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에게 전하는 '깊은 위로'…이수경 개인전
[EBS 뉴스12]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를 들어보셨는지요.
깨진 도자기 파편을 이용해 탄생시킨 작품들인데요.
이 작품 시리즈를 통해 세계적인 현대미술가가 된 이수경 작가가 한국에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2017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전시에 출품됐던 작품도 처음 선보입니다.
최이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높이 5m와 너비 2m, 무게 1.5톤, 거대한 작품이 전시장을 압도합니다.
2017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전시에 출품됐던 작품 '이상한 나라의 아홉 용'입니다.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의 하나로 이번 전시의 이름이자, 대표작입니다.
용 아버지에게서 용이 아닌 다른 짐승으로 태어난 아홉 자식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는 중국 전설 '용생구자'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했습니다.
인터뷰: 이수경 / 작가
"(아홉 용이) 동아시아 서민들의 문화에 스며들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의미나 용도로써 많이 활용되었기 때문에 전통이라는 것은 하나의 씨앗처럼 다양한 문화와 다른것들과 이질적인 것들과 섞여서 더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작가를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린 건 이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가 시작된 건 백자에 대한 찬미를 담은 한 시를 번역해, 이탈리아 현지 도공들에게 들려준 후였습니다.
인터뷰: 이수경 / 작가
"시에서 작품으로 도자기로 작품이 번역이 된 것이잖아요.
도자기를 대부분 깨어버리고 그 어떤 완성품만 남기는 그분(도자 명장)의 해석이 있다면 오히려 깨진 것들을 가져다가 붙여서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이런 형태의 작업을 만드는 것도 저의 해석의 방식이기 때문에…."
이작가가 도자 파편이라는 무용한 것들을 이어 붙이고, 깨진 틈을 금으로 메우면, 일종의 쓰레기들은 그 자체로 생명력을 지니게 됩니다.
인터뷰: 이수경 / 작가
"도자기 파편은 깨져서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고 제가 마음대로 다시 깨거나 변형할 수 없으니 그냥 그 형태에서 형태를 따라가다 보면 어떤 날은 마법처럼 딱딱 맞는 날이 있어요."
전쟁 등으로 파괴됐다 재건된 도시, 죽음과 소생,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현대 사회인들의 패자부활전 등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도록 돕는 이작가만의 위로법입니다.
또 한편에서는 몽환적 분위기를 풍기는 신작 회화 '오! 장미여' 시리즈 10여 점이 공개됐습니다.
이수경 작가가 전하는 '위로'인 이번 전시는 더페이지 갤러리에서 오는 2월 10일까지 무료로 전시됩니다.
EBS 뉴스 최이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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