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도, 구단주도, 절실한 마음도…”이름을 (안) 바꾸고 싶다”
[OSEN=백종인 객원기자] MLB 톱스타 이름이다. 그런데 어렵다. 급기야 국립국어원까지 나섰다. 표기법을 유권 해석했다. 하지만 여전히 통일되지 않는다. 지안카를로 스탠튼(Giancarlo Cruz-Michael Stanton) 얘기다.
아버지는 아일랜드계다. 이탈리아 영화를 좋아했다. 주인공 이름을 아들에게 붙여줬다(Gian=John, Carlo=Charles). 국어원은 ‘장칼로’가 맞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일부 매체만 여기 따른다. 나머지는 여전히 ‘지안카를로’라고 쓴다. 이미 눈에 익은 탓이다.
데뷔 때는 다른 이름이었다. 마이크(스탠튼)였다. 승격 후 포텐이 터졌다. 2년간 56홈런을 터트렸다. 그러던 3년째(2012년)다. 스프링캠프 때 이렇게 요청한다. “앞으로 마이크가 아니라 지안카를로라고 불러달라.” 배트와 장갑, 모든 장비에도 이 이름을 새겼다.
야구도 잘되는 데 굳이 왜? 그런 질문에 이런 답이었다. “어릴 때부터 이름이었다. (그는 캘리포니아 출신이다)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나 선생님, 코치들이 ‘그 이름 어떻게 발음하는 거냐’고 물어보는 게 귀찮았다. 그 때부터 마이크로 굳어졌다. 그런데 이제는 내 이름을 찾고 싶다.” 5번의 올스타, 2번의 실버슬러거, 1번의 MVP는 그 지안카를로의 이름으로 수상했다.
다이노스의 등장 전이다. 10번째 팀이 있었다. 팬들은 ‘개명 자이언츠’라고 불렀다.
모든 게 손아섭 탓이다. (손광민에서) 개명 이후 대박이 났다. 그러자 너도나도 뒤를 따랐다. 2010년 이후 13명이 이름을 바꿨다. 박남섭→박준서, 이승화→이우민, 오승택→오태곤, 나종덕→나균안, 지성준→지시완 등이다. 한 관계자의 기억이다. “어느 날이다. 스타팅 오더가 나왔는데 6명이 그런 애들이더라.”
덕분에 작명한 곳도 유명해졌다. 부산역 근처의 ****이름학회다. 한 매체가 취재해 기사를 쓰기도 했다. 창립자와 제자들로 운영된다. 독특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다. “과학적 원리에 의거해 음파를 분석한다”는 주장이다. 1회에 몇 십만원 단위라는 비용까지 소개됐다. 야구만이 아니다. 육상, 골프 선수도 고객이다. 알려진 탤런트도 포함됐다.
이번 겨울도 비슷하다. 각 팀마다 새 이름이 등장한다. 덕분에 KBO가 바쁘다. 개명 신청이 몰리는 탓이다. 2010년 이후로 벌써 100명이 가깝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기운을 얻고 싶어한다.
삐딱한 시선도 많다. ‘그게 무슨 효험이 있다고.’ ‘자기가 부족한 탓이지.’ ‘운동이나 열심히 할 것이지.’ 그런 소리들이다. 하지만 굳이 싸늘할 필요 없다. 따질 이유도 없다. 자기 이름 아닌가. 오죽하면 여북하겠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이리라.
‘제발 아프지 않았으면’. ‘나이가 차서, 이제 마지막으로 승부해 보려고’. ‘아내한테 너무 미안해서’. ‘쌍둥이 동생의 기원까지 담아서’. 어느 사연 하나 가볍지 않다. 어느 이름 하나 지나치면 안 될 것 같다. 애절함이 가득 담겼다.
지금은 구단주가 된 인물이다. 소프트뱅크의 오너 손정의(孫正義ㆍ손 마사요시) 회장 얘기다. 알려졌다시피 한인 3세다. 할아버지가 탄광 노동자였다. 대구에서 큐슈로 건너갔다.
손 회장은 1990년 귀화했다. 사업상 제약 탓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까탈스럽게 굴었다. 기존에 손(孫)이라는 성(姓)이 없다는 이유였다. 외국인을 위해 새로운 걸 만들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국적을 바꾸려면 개명부터 하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당사자는 완강했다. 할아버지, 아버지께 받은 성 아닌가. 궁리 끝에 답을 얻었다. 먼저 일본인 부인의 이름을 바꿨다. 오노 마사미(大野優美)를 손 마사미로 개명한 것이다. 이후 부부동성제도를 주장했다. “이제 일본에도 손씨가 생겼다. 그러니 귀화를 받아들여라.” 결국 의지가 통했다. 지킬 것은 지키겠다는 굳은 뜻이 이뤄진 것이다.
이름은 정체성이다. 때로 되찾아야 하고, 때로 간직해야 할 가치다. 그리고 때로는 절실함의 궁극이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