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이재명의 교토삼굴

2023. 1. 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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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齊)나라 재상인 맹상군에겐 식객이 3000여 명이나 됐다.

맹상군은 설(薛)이라는 지역에 1만 호의 식읍을 가지고 있었다.

1년 후 맹상군은 새로 즉위한 민왕의 미움을 사 재상에서 물러나고 가세도 기울었다.

풍환의 권유로 설에 내려간 맹상군은 빚을 탕감받은 주민들의 큰 환대를 받았고, 이후 다시 재상에 올라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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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제(齊)나라 재상인 맹상군에겐 식객이 3000여 명이나 됐다. 맹상군은 설(薛)이라는 지역에 1만 호의 식읍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에게 돈놀이하던 맹상군은 식객으로 있는 풍환(馮驩)이라는 사람에게 이 지역으로 가서 빚을 받아 올 것을 부탁했다. 풍환은 “빚을 받고 나면 무엇을 사올까요”라고 물었다. 이에 맹상군은 “무엇이든 좋소. 여기에 부족한 것을 부탁하오”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설로 내려간 풍환은 빚을 진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빚 문서를 들고나온 사람들이 잔뜩 주눅이 들어 서로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모습을 본 풍환은 그들이 보는 앞에서 빚 문서를 불태워 버렸다. 풍환은 “맹상군께서 백성의 어려운 생활을 아시고 빚을 모두 없애 주겠다고 하셨습니다”라고 했다. 돌아온 풍환은 맹상군에게 “차용증서를 불살라 당신을 위해 돈 주고 사기 힘든 은혜와 의리를 사 가지고 왔습니다”라고 했다. 풍환이 되레 빚을 탕감해 주고 오자 맹상군은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1년 후 맹상군은 새로 즉위한 민왕의 미움을 사 재상에서 물러나고 가세도 기울었다. 풍환의 권유로 설에 내려간 맹상군은 빚을 탕감받은 주민들의 큰 환대를 받았고, 이후 다시 재상에 올라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때 풍환은 맹상군에게 “교활한 토끼는 구멍을 3개나 뚫지요(狡兎三窟)”라고 했다고 한다. 사기의 ‘맹상군열전’에 나오는 얘기로, 불안한 미래를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새해 첫날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당 상임고문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이재명 대표가 옆에 있는 자리에서 “토끼는 민첩하고 영민한 동물이다. 굴을 3개 판다고 해서 교토삼굴이라는 말도 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우리도 영민한 토끼를 닮아서 플랜2, 플랜3 이렇게 대안을 많이 마련하는 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비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로 들릴 수 있다. 이미 이원욱 의원은 이 대표의 탈당을 거론한 바 있고, 친노·친문계에서는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대표는 일부 측근 의원들과 사석에서 “기소될 것 같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방탄’ 이외에 토끼 굴이 없는 이 대표에게 계묘년은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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