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격 공개 확대’ 12년만 재추진..정유사들 "가격상승 등 부작용만" 반발

권준호 2023. 1. 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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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지난 2011년 이후 12년만에 석유가격 공개 범위 확대가 재추진 되면서 정유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영업비밀인 지역별, 판매대상별 판매 정보 등을 공개하면 평균 가격이 되레 상승하는 것을 비롯한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런 가운데 이르면 오는 13일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시행령 개정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정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년만에 석대법 개정안 논의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09년 한 차례 논의됐다가 2011년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최근 다시 추진중이다.

개정안은 기존 정유사들이 보고·공개했던 자료 범위를 △정유사별, 지역별 판매량·매출액·매출단가 △정유사별, 전체 판매대상별(일반대리점, 주유소 포함) 평균 판매 가격 △정유사가 주유소에 판매한 지역별 평균 판매가격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행령 개정이 통과되려면 산업통상자원부 규제개혁위원회와 총리실 규개위에서 모두 동의를 받아야 한다. 2009년 당시에는 산업부 규개위를 통과했으나 국제유가 안정화 등의 이유로 총리실 규개위에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이후 2011년 9월 총리실 규개위는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개정안을 최종 철회 결정했다. 현재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16일 산업부 규개위를 통과한 상태로 이르면 오는 13일 총리실 규개위에서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이후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공표된다.

정부가 석유가격 공개 및 보고 범위를 확대하려는 것은 석유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정유사간 경쟁 촉진으로 국내 석유가격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정유업계 "평균 가격 되레 오를 것"
하지만 업계는 ‘지역별·거래처별·물량별 공급가' 차이에 따른 시장 혼란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한국석유유통협회 관계자는 “현재 수송비 차이와 거래처별 물량에 따른 공급가 차이 등이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지역별 매출을 단순 비교한다면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 위반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로 국내 석유사업법 제38조의 2항은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판매가격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을 뜻한다. 정유업계는 석유제품의 유통단계별 가격이 비공지성, 비밀관리성 등의 성격을 가지므로 석유 가격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석유 가격 안정’ 의도와 달리 오히려 평균 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를 들어 A정유사가 제품을 한계 비용에 가까운 L당 100원에 팔고, B정유사는 한계 비용이 아닌 상황에서도 제품을 L당 90원에 팔고 있었다면 서로의 평균 가격을 알았을 때 B사가 제품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유사들이 파는 기름이 모두 같은 기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유소 위치, 판매망 등을 고려하면 완전 동일 재화라고 보기 힘들다”며 “실제로 가격 공개를 했을 때 평균 가격이 상향 평준화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건 강원대 경제학부 교수도 "정부가 설명하는 '가격 공개에 따른 석유 가격 안정'이 현실화되려면 주유소가 본인들이 살 수 있는 기름을 직접 고를 수 있어야 하는데, 현행 사후정산제도에서는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개정안 추진 배경은 결국 가격 간섭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에도 개정안 통과 가능성은 있다. 향후 총리실 규개위 회의에서 해당 개정안이 비중요 안건으로 보고되면 논의없이 바로 통과된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심사가 진행되지는 않지만 비중요 안건으로 가지는 않을 것 같다"며 "일각에서 우려는 있지만 정부는 가격 안정 등 순기능이 더 많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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