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미국 '무노조' 원칙 깨졌다…블리자드 인수 추진 여파?
빅테크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의 미국 사업장에 첫 노동조합(노조)이 결성됐다. 지난해부터 미 대형기업을 중심으로 퍼진 노조 결성 열풍 속 MS가 대형 게임개발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블리자드) 인수를 위해 친노조 행보를 보인 것이 첫 노조 탄생으로 이어졌단 분석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BBC·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통신근로자노동조합(CWA)은 이날 MS의 비디오게임 자회사인 제니맥스 스튜디오(제니맥스) 직원 306명 중 과반이 노조 설립에 찬성했다며 MS의 미국 사업장 내 노조 결성 소식을 알렸다.
통신근로자노동조합은 이번 투표가 메릴랜드와 텍사스에 있는 제니맥스 사무실 4곳에서 직원들이 압도적으로 노조 가입에 투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확한 투표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MS 근로자들이 미국 사업장에서 노조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니맥스는 역할수행게임(RPG)인 엘더스크롤, 폴아웃, 둠 등을 보유한 기업으로 지난 2021년 MS에 인수됐다. 제니맥스 근로자들은 저임금과 장기간의 근무 등 근로환경 문제가 노조 설립 추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노조 결정은 게임 품질 테스트 담당 직원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니맥스 본사에서 5년간 근무했다는 웨인 데이베리 수석 게임 테스터는 "업계 전반에 걸쳐 품질 보증 부서는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 매우 적은 급여를 받으며 교체 가능한 톱니바퀴 취급을 받는다"며 노조 설립이 근로자들의 유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또 회사가 MS에 인수되기 전부터 노조 설립을 추진해 왔다고 덧붙였다.
MS 미 사업장 내 첫 노조 설립은 아마존, 스타벅스, 애플 등에 이은 미 대형기업의 '무노조 경영' 원칙 파괴 사례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나타난 근로자 품귀 현상 속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전국노동관계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30일 기준 최근 1년간 제출된 노조 설립 청원서는 전년 대비 53% 증가한 2500건 이상으로, 2016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찬반 투표 직후 노조 설립을 인정한 MS의 행보는 직원들의 노조 설립에 거부감을 보였던 다른 기업과는 상반된다. 애플과 아마존 근로자들은 지난해 첫 노조를 결성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사측과 대립하는 진통을 겪었다. 앤디 제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노조가 결성되면 직원들의 권한이 줄어들 수 있다. 노조가 없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노조 설립에 반대했다.
외신은 MS가 업계 최대 규모로 평가받는 블리자드 인수 허가를 위해 노조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고, 이것이 제니맥스 노조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MS는 지난해 1월 블리자드를 게임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금액인 687억 달러(약 87조62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후 여론 등을 고려해 블리자드 노조를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 블리자드는 2021년에 불거진 사내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를 계기로 노조 활동을 본격화했다.
MS는 지난해 6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블리자드 '인수 허가'를 받기 위해 통신근로자노동조합과 노동 중립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해당 협약에는 MS가 노조 가입 의사를 밝힌 직원들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근로자들의 공개적인 노조 결성 논의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통신근로자노동조합의 베스 앨런 대변인은 성명에서 "MS는 계속해서 그들의 말을 확실히 지켰다"며 MS가 노조 결성을 반대하는 다른 기술기업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고 치켜세웠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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