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세탁기 유리문 깨져” LG전자, 전국 매장서 날선 비방전

최지희 기자 2023. 1. 4. 11: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G베스트샵, 삼성 세탁기 불량 기사 입간판
“작년 전국 매장에 배포…게시 지침 내려와”
삼성도 “LG 자동세척 거짓” 저격 마케팅
지나친 비방전에 ‘소비자 피로감’ 지적 나와
최근 LG 베스트샵 매장에 입간판으로 홍보되고 있는 '삼성전자 세탁기 불량 사태' 관련 보도 기사. /최지희 기자

LG전자가 지난해 논란이 된 삼성전자 세탁기 불량 사태와 관련해 가전제품 유통회사를 중심으로 경쟁사 저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불량 사태 관련 보도 기사를 입간판으로 만들어 LG전자 자체 유통점인 LG베스트샵에 내건 것이다. 삼성전자가 수년 전부터 네거티브 공세를 시작한 데 따른 대응이다. 경기 불황으로 TV·냉장고·세탁기 등 가전 수요가 급감하자 내수 판매 최전선인 가전제품 판매점에서 LG와 삼성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경쟁사 저격·비방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4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LG전자 가전 전문 유통회사인 LG베스트샵은 삼성전자 드럼세탁기 리콜 사태와 관련한 여러 기사를 입간판으로 제작해 각 매장에 설치했다. 지난해 8월 삼성전자 드럼세탁기 일부 모델에서 도어 강화유리가 이탈하는 피해 사례가 발생하자, 관련 내용을 보도한 기사를 활용해 저격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광고물로 쓰이는 기사 제목은 ‘삼성전자 펑 터진 드럼세탁기 뒤늦게 리콜’ ‘삼성전자, 드럼세탁기 ‘유리문 깨짐’ 현상 작년부터 알고 있었다’ ‘삼성전자 ‘유리문 깨짐’ 드럼세탁기 리콜 실시’ 등으로, 실제 지난해 8월 보도된 다양한 매체의 기사 전문이 나와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입간판 대신 중형 모니터에 기사 여러 편을 차례로 띄워놨다.

LG베스트샵을 운영하는 하이프라자는 지난해 이런 기사를 그래픽 홍보물로 디자인해 전국 매장에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LG베스트샵 관계자는 “각 매장에 삼성 세탁기 불량 기사 홍보물을 뿌렸고, 이를 인쇄해서 게시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앞서 LG전자 제품을 두고 비방 마케팅을 벌여 그에 대한 대응으로 내려온 지침으로 안다”라며 “대형 매장에는 여전히 삼성 세탁기 불량 관련 여러 기사가 마케팅에 쓰이고 있고 비교적 작은 매장에서는 지난달부터 슬슬 빼고 있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지난 1일 서울과 청라의 LG 베스트샵 매장 모니터와 입간판에 내걸린 '삼성전자 세탁기 불량 사태' 관련 보도 기사 광고물과 지난 3일 한 삼성전자 이마트 매장에 게시된 LG 건조기 관련 기사 광고물. /독자 제공

국내 가전 판매 시장은 온라인·이커머스·백화점 등 다양한 업체가 가세하면서 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정체된 가전 수요 속에서 밥그릇이 작아지고 있는 양판점에서는 소비자를 붙잡기 위한 경쟁이 특히 치열하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수십년 전부터 국내 가전 시장에서 치열한 자존심 경쟁을 벌여온 LG와 삼성은 서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치열하게 비방 마케팅을 펼쳐왔다”며 “LG는 보도된 기사를 활용했지만 삼성의 경우 자체 실험 영상을 제작해 LG 제품을 저격하는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고, 이런 네거티브 마케팅은 주로 가전제품 판매점을 중심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2년 전 양 사의 의류관리기 누수를 비교하는 자체 실험을 해 LG전자 제품을 깎아내리는 홍보 영상을 삼성 디지털프라자 매장 모니터에 내보였다. 제품 작동 시 LG전자 스타일러와 삼성전자 에어드레서의 누수량을 비교할 때 LG전자 제품이 물이 샐 우려가 더 크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비방에 당시 LG전자는 “제품에는 전혀 이상이 없고, 삼성전자가 진행한 실험은 일반적인 사용 환경이 아니므로 상식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현재 일부 삼성전자 매장에서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LG전자 건조기에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광고물로 게시하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 문제가 해결된 사안까지도 여전히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광고물을 활용하는 경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저격·비방 마케팅이 소비자에게 피로감을 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마타도어(흑색선전)를 하더라도 경쟁사 이름이나 제품명을 가리는 등 최소한의 격식이 있었는데 점점 마케팅이 노골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삼성과 LG의 해묵은 비방전은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도 걸맞지 않고 시장과 소비자에게 거부감과 피로감을 준다는 지적이 많지만 관행이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