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미술시장 하락세 완연…‘구매자 주도’로 돌아서”
지난해 4분기 미술시장이 완연한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구매자 주도’ 시장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가 오늘(4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미술시장 분석보고서’를 보면, 12월 마지막 국내 경매는 메가 컬렉터의 단일 소장품 경매로 최고 매출을 기록한 해외 경매 시장과는 달리 치열한 경합도, 눈에 띄는 경매 기록도 없이 불안감 속에서 차분하게 마무리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센터는 “주요 작가의 몇몇 주요 작품을 제외하고는 유찰되거나 하한가 선에서 낙찰되는 등 하락세로 접어든 시장의 전형적인 면모를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위탁작품들을 대기하도록 줄을 세우던 경매사는 작품 수급에 난항을 보이면서 출품작 수량은 감소하고, 전반적으로 고점까지 상승한 가격과는 대조적으로 수요를 이끌 만한 주요 작품이 없는 경매 포트폴리오로 인해 낙찰률은 하락했고, 그 결과 구매 심리는 더욱 위축되어 결과적으로 더욱 낮은 낙찰률로 이어졌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투자 목적으로 유입된 수요는 낙찰률과 가격이 더 내려가기 전에 처분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 가격을 양보하면서라도 판매를 시도했지만, 구매 수요는 가격 협상에 우선권을 가지고 작품을 선별해 나가는 구매자 주도(BUYER’S MARKET)의 시장으로 이미 돌아섰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자 분석”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정기 미술시장에서 믿을 만한 작가는 이우환밖에 없다는 듯 미술품 유통시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바쁘게 이우환의 작품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센터는 “보이는 거래인 경매 기록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유통시장, 조각투자, 미술품 신탁펀드 등 새로운 유형의 투자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으로 확대되어가는 미술시장에서 이우환이 갖는 무게감은 조정기에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구매 선택지가 현저하게 부족한 현 시장 구조를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블루칩 작가군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유통할 수 있는 시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국내 경매사의 미술품 경매는 모두 여섯 차례 열렸고, 낙찰 총액은 약 250억 2천만 원으로 한 해 전보다 약 61% 감소했습니다.
판매 작품 수도 354점으로 2021년 4분기보다 약 53.5% 줄었고, 출품 취소 비율은 약 2.5%에서 5.25%로 높아졌습니다. 출품 취소와 유찰로 경매 진행이 빨라지고 대부분 작품이 경합 없이 하한가에 낙찰됐습니다.
센터는 “시장을 그나마 견인하던 이우환의 경우도 지난해 동기 대비 출품작도 약 53%가 줄었지만, 낙찰률 또한 지난해보다 22%에 낮은 약 57%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미술시장 특히 경매시장의 어려운 상황을 대변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를 제외하고 다섯 차례 메이저 경매에서 해외 작가의 출품비율은 약 19.2%였습니다. 비교적 해외 작품으로 구성됐던 서울옥션 홍콩경매를 포함해서 분석해보면 낙찰가도 4분기 총 낙찰총액의 약 21%로 한국미술시장에서 해외작품의 선전도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센터는 “특히 해외 경매사들이 소위 명가 명품이라고 하는 단일 컬렉션으로 2022년 부진했던 매출을 만회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한국미술시장의 컬렉션 역사가 일천한 상황이 향후 미술시장의 경기회복에도 여전히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향후 글로벌 마켓으로 한국미술시장이 한국의 컬렉터뿐만 아닌 해외 컬렉터들과의 네트워크도 확대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센터는 고무줄 같은 경매 낙찰률도 문제로 꼽았습니다.
센터는 “전체적으로 2022년 4분기 서울옥션과 K옥션 등 양대 옥션의 평균 낙찰률은 약 66.2%로 나타났다. 이는 경매 당일 경매 결과가 바로 집계되어 발표되는 결과를 집계했을 때의 수치”라면서, “하지만 며칠 지나 경매사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나타나는 경매결과는 약 86.12%로 집계된다. 약 20%의 차이가 나타나는데 이는 출품작 중에서 출품취소 또는 경매에서 출품작이 각종 이유로 내려가는 경우를 반영한 결과라고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10% 미만의 차이는 이해할 수 있다지만, 20%나 차이가 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흔히 미술시장의 낙찰률과 고가작품의 낙찰 효과는 미술시장을 견인하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로 활용된다고 하지만, 미술시장의 지속 가능성과 건강한 유지 발전을 위해서 보다 분명하고 정확한 통계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센터는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초현대미술 작가군에 대한 기대와 미련을 접어야 하며, 잠시 멈추고 시장을 관망하면서 호황기 동안 움직였던 작가 및 작품들의 현재를 되돌아보면서 숨 고르기 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김석 기자 (stone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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