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박정천 전격 해임 '공세 강화 독려 차원 가능성'... 열병식 징후도 포착

이종윤 2023. 1. 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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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무력 법제화’와 ‘화성-17형’ 발사 성공 등 성과 높게 평가한 박정천 해임 이례적
후임 리영길 당 비서직도 승계 당 정치국 상무위원직에 오르지 못해
박 상무위원 유지 관측 김정은 공세 강화 천명 새 군 지휘부 진용 갖추려는 듯
평양 미림비행장 열병식 훈련장 내 병력 계속 포착…차량 크게 늘어 위성 관측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파이낸셜뉴스] 북한 관영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연말 역대 최장기간인 6일간 진행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논의한 ‘조직 문제’ 결과를 보도하면서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소환하고 리영길 국방상을 후임으로 보선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이같이 최근 진행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전격 해임하는 등 군 지도부를 물갈이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선 다른 군 수뇌부들도 6개월 만에 대부분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TV’가 1일 공개한 신년 경축대공연 사진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과 최룡해, 조용원, 김덕훈,리병철 등 상무위원 5인이 모두 관람석에 함께했는데 박정천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정은이 ‘핵 무력 법제화’와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 등 군사적 성과를 높게 평가한 상황에서 박정천의 해임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는 김정은이 대남 공세 강화를 천명하면서 이에 새로운 군 지휘부의 진용을 갖추려는 정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후임인 리영길은 박정천의 당 비서직은 승계했지만 박정천의 또 다른 보직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직에는 오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박정천이 업무상 과오에 따른 경질 인사일 가능성과 함께 당 정치국 상무위원직이 유지된다면 중대 과오는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서열 1위 북한 노동당 비서 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박정천. 사진=뉴스1
박정천은 지난해 11월 한·미 대규모 공중연합훈련인 ‘비질런트 스톰’ 훈련에 반발, 두 차례 담화를 발표하는 등 북한의 무력시위를 주도했다.

박정천은 지난 2012년 포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포병 전문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신임을 얻어 2019년에 대장, 2020년 차수로 고속 승진했다.

지난 2021년 6월 코로나19 방역 실패 책임을 지고 차수로 강등되기도 했지만 2개월 만에 군부 서열 1위 자리인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선임된 이후 지난해 4월 열병식에선 군의 최고계급인 원수로 진급했다.

박정천의 후임인 리영길 신임 부위원장은 2016년 한때 한국에서 ‘처형설’이 돌았을 정도로 부침을 겪었지만, 최근 군 총참모장, 국방상, 작전총국장 등 주요 보직을 오가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인물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남 도발 양상을 다양화하고 올해 여러 가지 강도 높은 대남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사전포석 차원에서 지휘부를 교체하고 대남 야전 경험이 더 풍부한 리영길을 앉힌 것으로 평가했다.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 열병식 훈련장을 촬영한 2일자 위성사진. 지난달까지 빈 공간이던 곳(사각형 안)에 차량이 세워져 있다. 이로써 주차공간 2곳 모두에 차량이 빼곡한 가운데 중심부엔 도열한 병력 대열이 보인다. 사진=Planet Labs 캡처
북한 열병식 훈련장에선 지난달 6일부터 이 일대에 병력과 차량이 운집하기 시작하는 모습 등 북한의 열병식 준비 정황을 관측된 데 이어 새해에도 병력으로 추정되는 인파와 차량이 계속 포착되고 있다.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 열병식 훈련장을 촬영한 2일 자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선 사각형 점 형태의 병력 대열 40여 개를 볼 수 있다. 약 1만 명의 병력이 도열한 가운데 차량 주차 구역에는 약 열흘 전보다 차량이 크게 늘어났다.

김일성 광장의 연단을 형상화한 지점 앞쪽에 35~38개의 대열이 모여 있고, 연단 앞쪽으로 연결되는 도로엔 5~7개의 대열이 이동 중인 장면이 관측되고 있다.

각 대열에 도열한 병력을 최소 50명에서 최대 300명으로 추산해 온 점으로 볼 때 이 일대에 운집한 병력만 최대 1만3천500명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달 20일엔 최대 1만2천 명의 병력이 운집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전히 비슷한 규모의 훈련이 계속되고 있으며 약 열흘 전보다 훈련장에 주차된 차량이 대거 늘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과거 북한은 열병식 준비 초기엔 적은 병력을 동원해 훈련을 진행하다 실제 열병식 개최일이 가까워진 시점에 병력과 군용차량 등을 늘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 같은 관측에 따라 북한의 열병식이 임박한 것인지 주목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올해 1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 혹은 2월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북한이 열병식 준비에 나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열병식을 개최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의 열병식 개최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김일성 광장에선 주말이었던 지난달 31일과 1일 김일성 광장에선 인파가 포착되지 않았고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북한은 통상 열병식을 약 한 달 앞둔 시점부터 김일성 광장에 주민들을 동원해 훈련을 진행해 왔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열병식 준비 정황 보도와 관련해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려우나 북한의 정치 일정과 연계해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확고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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