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입국자 방역 우왕좌왕…전문가들 “홍콩·마카오도 입국 후 PCR 해야”
지자체에 PCR 대상자 명단 전달 안돼
격리시설은 이틀만에 포화
홍콩·마카오 방역 강화했지만 입국 후 PCR 의무는 없어
“고령층 사망자 관리부터 살펴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을 강화한 지 3일째가 됐지만 입국 확진자에 대한 격리 시설 부족에 코로나 정보관리 시스템 오류로 관할 보건소에서 PCR(유전자 증폭)검사를 받아야 할 대상자 관리 등에 구멍이 생기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입국 후 확진판정을 받은 40대 중국인이 호텔 격리를 거부하고, 달아나는 일까지 생겼다.
감염병 방역은 신속대응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이번 방역 정책은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대응하다보니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방역 전문가들은 홍콩 마카오를 통해서 들어오는 중국발 입국자까지 PCR의무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4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3일 중국발 입국자 1137명 가운데 단기체류하는 외국인 281명이 인천공항 공항검사센터에서 입국 후 PCR검사를 받아 이 중 26%인 73명이 확진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2일 중국발 단기체류자 양성률 19.7%(61명 양성)보다 9%p(포인트)가량 높아진 것이다.
이는 관할보건소에서 PCR검사를 받아야 하는 내국인과 장기체류 외국인 수치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어서,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 오류가 해결돼 통계가 집계되는 이날부터 확진자 숫자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중대본 1차장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중대본 회의에서 “지난주 해외유입 확진자 460명 가운데 중국발 입국자는 약 31%인 142명”이라고 밝혔다.
양성률이 높게 나온 만큼 방역을 강화했어야 하는 이유는 입증됐지만, 이런 조치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혼선과 혼란이 빚어졌다. 이날까지 인천공항에서 확진판정을 받은 사람은 누적 136명으로 정부가 지난달 30일 방역 강화 발표 당시 발표한 단기체류 외국인용 격리시설의 수용인원(100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부랴부랴 임시 수용시설 확보에 나섰다.
공항에서 검사를 받지 않고, ‘입국 1일 이내’ 거주지 보건소에서 검사하고 자택 대기하도록 구분한 장기체류·외국인 관리에도 구멍이 생겼다. 이는 인천공항 검사센터의 하루 최대 검사 인원이 550명인 점을 고려한 조치였지만,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 오류로 거주지에서 PCR검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명단과 주소지가 일선 보건소로 전달되지 않았다.
또 정부는 홍콩·마카오에 대해선 별다른 방역 강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지적이 잇따르자 7일부터 홍콩·마카오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강화 방안을 뒤늦게 내놨다. 하지만 입국 후 PCR 검사 의무는 없이 입국 전 PCR 및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음성확인서 제출만 포함됐다. 전날 저녁에는 인천공항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40대 중국인이 호텔 격리를 거부하고 달아나 경찰이 추적 중이다.
방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관할 보건소에서 PCR검사를 받도록 한 내국인과 장기체류자의 경우 정부의 입국 규제에서 ‘약한 고리’로 보였다”라며 “설연휴에 인구 대이동이 있을텐데 자율적인 격리 절차가 제대로 준수될지부터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홍콩 마카오 입국자에 대한 입국후 PCR 검사 조치가 빠진 것도 허술해 보인다”라며 “대책이 미흡할 수는 있지만, 하겠다고 약속한 점은 제대로 지켜야지 신뢰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방역 정책 완화하는 과정에 있다가 다시 강화하는 상황이되면서 준비 기간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본다”라며 “방역 강화를 결정하고 단 며칠만에 바로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닌만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 진단 역량이 될 때까지는 PCR 전수 조사를 통해 확진자를 사전에 걸러줄 필요가 반드시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발 입국자에 신경쓰느라, 정작 내국인 중환자와 사망자 관리는 뒷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중국발 입국자 가운데 확진자가 500명씩 나온다고 해도, 국내 하루 확진자 숫자(5만~10만 명)와 비교하면 1%에도 못미친다”라며 “지금 정작 중요한 것은 하루에 수십명씩 발생하는 60대 이상 고령층 사망자 숫자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요양원에 간호사를 비롯한 인력을 늘려서 감염관리를 제대로 하도록 보고, 다인실을 줄이고 병상 간격을 넓히는 등 과밀한 병실 환경을 개선해서 노인의 사망을 줄이려는 노력은 정부가 하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김우주 교수는 “고령층에 대한 개량백신 접종률이 생각보다 빠르게 늘고 있지 않다”라며 “팍스로비드와 같은 코로나19 치료제 처방이 현장에서 잘 안되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김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는 감염되더라도 경증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지만, 고위험군의 경우 감염됐을 때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만큼 감염 초반에 적극적으로 치료제를 써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는 이에 대해 “정부가 백신과 치료제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보여주고 접종해도 안전하고, 먹으면 낫는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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