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억 이상 써야 발레파킹… 백화점 빅3, VIP 기준 높인 까닭

김자아 기자 2023. 1. 4. 14: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 명품관 샤넬 매장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명품가방 사고 가전도 바꿨는데…얼마나 돈을 더 써야 되나”

‘백화점 빅3′가 자체 우수고객(VIP) 제도 기준·혜택을 잇달아 조정하고 있다. 기준은 높이고 혜택은 줄이는 방향이다. 배경엔 코로나 사태가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국내 명품소비가 급증하고 신규 VIP가 늘어난 결과, 백화점들이 VIP를 상대로한 비용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年 9000만원 쓰는 고객도 백화점 길거리서 발레파킹 맡겨야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2일부터 새로운 우수고객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 ‘MVG’라는 이름 대신 ‘에비뉴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VIP 제도 변경은 도입 20년만에 처음이다.

에비뉴엘 멤버는 연간 지출액에 따라 ‘블랙’부터 맨아래 ‘그린’까지 5개 등급으로 나뉘어, 등급에 따라 무료주차, 발레파킹서비스, 무료음료, 라운지 이용, 특별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VIP 등급은 과거 MVG 때는 7개 등급이 있었는데, 제도 개편과 함께 등급 숫자가 줄었다.

업계에서는 등급 축소의 핵심이 ‘중간 레벨 VIP’의 숫자를 줄이는 데 있다고 본다. ‘아예 돈을 더 써서 등급을 올리든지, 아니면 아랫급 서비스로 만족하라’는 메시지가 읽힌다는 것이다. 불만이 나오는 그룹은 과거 별도의 등급을 부여받았다가 ‘연 매출 4000만원 이상’ 고객과 통합된 ‘연 매출 6000만원 이상’ VIP들이다. 예컨대 이들이 기존에 제공 받던 대리주차(발레파킹) 서비스가 불편해졌다. 연 9000만원을 쓰는 고객도 백화점 내부가 아닌, 도로변에서 차를 맡기거나, 진입이 편리한 1층 대신 줄을 서서 지하 주차장까지 직접 차를 몰고 들어간 뒤에야 발레파킹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이러한 매출 금액 기준도 등급별로 200만~1000만원 추가 상향한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부터 중간 등급(쟈스민) 기준을 ‘연간 4000만원 이상’에서 ‘5500만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보다 윗급인 쟈스민 블랙 기준도 8000만~9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올렸다.

신세계백화점은 연간 구매금액 400만원 이상의 레드부터 최상위 999명을 선정한 트리니티까지 6개 VIP 등급을 두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연 구매 금액 400만원 이상인 VIP 고객(레드 등급)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 온 ‘무료 음료 상시 제공 쿠폰’ 혜택을 없앴다.

2030 고객이 음료를 마시고 갈 수 있는 전용 VIP 라운지. /현대백화점

◇코로나 명품 활황에 VIP 숫자도 급증, 백화점 부담 커져

백화점들의 이 같은 VIP 제도 개편의 배경은 비용 절감이라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국내 명품 소비가 급격히 늘면서 VIP 대상자도 크게 늘었다”며 “VIP 혜택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등급 기준 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년간 백화점 명품 매출이 크게 늘었다. 신세계 백화점의 경우 전체 매출 중 명품 비중은 2019년 16% 수준에서 2021년 25%까지 커졌고, 지난해 26%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에 지난해 전국 백화점 11곳이 1조원 매출을 넘어섰다. 롯데는 본점·부산본점, 신세계는 센텀시티점·대구점·본점, 현대백화점은 판교점·무역센터점·본점, 갤러리아 명품관 등이다.

백화점 VIP들 사이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일부 고객들은 “얼마나 돈을 더 쓰라는 거냐”며 볼멘소리를 냈지만 또 다른 고객들은 “실적 채워서 윗등급 받는 게 낫다”며 VIP 등급 유지 의지를 드러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