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의 시:선(詩:選)]새해의 기분이라는 돌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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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눈을 뜨면 나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
벌써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지는, 어제까지 속으로 되뇌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공언했던 다짐들을 상기해보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면 언제 나에게 욕심을 부려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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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겉모습입니까 내부입니까// 풍화를 겪으면/ 어떤 것이 상처인지 본질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돌을 쥐려는 사람에게/ 돌을 수집하는 사람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에게// 나는 언제부터 나를 갖게 되었습니까’
- 김석영 ‘진짜 돌’(시집 ‘돌을 쥐려는 사람에게’)
새해 첫날 눈을 뜨면 나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 한 장 백지를 받은 것 같고 그것은 상서로운 기운으로 가득한 가능성으로 느껴진다. 창문을 열면 어제와 다른 공기. 새해로구나. 벌써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지는, 어제까지 속으로 되뇌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공언했던 다짐들을 상기해보는 것이다.
손에 쥔 돌멩이 같은 것. 여간해선 깨지지 않을 단단한 어떤 것. 서점을 향해 기세 좋게 출근을 해본다. 도착한 서점은 실은 어제와 진배없다. 정리해 놓은 모양 그대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평소보다 일찍 도착했으며, 깨끗이 청소를 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나 실은 안다. 얼마 못 가 흐지부지되고 말 각오.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올해나 작년이나 다를 바 없으며 새해의 기분은 그저 기분이라는 사실을. 특별할 것 없다고 삐딱한 마음을 가졌던 때도 있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면 언제 나에게 욕심을 부려볼 것인가. 며칠이라도 그럴듯하게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1월 초가 아니던가. 작심하여 보내는 삼 일은 ‘고작’이 아니라, ‘적잖이’다.
서점을 찾아오는 사람마다 손에 돌멩이를 쥐고 있는 듯 보이는 것은 착각이 아닐 것이다. 새해에는 책을 좀 읽자. 혹은 더 많이 읽어보자 하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보려는 이들이니까. 그리고 서점지기가 해야 할 일은, 한껏 응원하는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 애써 손에 쥔 그 돌멩이를 놓치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혹시 떨어뜨리더라도 도로 주울 수 있도록.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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