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히 떠난 ‘23명의 홈리스’…현실에 부딪힌 ‘장사법’
매년 무연고 사망자 시신 처리 증가 추세
“마지막 존엄성 지켜야”…‘공영장례 지원’ 목소리
가족과 30여년간 연락을 끊고 살아온 한모씨(79)는 지난해 5월 요양병원에서 외로이 생을 마감했다. 연고자가 없어 한씨의 시신은 별도의 장례 절차 없이 화장됐다. 홀로 노숙생활을 하던 양모씨(57)도 지난해 2월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양씨의 경우 연고자가 있었지만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 장례는 치러지지 않았다.
4일 대전 벧엘의집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의 홈리스 23명이 길거리나 쪽방촌·요양원 등에서 사망했다. 2018~2022년 5년 간 이 지역 홈리스 사망자는 109명에 이른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1년 발표한 보고서 ‘무연고 사망자 장례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보면 전국 무연고 사망자 시신 처리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6년만 해도 1820건에 불과했던 무연고 사망자 시신처리는 2017년 2008건, 2018년 2447건, 2019년 2656건, 2020년 2947건으로 늘고 있다. 연고자가 시신인수를 거부하는 경우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1850건(69.6%), 2091건(70.9%)에 달했다.
보고서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에는 무연고자와 관련해 시신 처리만 규정돼 있다”며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고된 삶이 마지막 단계에서도 애도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무연고 사망자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공영장례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벧엘의집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전·세종·충남지회, 빈들공동체감리교회 등은 지난달 22일 대전역 앞에서 ‘대전노숙인추모제’를 열고 세상을 떠난 홈리스들의 영혼을 추모했다.
홈리스의 시신은 대부분 장례 절차 없이 화장된다. 장사법에 따라 무연고 사망자 시신은 지자체가 처리하게 돼 있는데 지자체는 장례 비용이 아닌 시신 처리 비용만 지원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장례 자격과 절차는 혈연 중심으로 규정돼 있다. 장례 절차를 위한 사망진단서 발급과 사망신고 등은 친족만 할 수 있다. 사실상 가족이 아닌 사람이 시신을 인수해 장례를 치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 개인적 친분이나 사회적 연대에 따라 장례주관을 희망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연고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사업무안내’를 마련했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침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는 “무연고 시신의 최소한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공영장례가 치러지고, 해당 절차가 전국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조례 제정과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원용철 벧엘의집 목사는 “홈리스를 지원·관리해오던 사회복지시설도 이들의 장례에는 관여할 수 없다”라며 “홈리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역사회 공동체가 함께 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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