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2인자로 떴다… 머스크 뒤이을 중국계 이 남자
전례 없는 주가 폭락에 시달리는 테슬라의 인사 소식 하나가 관심을 끌고 있다. 로이터는 3일(현지 시각) 톰 주 테슬라 중국법인 대표가 미국 생산과 북미, 유럽 판매사업부를 총괄하는 지위로 승진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에도 다른 완성차 업체처럼 직급 체계가 존재하지만, 테슬라의 1부터 10까지를 관여하는 ‘나노 매니저’ 스타일인 일론 머스크나 소수의 엔지니어 외에 언론과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은 이는 드물었다.
외신들은 톰 주 대표를 ‘라이징 스타’로 묘사하며, “테슬라 내에서 머스크 다음으로 높은 위치에 올랐다”고 전하고 있다. 말 그대로 테슬라 넘버 2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 소식이 주목받는 건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있었던 일론 머스크의 스톡 옵션 관련 재판 때문이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의 아들이기도 한 제임스 머독 테슬라 이사는 이 자리에서 “머스크가 잠재적 후임자를 물색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구체적인 이름을 전하지 않았는데, 월가와 외신에선 톰 주를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
◇중국계 뉴질랜드인, 공영 아파트 살고 일에만 포커스된 삶
톰 주는 중국계 뉴질랜드인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과대학에서 IT상업학을 전공했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로이터에 따르면 톰 주는 이후 듀크대 동창들이 설립한 중국 회사에서 아프리카에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자문을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그가 테슬라에 합류한 건 2014년이다. 톰 주 대표는 처음엔 중국의 슈퍼차저(테슬라 고속충전소) 네트워크를 개발하기 위한 역할로 고용됐다. 이후 슈퍼차저가 성공적으로 설치되고, 이후 상하이 공장 건설과 운영 등에도 관여하게 된다. 미 전기차 전문지 일렉트렉은 “회사 수익에 막대한 이바지를 하는 상하이 공장의 건설과 운영 등은 톰 주의 리더십 아래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톰 주는 다소 내향적이고 조용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부를 이뤘음에도 상하이 공장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공영 아파트에서 거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론 머스크가 선호하는 ‘24시간 일할 수 있는 인재’의 전형인 셈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톰 주에 대한 대외 평가를 강화하는 시기였다. 그는 지난해 6월 중국 상하이 테슬라 공장이 코로나 봉쇄로 인해 멈추자, 일일이 협력 업체 직원을 설득하며 공장 정상화 작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두 달 가까이 현장에서 숙식하며 이른 공장 정상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후 상하이 공장은 지난해 3분기 모델Y와 모델3 생산을 70% 늘렸다.
◇일론 머스크 다음은 톰 주
외신들은 이번 인사가 단행된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 주주들은 머스크가 트위터 경영에서 손을 떼고 테슬라 경영에 집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머스크는 톰 주에게 중국이 아닌 글로벌 판매와 생산 부문을 이끌게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머스크는 차량의 설계 및 개발에 집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톰 주에 대한 일론 머스크의 신뢰는 지난해 그가 미국 공장으로 급파된 사례에서도 읽을 수 있다. 지난해 말 톰 주가 이끄는 상하이팀은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과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 급파됐다. 테슬라 오스틴 공장은 모델Y 생산 증대와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 트럭의 내년 출시를 준비 중이며, 프리몬트 공장에서는 모델3 부분 변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이버 트럭 출시 등이 지지부진 하자 이를 해결할 적임자로 톰 주를 찍어 보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해 말부터 테슬라 안팎에선 일론 머스크 후임이나, 적어도 일론 머스크와 합이 맞는 걸출한 경영자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제임스 머독 테슬라 이사가 일론 머스크가 후임을 물색했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논의는 더 뜨거워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제임스 머독의 언급은 머스크가 테슬라의 다음 챕터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한편, 지난 2일(현지 시각) 테슬라는 2022년 한 해 동안 인도량(판매량) 131만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과 비교하면 40% 늘어난 수치지만, 애초 목표였던 50% 증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4분기 인도량 역시 월가 예상치(43만대)를 밑돈 40만5278대를 기록했다. 이에 테슬라 주가는 3일 12% 넘게 하락한 108.1 달러를 기록했다. 톰 주가 지지부진한 사이버 트럭 출시 등을 앞당길 수 있느냐 여부가 향후 테슬라 주가 향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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