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호갱, 유통구조 탓”…2년 전 연구결과, 지금은?
그러나 이 같은 지적이 최근 상황에 들어맞을지 의문도 따른다. 이용자들이 단말기와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졌고 이통사 간 경쟁이 혜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상황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김민철 KISDI 통신전파연구본부장은 영상에서 “휴대폰과 이동통신서비스는 둘 중 하나만 있어서는 효용성이 없어 이통사들이 자사 서비스를 단말기와 묶어 파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며 “문제는 이런 특성을 감안해도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에서 이통사 판매망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국내 휴대전화 판매 경로 중 오프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81.5%다. 전 세계 기준보다 5.5%포인트 높다.
반면, 순수 온라인 소매 채널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전 세계 평균이 14.2%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국토가 작아 오프라인 매장 접근성이 좋고 이 오프라인 매장 인프라를 가장 잘 구축한 곳이 국내 이통사”라며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이통사 판매망의 압도적 의존도는 여기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휴대전화 유통채널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이통사 공급채널(제조사-이통사-대리점-판매점), 제조사 자급제 유통채널, 제조사 대리점 직접 공급채널 등이다.
제조사가 직접 판매하지 않고 중개인을 활용하면 경쟁 효과가 발생해 소비자 후생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휴대전화 시장은 이와 다르다는 것이 김 본부장의 주장이다. KISDI가 이통사의 복잡한 유통망이 휴대전화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모형 분석을 진행한 결과다.
김 본부장은 “특정한 유통단계가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경쟁이 불충분해 전체적인 사회 후생이 감소한다”고 했다.
이어 “유통단계별로 경쟁사 간 차별성이 매우 중요한데 이 차별성이 낮을수록 중개인이나 대리인을 활용할 유인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유통단계는 복잡해진다”며 “이 경우 직접판매와 같은 단순 유통 구조에 비해 사회 후생은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결국 국내 휴대폰 시장의 유독 복잡한 유통구조, 즉 고객을 호갱으로 만드는 현상의 근본 원인은 이통사 간의 차별성 부족, 유통단계별 경쟁의 부족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한 휴대전화 판매 비중은 20~30%대를 기록하기도 한다. 온라인 판매 비중이 1.7%에 불과하다는 지적과는 차이가 크다.
이통사의 휴대전화 유통구조도 일반 상품과 단순비교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반 상품은 유통단계마다 가격이 불어난다. 반면 이통사의 경우 대리점에 휴대전화 보조금을 지급하고 대리점이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자급제폰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도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 조사를 보면 2021년 하반기 기준 휴대전화 구매자 3명 중 1명은 자급제폰을 구입했다.
자급제폰을 구입한 이유로는 ‘요금제 선택이 자유로워서’라는 응답이 40%로 가장 많았다. 20대와 30대의 경우 ‘통신사 매장이 불편해서, 싫어서’라는 응답이 각각 23%, 19%로 나타났다.
컨슈머인사이트는 판매원의 상품 권유 행태에 대한 반감과 코로나로 인한 대면 접촉 기피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 특성이 반영된 영향으로 해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를 선택할 수 있는 경로가 많아졌고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좋은 혜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며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도 많이 나왔었던 만큼 오프라인 의존도가 높아서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은 꽤 지난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연구 결과를 고려해 유통채널 경쟁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조사와 이통사 간 단말기 공급과 관련한 공정거래 관련 규정을 자급제 단말기 유통채널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며 “온라인 유통채널과 자급제 단말기 확산을 위해 온라인 인증을 간소화하고 인증수단을 다양화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복잡한 단말기 유통구조를 효율화하기 위해선 이통사, 유통점 등 여러 단위에서 차별화된 사업자가 등장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업자 사이의 차별성을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 완화를 앞으로도 꾸준히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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