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단 '9·19합의' 무력화에 尹 "효력 정지 검토"… '원칙 있는 대북조치'

서재준 기자 2023. 1. 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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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 침범하면…" 안보실 등에 지시
지난달 무인기 도발 등 연이은 '합의 위반'에 직접 경고
윤석열 대통령(대통령실 제공) 2023.1.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의 잇따른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 행보로 결국 9·19 합의는 파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최근 발생한 북한 군용무인기 침범과 관련해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라고 국가안보실 등에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북한의 각종 합의 위반 행보에 결국 '원칙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지난 2018년 평양 정상회담의 결과물로 도출한 9·19 군사합의의 정식 명칭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다.

여기에는 남북이 상호 간에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기 위한 방안들로 채워져 있다. 합의의 1조에 남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라고 명시했다.

이는 남북이 연평해전 등 우발적 충돌로 인한 불행한 마찰을 겪은 과거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데 방점이 찍힌 문안이기도 하다. 또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도발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남북은 합의서 1조 1항에 △쌍방은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협의·해결하며, 어떤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쌍방은 어떠한 수단과 방법으로도 상대방의 관할구역을 침입 또는 공격하거나 점령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2조에는 이를 위한 실행 방안 중 하나로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 안(완충구역)에서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동해 남측 속초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폐쇄 조치 실행을 명시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해 12월31일과 지난 1일 단행한 '초대형방사포' 발사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그러나 북한은 지난해 10월13~14일 수차례 '복합 도발'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해상 완충구역에 총 560여발의 포탄을 발사하는 도발을 단행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2일엔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3발 중 한 발이 북방한계선(NLL) 이남 공해상에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이는 모두 9·19 군사합의의 세부 내용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지난해 12월26일 5대의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행위도 9·19 군사합의에 명시된 금지 사항을 정확하게 위반한 행위다.

남북은 9·19 군사합의 1조 3항에 군사분계선 일대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 이에 따르면 △고정익항공기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동부지역은 40km, 서부지역은 20km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한다 △회전익항공기의 비행금지구역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10km로, 무인기는 동부지역에서 15km, 서부지역에서 10km로, 기구는 25km로 적용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때문에 북한의 무인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측 지역까지 들어온 것 역시 명백한 합의 위반 행위다.

그러나 북한은 합의 위반과 관련해선 어떠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자신들의 무력도발이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행동이라고 주장하고만 있다. '자위적' 상황이 필요한 이유가 한미의 '대북 적대시' 때문이라면서다.

지난해 북한이 합의 위반에 해당하는 각종 도발을 이어갈 때 이미 한차례 9·19 군사합의 파기 필요성과 관련한 여론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신중한 태도로 우리 측이 이를 선제적으로 파기하거나 '무력화'하는 선택을 내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권영세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합의 파기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발언하며 여론을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그는 "도발의 질적인 변화가 있을 때는 효력 정지 등을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그 이후 북한은 11월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발사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바짝 끌어올렸다. 또 ICBM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새 고체연료 엔진 개발 동향을 공개하고, 군 정찰위성 개발 및 발사를 시사하며 서울과 인천 일대의 위성사진을 공개하는 등 우리를 향한 도발적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무인기 도발은 북한이 '총체적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군사적 위협 행보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여기에 북한은 올해 새해 국정기조를 확정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올해 '핵탄'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무기'를 다량 생산하겠다며 '핵위협'의 강도를 또 높였다. 지난해 마지막날과 새해 첫날에 남한 전역을 겨냥하는 '600mm 초대형방사포' 도발까지 감행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지시는 이같은 무차별적 북한의 도발 행위가 결국 '도발의 질적인 변화'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이 이미 올해도 각종 무력도발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정부로서도 '원칙있는 조치'가 더 중요한 시점이 됐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다만 '합의 파기'보다는 '효력 정지'를 택해 향후 정세 변화에 따라 9·19 군사합의의 효력을 되살릴 수 있는 선택을 했다. 이는 정세 긴장의 심화를 막기 위한 공을 북한에 다시 넘기며 정세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 효과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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