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게임, 中 아닌 북미·유럽 공략해야

윤진우 기자 2023. 1. 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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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의 중국 바라기가 다시 시작될 것 같아서 걱정됩니다." 중국 정부가 최근 한국 게임 8종에 대해 자국 시장 영업 허가권(판호·版號)을 발급했다는 소식에 한 중견 게임사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은 중국 정부의 판호 발급 중단에 따른 것으로, 판호 발급이 다시 시작된 만큼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 비중은 다시 40%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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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의 중국 바라기가 다시 시작될 것 같아서 걱정됩니다.” 중국 정부가 최근 한국 게임 8종에 대해 자국 시장 영업 허가권(판호·版號)을 발급했다는 소식에 한 중견 게임사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 2위 시장이자 한국 게임이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 중국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과도한 중국 바라기의 위험성을 암시한 것이다.

중국 게임 시장이 다시 열렸다. 지난 2017년 2월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중단한지 5년여 만이다. 중국의 판호 발급 소식에 증권사들은 ‘K게임 중국시장 재탈환’ ‘만리장성 열렸다’ 등 긍정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린 만큼 움츠러든 한국 게임 시장에 훈풍이 불어올 수 있다는 기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국 게임 시장의 지난해 매출은 448만달러(약 57억1603만원)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 게임 시장(2198만달러)의 20.1%를 견인하는, 미국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중국은 한국 게임 산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한국 게임의 지난해 수출액은 86억7286만달러(약 11조614억원)다. 이 가운데 34.1%에 해당하는 29억5745만달러(약 3조7719억원)가 중국에서 나왔다. 미국 수출액의 3배에 해당한다.

게임 업계에서는 비정상적인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 비중은 지난 2019년 40.1%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34.1%로 줄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은 중국 정부의 판호 발급 중단에 따른 것으로, 판호 발급이 다시 시작된 만큼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 비중은 다시 40%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수출 비중이 늘어나면 한국 게임은 다시 중국 정부의 영향력에 종속되게 된다. 중국 정부가 판호 발급을 중단하면 한국 게임 매출이 줄었다가, 발급을 시작하면 매출이 늘어난 지난 2018~2020년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한국 게임사들은 장르 다양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중국은 전 세계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시장의 가장 큰 손이다. 한국 게임사 입장에서는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는 장르 다양화보다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RPG 개발에 집중할 게 뻔하다. 결국 탈(脫)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흐름과 콘솔(모니터나 TV에 연결해 즐기는 게임) 개발 경쟁도 중국 판호 발급 여파로 잦아들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전 세계 1위 시장인 북미와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장르 및 플랫폼 다변화에 나서면 된다. 천편일률적인 RPG 장르에서 벗어나 북미와 유럽에서 인기가 있는 스토리 중심의 콘솔 게임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중국 정부가 언제든지 판호 발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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