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포화?…중국 플랫폼 뚫어 1300만 구독자 만든 방법 [긱스]
음악 크리에이터인 '캣올린'은 유튜브 채널을 한국에서 개설한 뒤 2년 동안 구독자를 3000여 명밖에 모으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에선 초반부터 반응이 달랐다. 중국 플랫폼에 채널을 연 지 3개월 만에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한 것. 한국에서 큰 결과를 내지 못했던 크리에이터가 중국에서 성공한 사례다. 현재 캣올린의 중국 플랫폼 채널 구독자는 73만 명에 달한다.
크리에이터들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는 아도바의 안준한 대표는 한경 긱스(Geek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크리에이터들에 대해 우호적이고, 진출할 수 있는 플랫폼도 다양해 크리에이터들이 여러 도전과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시장"이라며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크리에이터들이 양질의 콘텐츠로 중국 플랫폼에 진출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2018년 창업한 아도바는 국내외 크리에이터들이 중국 시장에서 쉽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스타트업이다. 도우인, 시과비디오, 비리비리 등 중국의 대형 영상 플랫폼 12곳과 협업하고 있다. 이 플랫폼들 중 MAU(월간사용자수)가 적은 곳이 7000만명, 큰 곳이 5억~6억명 수준이다. 한국에서 영상 플랫폼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유튜브의 한국 MAU가 4000만명 수준임을 고려햇을 때 이용자 수가 훨씬 많다.
안 대표는 "중국에서 크리에이터 플랫폼들이 수십개씩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중국의 각 지역과 시장마다 서로 다른 특징과 니즈가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이 한국 인구의 30배 정도 되는데, 하나의 시장에서 실패한다 해도 나머지 29개 시장에서 다시 시도할 기회가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300여개의 크리에이터 팀이 아도바를 통해 중국에 진출했다. 이들의 중국 플랫폼 총 구독자 수는 1322만명, 콘텐츠 누적 조회수는 21억뷰를 돌파했다.
안 대표는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산업공학 석사를 마치고 LS산전 베이징연구소 부소장으로 일했던 '중국통'이다. 아도바 창업 전 중국 플랫폼에 한국의 가상현실(VR) 관련 콘텐츠를 유통하는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중국의 VR 포털업체인 87870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하면서 중국 플랫폼들이 더 많은 콘텐츠를 유통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했다. 안 대표는 "한국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을 불법으로 올리는 중국 채널이 굉장히 많았다"며 "그만큼 한국 컨텐츠가 수요가 있다는 뜻이고, 중국 플랫폼들도 양질의 한국 컨텐츠를 정식으로 유통시키길 원했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 크리에이터들이 중국 플랫폼에 정식으로 진출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채널 가입과 정산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채널 개설 시 신분 증명부터, 수익을 정산받을 때 필요한 중국 통장 개설도 한국 크리에이터 입장에선 해결하기 쉽지 않았다. 이 떄문에 초기에 중국에 진출한 크리에이터들은 중국에 있는 지인의 통장을 활용하는 '편법'을 쓰거나, 중국 매니지먼트 업체들과 계약을 맺었다가 소통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잦았다.
안 대표는 "중국 플랫폼들을 직접 찾아가 양질의 한국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유통하려면 채널 개설과 운영, 정산 문제를 풀어야하고, 아도바가 나서서 이 과정을 돕겠다고 설득했다"며 "한 플랫폼과 제휴를 맺으니 나머지 플랫폼들과의 협업으로도 잘 이어졌다"고 말했다. 주요 플랫폼들과 협업을 통해 외국인이 가입할 수 있는 전용창구를 따로 만들고, 정산 수금 시스템도 마련한 것이다.
아도바는 지난 10월엔 '아도바로'라는 새로운 서비스도 내놨다. 지금까지는 크리에이터들을 직접 중국 플랫폼에 진출시키면서 이들을 매지니먼트하는 데 집중해왔다면 이젠 각 크리에이터들이 아도바 솔루션을 통해 직접 중국 플랫폼에 나갈 수 있도록 했다. 안 대표는 "크리에이터를 중국에 직접 보내려면 회사 역시 많은 운영 인력이 필요하다"며 "크리에이터 한명 한명과 직접 계약해서 중국에 데리고 가는 모델이 아니라 크리에이터 개인이 아도바 서비스를 활용해 중국에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채널 개설부터 콘텐츠 컨설팅, 자막과 더빙, 정산 등 중국 플랫폼에 콘텐츠를 올리는 데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식이다. 아도바로를 통해 나간 크리에이터 채널의 총 조회수가 100만회를 돌파하는 등 성과가 나오고 있다. 총 조회수 10만회가 넘은 크리에이터 6개 채널의 합산 조회수는 329만회, 일 평균 조회수는 5만6000회 수준이다.
안 대표는 12개 중국 대형 플랫폼의 트렌드 등 주요 데이터를 모으는 아도바데이터센터도 만들었다. 안 대표는 "아도바를 통해 100만명의 크리에이터가 중국으로 진출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며 "이 과정에서 데이터로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도 새롭게 구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안 대표와의 일문일답.
Q: 한국 크리에이터들에게 중국 시장에 나가는 걸 권하는 이유는 뭡니까.
A: 크리에이터라면 중국 시장을 꼭 염두에 둬야합니다. 중국 인구가 한국의 30배인데 단순히 30배 큰 시장이 아니에요. 땅덩어리가 동서남북으로 퍼져 있고 지역적으로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각기 다른 30개의 시장이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시장에서 실패하면 나머지 29개 시장에서 다시 한 번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1번 플랫폼에 올렸는데 잘 안 됐어요. 하지만 2번 플랫폼이나 4번 플랫폼에선 잘 될 수도 있어요. 콘텐츠 시장에서의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이 가장 잘 발현될 수 있는 게 중국이라고 봅니다.
Q: 중국 플랫폼들도 한국 유튜버들에게 우호적인가요. 한한령(중국 내 한류금지령) 등 이슈들도 있는데요.
A: 중국 플랫폼들은 이용자들이 더 많은 시간을 플랫폼 안에서 쓸 수 있도록 양질의 콘텐츠가 필요해요. 지금 이 콘텐츠가 생각보다 너무 부족한 상황입니다. 중국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보다는 물건을 파는 셀러들이 훨씬 더 많아요. 콘텐츠 크리에이터에 대한 플랫폼의 우호 정책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한국 크리에이터뿐만 아니라 양질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중국 시장에 가서 환영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Q: 원래 한국 크리에이터들이 중국 플랫폼에 진출하는 게 어려웠다고 들었습니다.
A: '이 콘텐츠가 내가 만든 거야'라고 하는 오리지널 인증이 제일 어려워요. 실명 인증까지 가야하는데, 결국 중국인 신분증이 없으면 채널 개설이 쉽지 않죠. 정산 역시 중국 계좌가 있어야 플랫폼에서 내 계좌로 돈을 가져올 수 있어요. 아도바는 이같은 해외 크리에이터들의 입점과 정산 문제를 중국의 주요 12개 플랫폼과 정식으로 파트너십 계약을 맺어 해결하는 데서부터 시작한 회사입니다. 중국 플랫폼을 바로 뚫는 전략을 쓴 거죠.
Q.: 대형 중국 플랫폼들과 어떻게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었습니까.
A: 처음 전략은 그거였어요. ‘중국 플랫폼들은 콘텐츠가 부족하다. 그리고 나는 양질의 한국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가져올 수 있다.' 이 두 개의 합을 맞춰보자고 했습니다. 아주 잘 나가는 플랫폼보다는 막 시장에 도전하는 포지션의 플랫폼부터 뚫는 게 낫겠다고 해서 찾아간 게 하오칸비디오라는 바이두 산하의 플랫폼이었어요. 바이두라는 대형 회사가 위에 있고 막 플랫폼을 시작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희와 얘기가 잘 됐어요. 하오칸비디오에 찾아가서 '글로벌 크리에이터들이 정식으로 입점하길 희망한다. 이들의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면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을 거다'라고 설득했습니다. 외국인이 채널을 개설하고 정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고, 그렇게 34팀의 크리에이터를 하오칸비디오에 입주시키면서 아도바가 탄생한 겁니다. 이를 발판으로 다른 플랫폼들까지 제휴를 확장했고요.
Q: 중국에는 영상 플랫폼들이 많은데, 중국에 처음 진출하는 한국 크리에이터라면 어떤 플랫폼을 선택해야 할까요.
A: 플랫폼마다 시청층이나 지역적인 기반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정답에 가까운 답은 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플랫폼을 다 하는 거예요.
Q: 중국에서 선호하는 콘텐츠의 특징이 있을까요.
A: 사람 중심이라는 점입니다. 한국 같은 경우엔 사람이 전혀 등장하지 않고 내용으로만 승부를 보는 콘텐츠도 있잖아요. 중국 같은 경우는 사람이 나와서 직접적으로 이 채널을 끌고 간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신뢰의 문제인 것 같아요.
Q: 크리에이터 중국 진출 지원 솔루션인 아도바로를 런칭했습니다.
A: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에게 더 다양한 형태의 기회를 주고자 했습니다. 매니지먼트 형식으로 가면 한계가 있어요. 저희가 300팀을 매니지먼트 하고 있는데 규모를 늘려서 3000팀, 3만팀을 하게 된다면 성공 사례 역시 늘겠죠. 문제는 그만큼의 매니지먼트 인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크리에이터 100명이 있다면 인력이 10명은 필요합니다. 3만팀, 30만팀이 되면 운영인력만 3000명, 3만명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힘든 비즈니스잖아요. 그래서 크리에이터와 각자 계약해 중국에 데리고 가고 모든 걸 다 책임지는 방식이 아니라 누구나 가고자 하면 갈 수 있도록 방법론을 만들어주자고 생각했어요.
Q: 아도바는 채널 개설과 운영 등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콘텐츠 제작 같은 것들은 각 크리에이터들에게 맡기는 겁니까.
A: 3년을 해보니까 콘텐츠 제작의 상당 부분은 매니지먼트가 아닌 교육이나 서비스로 다 해결이 되더라고요. 채널 입점과 정산, 중국 플랫폼에 대한 교육 등은 아도바가 서비스로 지원하고, 콘텐츠 제작과 운영, 관리 등은 크리에이터가 직접 하는 방식이에요. 크리에이터가 중국 채널에서 콘텐츠로 수익이 나오면 아도바가 수수료를 알부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Q: 아도바 데이터센터도 만들었습니다.
A: 콘텐츠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에 대한 답을 사람들이 찾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다 좀 추상적인 것 같아요. 그걸 어떻게 객관화시킬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데이터가 필요했어요. 중국 12개 플랫폼에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오는 거죠.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한 가이드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의 비즈니스에 활용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Q: 중국 시장 진출이 어렵다고 말하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A: 많은 한국 회사들이 중국에 대해 무지해요. 다양한 실패 사례가 나왔는데, 그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항상 '의존'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중국 진출을 하려면 중국인과 같이 해야 된다더라, 어떤 브로커가 있어야 된다더라, 중간에 누구를 꼭 껴야 된다더라 하는 것들. 제가 21년 동안 중국에 있어보니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중국도 시스템이 있는 곳이고,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나라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이 생기는 확률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중국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스타트업과 회사들에 조언한다면.
A: 중국 시장을 공략할 때 30번의 기회를 가지고 시작한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첫 번째 시도가 잘못되더라도 두 번째 세 번째 새로운 시장이 존재합니다. 조금씩 전략을 바꿔가면서 시도해볼 수 있고요. 또 중국 시장은 선두에 서는 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아요. 시장이 워낙 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잘 따라가는 것도 중요해요. 예를 들어 중국에서 공유자전거 하는 업체가 100개가 넘거든요. 그런데 베이징 상하이 등을 포함해 5개 도시 이상에서 하는 회사는 열 몇개밖에 안 될 거예요. 중국 전체를 커버하려면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니까요. 나머지 소도시에서 잘 따라가는 회사들도 있는거죠. '꼭 다 먹어야 될 필요 없는 시장이 중국 시장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Q: 아도바의 목표는.
A: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아도바로 서비스를 통해 중국에 가는 겁니다. 제 목표는 100만명이에요. 또 이런 움직임을 주목하는 게 브랜드들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 브랜드들이 중국에 있는 왕훙들하고 마케팅을 하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 중국으로 간 한국 크레이이터들하고 마케팅을 할 수 있죠. 글로벌 크리에이터들이 중국 시장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한국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과정에서도 중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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