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도 붙는 은행원 퇴직… 40대면 짐싼다 [뉴스+]
다른 은행들도 희망퇴직 바람… 디지털 구조조정 속도
은행점포 수 1년반새 11% 감소… 직원은 3100명 줄어
올해 나빠진 경기 변수… 은행원, 새로운 도전할지 고민
은행의 은퇴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은행은 다른 직군에 비해 유독 희망 퇴직 연령이 낮았는데, 디지털화의 영향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선 은행들이 그 연령을 더 낮추고 규모도 키우고 있다. 은행원 감소와 함께 점포 축소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퇴직은 희망퇴직을 말하는데, 직급과 연령에 따라 최대 24∼26개월치의 평균임금을 준다. 또 1968∼1970년생의 경우 자녀 학자금, 의료비, 재취업·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매년 상·하반기 진행되는 임금피크 특별퇴직 역시 함께 실시할 예정으로, 이들에게는 최대 31개월치의 평균 임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앞서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이 지난해 12월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우리은행은 만 43세 이상, 농협은행은 만 40세 이상이 대상에 포함됐다. KB국민은행도 희망퇴직을 받는데, 다른 은행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다. 국민은행의 희망 퇴직 대상은 1967년생부터 1972년생으로 만 50세 이상이다. 여기에 신한은행도 올해 시작과 함께 만 44세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특별퇴직금은 출생연도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월급을 지급한다.
은행의 희망퇴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주요 시중은행의 희망퇴직으로 은행원 4500명 가량이 짐을 쌌다. 하나은행은 지난해에도 만 40세 이상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 신청을 받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기준 1965년~73년생을 대상으로 만 48세 이상이 희망퇴직 대상이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신한·우리·농협 등 4대 은행에서만 2000명이상이 퇴직을 신청했고, 소매금융사업에서 손을 떼는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희망퇴직 신청자가 2300명에 달했다. SC제일은행도 최대 60개월분까지의 임금을 지급하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면서 500명 가까이가 회사를 떠났다. 금융권은 올해 겨울, 4대 시중은행의 퇴직자 규모가 2000∼3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수억원의 목돈을 만질 수 있는 건 매력적이지만, 이직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거의 모든 은행이 인력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은행 간의 이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퇴직을 택한다면 새로운 직업을 갖거나 개인 사업을 시작하는 그야말로 인생 2막을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경기 하강 국면에서 일자리 시장까지 얼어붙는 마당에 추운 ‘집밖’으로 나가기는 부담스럽다.
반면 떠나고 싶은 동인 역시 크다. 은행원들 역시 장기적으로 은행의 디지털화와 규모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향후 은행의 영업이익이 감소할 경우 퇴직 조건이 지금보다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한 시중은행원은 “과거엔 나이를 먹으면 그래도 은행 지점장은 하지 않겠나 생각했지만, 지금은 점포 축소로 자리 자체가 많지 않다”면서 “은행원들은 사내 경쟁력이 있는 기업금융이나 프라이빗뱅킹(PB) 쪽을 선호하는 추세고 떠날 고민을 하는 이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은행 지점 수 역시 늘어나는 은퇴자 만큼이나 빠르게 줄고 있다. 은행연합회 은행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점포수는 지난 2021년 3월말 3515개에서 지난해 9월에는 3111개로 11%가 넘는 404개가 줄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은행원(임원을 제외한 정직원) 수는 6만6112명에서 6만2998명으로 3114명 감소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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