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교란’ 브라운송어, 찬 소양강에 정착…퍼질 가능성은?
댐 하류∼북한강 합류지점 10㎞ 구간서 다양한 크기 서식 확인
산란기 때 알과 정자 가득 찬 성체도 발견…산란장, 치어 추가 확인 필요
찬물 어류라 자연 확산 가능성 작지만 낚시 위한 인위적 이식 우려
환경부가 2021년 큰입배스와 파랑볼우럭(블루길)에 이어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한 어류인 브라운송어가 소양강댐 하류에서 정착해 살아가고 있음이 확인됐다.
브라운송어는 소양강댐이 수력발전을 위해 방류하는 차가운 저층수가 영향을 끼치는 댐 하류에서 북한강 합류지점까지 10㎞ 구간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생태원은 생태조사 업체인 알파생태연구원과 함께 2020년과 2022년 현장 조사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국어류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브라운송어는 그해 태어난 어린 개체부터 60㎝ 크기의 성체까지 고루 분포해 번식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브라운송어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침입 외래종’의 하나로 유럽 원산이지만 스포츠 낚시를 위해 세계 전역에 퍼뜨려 토종 연어과 어류가 도태되거나 교잡을 일으키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연구자들은 2020년 조사에서 19개체, 2022년 24개체의 브라운송어를 확인했는데 크기는 60㎝ 이상의 대형부터 10∼20㎝의 중소형 개체와 10㎝ 이하의 그해 태어난 개체까지 다양했다고 밝혔다.
연구책임자인 김수환 국립생태원 생태안전연구실 박사는 “크기의 분포나 서식지의 여건에 비춰 브라운송어가 생활사를 이루어 번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번식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려면 산란장과 수정란, 치어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양강 하류가 브라운송어의 자연적인 산란지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간접 증거도 나왔다. 연구에 참여한 박철우 알파생태연구원 연구원은 “2020년 1월 산란기 때 현장 조사 중 세월교에서 포획한 60㎝ 길이의 수컷에서 정액이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했고, 45㎝ 크기의 암컷은 별다른 압박 없이도 총배설강에서 알이 삐져나왔다”고 말했다.
브라운송어는 차고 산소가 많은 계류를 선호하며 적정 서식 수온은 12.4∼17.6도이다. 연구자들은 소양강 하류의 수온이 5.6∼17.7도 범위로 나타나 “브라운송어가 서식하기에 적당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외래종이 하류나 다른 하천으로 퍼져 나갈 가능성은 없을까. 김 박사는 “내린천도 여름에는 수온이 25도까지 올라간다”며 “자연적으로 브라운송어가 다른 하천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박철우 연구원은 “브라운송어는 급류를 잘 타기 때문에 홍수 때라도 멀리 쓸려내려 갈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인근 의암호를 비롯해 인근 하천의 서식실태를 추가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중 찬물이 흐르는 깊은 계곡에 사람이 풀어놓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양강에는 이미 대형 브라운송어를 잡으려는 낚시인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김 박사는 “블루길이나 배스처럼 광역 확산 우려가 크지 않는데도 브라운송어를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한 이유도 인근에 연어과 자생종인 열목어가 살고 있어 유전자 교란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며 “외국에서도 낚시를 위해 인위적으로 옮긴 것이 주요 확산 경로”라고 말했다.
브라운송어의 주 먹이는 하천 바닥에 사는 무척추동물로 소양강에서는 날도래, 옆새우 등이 다수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덩치가 커지면 다른 물고기나 알 등도 포식해 토종어류와 경쟁해 밀어내기도 한다.
브라운송어가 우리나라에 유입된 경로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 박사는 “이 어류가 정식으로 수입된 기록은 없다”며 “무지개송어나 산천어 등의 수정란을 양식용으로 수입하는 과정에서 섞여 들어왔을 가능성이 현재로선 유력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브라운송어 서식지로 밝혀진 소양강댐 하류에는 다른 외래종인 무지개송어를 비롯해 이식된 빙어와 동해안으로 흘러드는 하천에만 사는 멸종위기종 어류인 가시고기가 다수 발견돼 눈길을 끌었다.
인용 논문: ‘한국어류학회지’ DOI: 10.35399/ISK.34.4.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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