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데려온’ 허웅과 전성현, TOP 슈팅가드의 힘!
올시즌 가장 뜨거운 슈팅 가드를 꼽으라면 고양 캐롯 점퍼스 ‘불꽃슈터’ 전성현(31‧188.6cm)과 전주 KCC 이지스 ‘KBL 아이돌’ 허웅(29‧185.2cm)이 빠질 수 없다. 각각 비시즌간 FA를 통해 팀을 옮긴 케이스인데 적응에 대한 우려가 무색할 만큼 각자의 소속 팀에서 미친 존재감을 뿜어내며 최고 2번으로서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에 팬들 사이에서는 ‘복덩어리가 굴러들어왔다’며 칭찬일색인 분위기다.
최근 몇시즌간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역대급 슈터중 한명으로 이름을 굳혀가고 있는 전성현은 새로운 팀 캐롯에서도 뜨거운 손끝 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올시즌 28경기에서 평균 20.18득점(전체 2위), 2.96어시스트, 1.75리바운드, 1.18스틸을 기록중인데 외곽슛을 특기로하는 슈터답게 3점슛에서 발군의 존재감을 드려내는 모습이다.
경기당 4.07개(1위)를 43.51%의 성공률로 적중시키고 있다. 성공률은 전체 3위지만 1, 2위의 경기당 3점슛 개수가 2개가 안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1위나 다름없다. 보통 시즌초 뜨겁게 불타오르다보면 중반 정도에 이르러서는 슛감이 식기 마련이지만 전성현은 다르다. 잠깐씩 주춤한 적은 있었으나 그 텀이 길지않다.
3라운드에서는 페이스가 더욱 가파르다. 9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33분 58초 동안 25.7득점 2.8어시스트, 1.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경기당 5.4개의 3점슛을 50.5%의 성공률로 꽂아넣었다. 그야말로 미친 퍼포먼스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선수층이 깊지않은 캐롯의 선수 구성상 전성현에게 가해지는 수비 압박감이 엄청난데 이를 이겨내고 성적이 더올라가고 있다는 점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선수 평가에 인색한 김승기 감독 조차 “역대급이다. 슈퍼스타다”며 칭찬을 남발할 정도다. 20득점 이상 연속 경기 10회, 18년만의 라운드 평균 25득점 이상, 최소 경기 3점슛 100개, 69경기 연속 3점슛 등 3점슛에 관한 기록을 계속해서 깨트려나가고 있다. 현재의 페이스를 이어나간다면 역사상 첫 3점슛 200개도 넘길 가능성이 충분해보인다.
KGC시절까지만해도 잘하기는 하지만 팀 동료와 시스템의 덕을 많이 보고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실제로 KGC에는 단단하고 영리하게 스크린을 서줄 토종 빅맨 오세근, 돌파에 능한 변준형, 수비 장군 문성곤, 양희종 등이 버티고 있었던지라 슈터가 활약하기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그러한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캐롯으로 둥지를 옮겨서도 펄펄 날고 있다.
받아먹는 슛은 물론이거니와 집중 수비 속에서 터프샷을 쏘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전혀 개의치않는 모습이다. 슛 타이밍은 더욱 빨라졌으며 위치, 비거리 등도 가리지 않고 있다. 수많은 슈터를 경험한 전창진 KCC 감독 또한 “그날 슛감이 덜하기만 바랄 뿐 제대로 막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만약 캐롯이 플레이오프에 올라가고 전성현이 현재의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정규리그 MVP도 유력해보인다.
전성현이 3점슛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리그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면 허웅은 전 영역에 걸쳐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며 또 다른 최고 2번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전성현이 워낙 슛에 있어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고있어 다소 가린감도 있으나 허웅 또한 커리어하이였던 지난 시즌 못지않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허웅은 28경기에서 평균 16.79득점(전체 7위), 4.82어시스트(전체 3위), 2.54리바운드, 1.18스틸을 기록중이다. 득점, 3점슛 부분에 있어서는 전성현에 미치지 못하지만 어시스트, 리바운드 등에서는 앞서고 있다.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허웅은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슈터에서 전천후 슈팅가드로 플레이 스타일이 확실하게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여전히 볼없는 움직임이나 받아먹는 슛에 강점을 가지고있지만 자신이 주도적으로 볼을 잡고 게임전개를 진행하거나 이대이 게임을 펼치는 등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현재 KCC에 볼 핸들링, 리딩이 좋은 1번 자원이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각 부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허웅의 팀 공헌도는 전성현 못지않다고 할 수 있다.
전성현이 그렇듯 허웅 또한 시즌이 거듭될수록 발전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특히 약점으로 꼽혔던 수비 부분에서도 장족의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보여주고 있는 플레이만 놓고봤을때는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아도 될 정도로 수비력이 부쩍 늘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 분위기다. 마크맨을 찰거머리처럼 끈질기게 따라붙는 것을 비롯 스크린을 빠져나가는 요령이나 미스매치시 임기응변 등에서 확실하게 제몫을 해주고 있다.
거기에 더해 허웅은 코트 밖에서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리더로서의 자질을 인정받고 있다. KCC의 분위기 반전 후 상승세를 만들어낸 팀 미팅은 너무도 잘 알려진 일화다. 최근에는 전창진 감독이 “외국인선수 론대 홀리스 제퍼슨과 다소 갈등이 있었는데 허웅이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잘 해줘서 무탈하게 넘어갔다. 개인적으로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직접 밝히며 또다시 팬들의 칭찬세례가 이어졌다.
최근 국내 농구에서는 2m안팎의 장신 스윙맨들이 대거 등장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전성현, 허웅같이 색깔이 다르면서도 빼어난 2번 자원들이 함께 성장해준다면 각자의 팀은 물론 농구계 전체적으로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외국인선수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고있는 두 토종 에이스가 현재의 활약을 시즌 끝까지 이어나갈지 지켜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박상혁 기자,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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