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날리지 않으려면 이런 상장사 조심하라”
상장폐지 피하려 거짓 재무보고
감사인 부정발견한 사례 분석
부정행위 주체 73%가 경영진
금감원“공시확인 후 신중투자”
#1.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이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끌어와 A상장사의 주식과 경영권을 인수한 뒤,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조달한 돈으로 비상장사 B에 투자했다. M&A세력과 B사는 사실상 공모한 사이로, B사에 투자된 돈은 그대로 M&A세력에 흘러들어가 사적으로 유용됐다. 감사인은 부정위험요소가 있다고 판단해 회사내부감사를 요청했고, 조사 결과 대표이사들의 횡령사실이 확인됐다.
#2. C회사는 영업 손실이 이어져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자 가공의 매출을 재무제표에 올리기로 했다. C사의 대주주는 신규 거래처에 자금을 빌려주고, C사는 거래처와 매출계약을 체결해 가공의 매출을 냈다. 이후 거래처는 C사에 빌린 돈으로 대금을 지급했다. 감사인은 여러 비정상적인 거래와 지출을 발견했고, 신규 거래처 재무제표까지 검토한 결과 사업영위 능력이 없음을 확인해 C사의 부정을 밝혀냈다.
금융감독원은 4일 최근 3년간 외부감사 과정에서 감사인이 부정을 발견한 사례 22건을 수집·분석해 감사 시에 유의해야 할 점을 안내했다. 양호한 재무 실적을 위해 재무제표를 왜곡한 사례가 7건, 횡령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부정행위가 15건이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부정행위의 대부분(73%·16건)은 경영진으로부터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3%는 직원들에 의해 벌어진 일이었다. 사례처럼 무자본 M&A 세력이 상장사를 인수한 뒤 CB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횡령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한 대여금 등을 허위 계상한 사례들이 발각됐다. 상장 요건 충족을 위해 가공 매출을 계상하거나 재고자산을 과대 계상한 사례들도 있었다.
금감원은 감사 시 유의 사항으로 ▲ 비정상적 자금 거래를 하는 무자본 M&A 추정 기업 ▲ 시장조치 대상 재무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 ▲ 특수관계자와의 자금 거래가 빈번한 기업 등을 꼽았다.
또 부정행위 등의 보고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감사인은 회사의 회계부정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이 제기되는 경우에는 감사 혹은 감사위원회에 통보해야한다. 필요시 외부전문가의 조사도 실시해야한다.
아울러 회계법인이 감사역량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회계법인의 감사인력 부족, 인터넷 상거래 등 복잡다변한 거래, 부정거래 증가 등 늘어난 감사위험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감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디지털 감사는 대용량 데이터 분석기술, 감사절차 자동화 등을 일컫는다.
금감원은 투자자에게도 “투자 대상 기업이 무자본 M&A 기업인지, 시장조치 대상 기업인지 등을 공시 자료를 통해 확인하고 신중히 투자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이 이 같은 안내를 통해 경각심을 환기한 이유는 최근 경제 상황 때문이다. 금감원은 최근 경기 침체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경영진이 거짓 재무 보고나 횡령을 할 유인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회계법인에 더 충실하고 꼼꼼한 회계감사를 주문했다.
금감원은 “최근 금리 인상, 금융시장 불안정 지속,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기업들의 매출·재무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 및 자금 상환 유예, 재무 요건 충족 등을 위해 경영진의 부정한 재무 보고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등 자산 가치 급락에 따른 임직원 재무 상태 악화로 횡령 유인도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강남 스와핑클럽’ 남녀 26명... “자발적 성관계, 처벌 어렵다” - 매일경제
- 11일 연속 상한가…보름만에 16배 폭등한 종목의 정체는 - 매일경제
- “시세차익 5억”…로또분양 단지 매물로 나온다 [매부리레터] - 매일경제
- “하루새 불합격으로”…목동 자사고 합격자 60명 ‘날벼락’, 왜? - 매일경제
- [속보] “둔촌주공 청약당첨 포기할 필요없겠네”...실거주의무 없애고 중도금 대출 허용 - 매일
- “김밥이 이 가격이라고?”…만원으로 냉면도 못 사먹네 - 매일경제
- ‘76m 절벽서 추락’ 탑승자 4명 모두 살았다…어떤 차 탔길래? - 매일경제
- 코로나 이전 가격 회귀...‘노·도·강’의 눈물 사그라들까 [매부리TV] - 매일경제
- “꼭 그렇게 다 가져야 했냐”…‘탐욕화신’ 그랜저 HV, 가성비 사장차 [카슐랭] - 매일경제
- 삼성 ‘황태자’는 어떻게 범죄 종합 세트로 전락했을까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