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선거구 개혁 최대 암초는 현역 기득권

2023. 1. 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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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에 중대(中大)선거구제 화두가 정치권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차제에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인 승자 독식의 양당 기득권 구조와 정치 양극화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자는 논의가 제기된 것이다.

과연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이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개혁할지는 의문이다.

또한, 중대선거구제는 여야 후보의 동반 당선 가능성을 키워주므로 지역주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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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새해 벽두에 중대(中大)선거구제 화두가 정치권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김진표 국회의장도 화답함으로써 선거구제 개편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정치의 양극화를 우려하는 여야 정치인들도 이를 환영하고 있다.

선거법 개정은 어차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21대 총선에서 정치개혁을 하자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는데, 양대 정당이 위성정당 꼼수 사태를 벌여 개악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차제에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인 승자 독식의 양당 기득권 구조와 정치 양극화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자는 논의가 제기된 것이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양당 구도를 조장하고 사표를 양산해 대표성이 떨어지며 정당의 지역주의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과연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이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개혁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정치개혁을 위한 신호탄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정권교체 후 여야가 처음으로 마주 앉아 법안을 논의하며 협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대선거구제는 보통 2인에서 5인의 후보를 득표율에 따라 선출하므로 1인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보다는 경쟁이 덜 치열하고 사표가 줄어들어 다양한 민의를 반영하는 효과가 있다. 소선거구제는 후보 간의 제로섬 게임인 반면 중대선거구제에서는 윈윈 게임이 돼 승자 독식은 감소한다.

또한, 중대선거구제는 여야 후보의 동반 당선 가능성을 키워주므로 지역주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인물 선택 범위도 넓어져 지역 인물보다는 국민대표 자격자가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소선거구제는 인물 중심으로 선출되는 편인데 중대선거구제에서는 정책 중심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으며, 정치 신인과 제3당의 진출이 쉽다. 중대선거구제에서는 소선거구제에서처럼 인구편차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할 필요 없이 행정구역과 생활권 등을 간편하게 고려해 선거구를 획정할 수 있으며, 정략적인 선거구 획정(gerrymandering)이 쉽지 않다.

다만, 중대선거구제의 단점은 선거구가 확대됨에 따라 선거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또, 인구 저밀도 지역이 소외될 수 있다. 유권자 밀집 지역 중심의 선거운동이 전개돼 같은 지역구이면서도 농어촌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룰 수 있다. 그리고 대표성이 왜곡되는 경향이 있다. 최고 득표자가 아닌 후보도 당선이 되므로 낮은 득표율의 당선인이 높은 득표율의 당선인과 국회에서 똑같은 지위를 가지고 민의를 대표하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유신·신군부 체제에서 대통령 간선제와 함께 여당의 안정적 의석 확보를 위해 1선거구 2인 중선거구제가 시행됐다. 1987년 민주항쟁과 더불어 이뤄진 대통령 직선제 개헌 때 반민주적 선거제도로 낙인 찍혀 소선거구제로 전환됐다. 소선거구제는 일반적으로 양당제가 확립된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지역주의와 결부되면서 정치적 양극화를 초래하는 제도로 전락했다.

중대선거구제 채택 여부는 오직 현직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기득권을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느냐에 달렸다. 과연 국회가 개혁을 이룰지 아니면 역시나 개악을 또 저지를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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