표절 옹호한 창비’ 문장 수정 제안
장강명 작가 거절하자 ‘공식 홍보채널 패싱’ 의혹도
장 작가 “열 받아서 계약 해지”…편집자도 반발 뜻 퇴사
장강명 작가.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장강명 작가가 자신의 산문집을 출간하려던 미디어창비(창비 자회사)로부터 신경숙 작가의 표절을 두둔했던 창비를 비판한 본문을 수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거부했고, 출간 직전인 지난해 10월 ‘창비의 공식 홍보채널에서 이 책을 소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전해 듣고 결국 계약을 해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디어창비에서 장 작가의 책을 담당했던 편집자(당시 차장) 이지은씨는 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신경숙 표절 사건’이 있을 당시 저는 외부에 있었고, 이 사건이 창비 내부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본문 수정 요청 과정부터) 정상적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에 반발해 퇴사했고 새로 차린 출판사(‘유유히’)에서 해당 산문집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을 다음달 출간할 예정이다. 앞서 장 작가는 지난 2일 공개된 북토크 팟캐스트(‘YG와 JYP의 책걸상’)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며 본문 수정 요청 사실 등 지난해 말 예정했던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출간이 늦어진 경위를 밝힌 바 있다.

문제 된 대목은 “(2015년) 신경숙의 표절을 창비가 궤변으로 옹호하며 표절 기준을 무너뜨리려 한 것에 대해 한국작가회의는 끝내 아무 논평도 내지 않았다”이다. 장 작가가 지난해 웹진 <채널예스>(6월호)에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칼럼을 앞서 연재하며 이미 기술한 대목 그대로다. 출판사는 “궤변을”을 ‘나름의 논리로’로 고치고, ‘(이는 창비의 입장과 다르다는 것을 밝혀둔다)’는 내용을 부연하자고 했다. 장 작가는 “신경숙 작가의 표절이 아니고, 장강명 작가의 주관일 뿐이며 창비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걸 넣어달라는 것”이라며 “‘객관적으로 표절이 맞다’고, 이 문장이 싫으면 출간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작가의 수정 거부에 따라 책은 원문대로 출간이 진행 중이었으나, 지난해 9월 말 ‘창비 공식 홍보채널에 해당 신간을 소개하지 않는다’는 계획을 담당 편집자와 작가가 알게 되면서 출판계약 후 1년가량의 공조는 파국을 맞았다. 이씨는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책 마감을 앞두고 ‘창비 이름으로 된 플랫폼에 장강명 책을 홍보하지 말라’는 마케팅부장의 지시가 있었다. (…) 미디어창비의 하반기 매출이 달려 있는 한 권의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홍보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고 밝혔다. 이씨를 통해 이를 알게 된 장 작가는 “회사가 편집자와 작가를 속인 건데, 열 받아서 창비(로부터) 사과받고 ‘이 원고 창비에서 못 내겠다’고 했다. 나보다 편집자가 더 마음의 상처가 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동희 미디어창비 출판본부장은 “(표절 관련해) 출판사와 생각이 달라 작가와 얘기했지만 진행하기로 했고, 출간 임박한 시점에 마케팅을 최종 점검하고 다듬는데, 이 과정에서 퇴사한 편집자가 자신의 생각과 다른 방식을 ‘홍보 배제’라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창비의 공식 홍보채널(‘스위치’)도 연재 형식을 띠는데, 장 작가의 글은 이미 <채널예스>에 연재된 글이라는 점을 고려해 다른 채널에서의 홍보를 강화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윤 본부장은 “‘세심히 살피지 못하고 이런 상황을 만든 게 분명한 잘못’이라고 작가에게 사과를 했고, 이의제기 없이 작가의 계약해지 요청에 따랐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