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나문희 "지금도 울컥하는 작품…딸·손자 자랑스러워 해"
영화 '영웅(윤제균 감독)'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나문희는 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극 중 안중근의 모친 조마리아 여사를 연기한 것에 대해 "아들을 희생 시키려면 엄마로서 얼마나 큰 힘이 필요하겠나. 내가 그걸 못 할까 봐. 그 부분을 망설였다"며 "그럼에도 가상의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 아닌가. 그 묵직함이 다르다. '나한테 이런 차례가 왔는데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영화 공개 후 접한 반응이 있냐"는 질문에는 "큰 애는 음악을 하고 있어서 내 노래를 조금씩 가르쳤다. 내가 레슨을 받았다. 그게 본인 경력에도 도움이 되는지 막 자랑을 하는 것 같더라. 크레딧에도 이름이 살짝 올랐다"며 "손주는 프로 골퍼인데 혼자 가서 영화를 봤다고 하더라. '옆에 앉은 관객이 안 우는 것 같았는데 할머니가 나올 때 손수건을 꺼내 막 얼굴을 문질렀다'면서 자랑스러워했다. 이튿날 떡국을 끓여줬더니 '오, 이거 나문희가 끓여주는 떡국~' 하면서 너무 잘 먹었다"고 귀띔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나문희는 당초 '영웅' 출연을 고심했다고. "'그래도 나를 믿으니까 시켰겠지'라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한 나문희는 "근데 여사님이 너무 엄청난 분이라. 아직도 그 큰 뜻을 내가 다 이해하기는 솔직히 힘들다"며 "사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울먹울먹하다. 얼마나 북받치겠나. 물론 연기할 땐 최대한 울지 않으려 노력했다. 목 끝까지 차오르는 걸 안으로 삼키면서 연기로 격려하려 노력했다. 속마음은 보여지는 것 보다 더 많이 많이 슬펐다"고 토로했다.
이어 "부모에게 자식은 10살인든, 20살이든, 50살이든 아이 아니냐. '어떻게 내 자식에게 그럴 수 있니'라는 그 속은 내가 아무리 표현했다고 해도 조마리아 여사님의 실제 심경보다 훨씬 덜 했을 것이다"며 "그런 힘겨운 감정을 연기할 땐 아무래도 가족들에게 좀 더 투영하기 마련이다. '현실에서는 없었으면 좋겠다' 늘 기도한다"고 전했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다. 나문희는 극중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 역할을 맡아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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