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치얼업' 김신비, 19살 입대 그리고 치열했던 20대

황소영 기자 2023. 1. 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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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신비가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앳된 외모의 소유자, 배우 김신비(29)를 만났다. 동안 외모 덕분에 SBS 월화극 '치얼업' 속 20살 신입생 임용일 역을 따낼 수 있었던 김신비. 그런데 이 배우 그 누구보다 치열한 20대를 보냈다. 그래서일까. 만나서 대화하는 내내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30대 입성을 앞둔 20대 끝자락,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귀여운 외모와 상반된 진지함이 20대 허세 가득한 캐릭터들보다 매력적이었고 진심으로 이 배우의 향후 행보를 응원하게 했다. 60분으로 예정되어 있던 인터뷰는 그 시간을 훌쩍 넘겨 버렸다.

-'치얼업' 종영 소감은.

"이번에 지상파 연말 시상식에 처음으로 가봤다. 처음 가본 시상식에서 단체상으로 상을 받게 돼 너무 좋았고 강렬했다. 앞으로 활동하면서 곱씹을 것 같다. 그때 배웠던 것들, 만났던 사람들, 현장 그런 것들을 상기할 것 같다."

-또래였기에 더 즐거웠던 현장이었겠다.

"나이가 비슷하다 보니 서로 고민도 들어주고 얘기도 하고 연기 합도 맞추는 과정이 재밌었다. 촬영을 4월 초부터 시작했는데 2월부터 연습을 시작했다. 촬영 전에 서로 얼굴을 보고 또 장난도 치고 그렇게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 뒤 전체 리딩을 하고 촬영을 시작해서 집중이 더 잘 됐던 것 같다."

-가장 심각한 박치는 누구였나.

"아무래도 제가. (웃음) 지현이가 제일 잘했다. 옆에서 바라보며 대체 못하는 게 뭘까를 생각하게 만든 친구였다. 다방면에서 재능이 넘치더라. 그 친구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제일 배울 점이었던 것 같다. 환경에 따라 에너지를 쭉 유지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를 유지해서 사람들에게 전해주더라. 좋은 에너지를 주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느낌이었다."

-응원단 단원이 되기 위한 노력 과정은.

"실제 응원단 축제 영상이나 응원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의 영상을 참고했고 응원단 공연을 단체로 보러 가기도 했다. 실제 응원단 분들이 와서 시범 동작을 보여주는데 그냥 한 동작만으로 감탄을 부르더라."

-촬영하며 대학생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겠다.

"전 서울예대 출신이다. 예대다 보니 학생의 규모도 작고 학교의 규모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치얼업'은 연세대를 배경으로 모티브 삼아서 촬영하고 로케이션도 거기서 했다. 처음 촬영하러 학교에 갔을 때 학생들을 많이 보려고 했다. 그리고 건물의 웅장함에 '연뽕'이 찼다. (웃음) 그런 생각이 좀 들더라. 그리고 봄이 되면 길이 너무 예쁘다. 캠퍼스의 로망 같은 걸 담고 있었다. 입학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에 집중했던 것 같다."

배우 김신비가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30대를 앞두고 있는데 20살 연기를 소화했다.

"아무래도 약 10살 가까이 어려져야 하니 헤어 스타일이나 의상 등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리고 요즘 캠퍼스 문화는 어떤가, 요즘 젊은 친구들의 화두는 뭘까, 집중하고 있는 게 뭘까, 뭐 하고 놀까 등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사실 캐스팅 라인업이 확정된 걸 보니 실제 나이로는 내가 맏이였다. 막내는 (현) 우석이었다. 귀여운 막내라 사랑을 독차지했다. 근데 나이에 비해 이 친구는 생각이 깊고 고민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내가 오히려 더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친구들은 20살 연기를 하고 있다고, 왜 그렇게 귀여운 척하느냐고 많이들 놀렸다."

-극 중 사투리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오디션 합격하고 나서 감독님께 사투리 선생님을 혹시 붙여줄 수 있는지 여쭤봤다. 흔쾌히 해줘 진짜 사투리 선생님께 악보에 음표 찍듯이 글자 하나하나 다 나눠 표기를 해 배우고 연습했다. 점점 빠르기도 늘려가고 리듬도 잡고 그랬다. 방송 이후 사투리와 관련한 반응에 신경을 안 썼다면 거짓말이다. 그런 지점에 대한 코멘트들은 거의 없어 안도했다. 신기하기도 했다."

-지금도 사투리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나.

"사투리를 하는 분이랑 대화하거나 사투리 쓰는 걸 들으면 자연스럽게 바뀐다. 그리고 사투리 연기를 하면서 이번에 제일 아쉬웠던 지점이 자유로운 촬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애드리브가 제한이 되더라. 초반에 그런 지점을 느끼고 따로 추임새 같은 걸 준비했다. 말보다 용일이 캐릭터가 동작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지점들이 많다고 생각해 동작도 여러모로 준비해 가곤 했다. 혹시라도 다음에 또 기회가 생긴다면 더욱 잘 해내고 싶다."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처음 오디션을 갔을 때 감독님이 역할을 열어두고 봤다. 여러 배역들을 오디션 봤는데 오디션이 끝나고 감독님이 그중 제일 하고 싶은 캐릭터가 뭐냐고 물어봤다. 본인과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뭐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생각한 거랑 감독님이 생각한 거랑 다를까 봐 조마조마하면서 용일이라고 했는데 감독님도 그렇다고 활짝 웃으면서 함께하자고 손을 내밀어줬다. 정말 감사했다."

-어떤 이유로 캐스팅이 됐다고 하던가.

"감독님이 촬영하며 은연중에 캐스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은 캐릭터와 본체의 닮음이라고 많이 얘기했다. 감독님이 모니터 화면을 보며 배우가 캐릭터화가 되어서 연기를 하고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표정을 지을 때가 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좋더라."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70% 이상 용일과 비슷하다. 가장 큰 건 눈치가 없는 것이다.(웃음) 눈치가 있을 때는 있는데 없을 때는 아예 없다. 친구들이랑 같이 있을 때 진지한 얘길 하는데 불현듯 재미난 게 생각나서 '이거 해보자' 신이 나게 얘기해서 눈치 좀 챙기라는 얘길 듣곤 한다. 반대로 굳이 얘기를 안 해도 눈치채는 지점이 있다. 용일이가 굉장히 멋있는 사람이라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캐릭터의 전사를 목표를 정하고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해서 의대에 진학했다고 설정했다. 초희에 대한 생각들이나 마음들도 정말 성실하고 꾸준하게 보여주지 않나. 그런 점들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어떠한 한 가지 목표를 정하면 꾸준하게 전진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무식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배우 김신비가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원래는 프로그래머가 꿈이었다. 고등학교 겨울 방학이 시작될 때 군대를 가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다. 어차피 국방의 의무 때문에 가야 하지 않나. 대학 진학을 컴퓨터 공학과로 입학하고 동시에 군대를 갔다. 부대 규모가 작아서 축제를 할 때 자체적으로 공연을 준비해야 했는데 어떤 걸 할까 고민하던 중 맞선임이 와서 연극을 하자고 제안했다. 평소 호기심과 모험심이 많은 편이라 궁금해서 참여하게 됐다. 그 당시 부조리한 문화를 '개그콘서트'처럼 콩트화를 시켜서 부조리극을 무대 위에 올렸다. 직접 대본을 만들고 세트장도 직접 페인트 칠하며 못질해서 만들었다. 캐스팅도 했다. 그렇게 한 달 준비해서 무대에 올랐는데 공연 끝나고 나서 말로는 설명이 안 될 정도로 굉장히 황홀했다. 동시에 이걸 경험해보지 못하고 죽으면 한이 될 것 같더라. 그래서 그때부터 서울대 나온 후임에게 공부를 배우며 입시를 준비했다. 군대 마지막 휴가 때 연기학원을 알아보고 등록한 다음 제대하자마자 입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이전에 했던 일에 대한 미련은 없었나.

"산업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자격증 8개를 땄다. 그 당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컴퓨터였고 컴퓨터로 뭘 할 수 있을까 하다가 프로그래밍이 재밌을 것 같아 진학을 준비했던 것이다. 그리고 군대는 20살부터 현역 입대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19살일 때 군대를 가고 싶어서 특수 보직으로 행정병을 신청해 입대했다. 어떻게 보면 사회에서 경험할 수 있는 행정 업무를 미리 그곳에서 경험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흥미가 크지 않았다. 그 시기에 우연히 연극을 접할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그때의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나.

"연기를 처음 시작하고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학교 다닐 때 연극의 형태로 연기를 배웠다. 연극이 베이스가 됐다. 학교 다니면서 국립극단 오디션도 보고 연극 활동과 관련해 많이 알아보곤 했다. 그러다 2학년 때 선택 과목 중 카메라 연기 수업이 있었다. 한 교수님의 인상이 좋아 듣게 됐다. 근데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처음이다 보니 굉장히 재밌었다. 연기가 재밌는데 연기의 또 다른 형태가 있다니 쇼킹했다. 그 이후 카메라 연기 수업들을 많이 신청해서 들었다. 그렇게 매체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매체 데뷔작이 영화 '유빙'(2019)이다."

-두 번째 입시 준비 과정은 순탄했나.

"입시 시작하고 나서 주 7일 동안 12시간씩 공부하며 1년을 보냈다. 근데 수시, 정시 모두 예비도 없이 다 떨어졌다. 그 당시 도움을 받아서 준비했었는데 어머니께 너무 죄송했다. 무작정 정시 끝나자마자 일을 시작했다. 주 6일로 12시간씩 일했다. 그 일을 하면서 내가 대학에 합격했으면 이 시간에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많은 학생들, 선생님들과 배우고 고민을 나누고 여러 가지 느끼면서 연기를 경험하고 있을 텐데란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5월부터 다시 입시를 시작했다. 운이 많이 따랐다. 수시 일반전형에 경쟁률 211대 1을 뚫고 서울예대 연기과에 합격했다."

-수시, 정시 떨어졌을 때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가장 처음에 부모님께 죄송했다. 두 번째로는 정말 열심히 했는데 이거보다 어떻게 하지 싶었다.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걸 계속 생각하며 고민했던 것 같다. '어떤 경우로, 어떤 과정을 통해 들어가야 하지?' 그런 고민들을 하며 일했다. 그러다가 끝엔 한 번 더 해보자,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었다."
배우 김신비가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hyunwoo3@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부모님이 합격 후 기뻐했겠다.

"어머니가 너무 좋아했다. 그리고 이번에 '치얼업'에 나오니 별말씀은 안 하는데 늘 '밥은 먹었냐'고 물어본다. (웃음) 아버지는 내가 학교 들어가서 맨 처음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선보인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다 봤다. 학교 공연은 직접 와서 봐야 하지 않나. 워낙 과묵한 분이라서 평소 표현을 많이 안 하는데 그런 지점들이 참 남다르게 느껴지더라."

-남다른 20대를 보낸 것 같다.

"20대가 정말 변화의 폭이 넓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근데 부모님도, 친구들도 믿어줬다. 특히 친구들 중 수시, 정시 다 떨어지고 나서 술 한 잔 하자고 친구를 불렀는데 그 친구가 티도 안 내고 평상시처럼 있다가 '난 네가 정말 멋있는 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하더라. 꾸준하게 하는 모습을 보고 멋있는 놈이라고 한 게 큰 힘이 됐다. 그게 날 다시 일어서게 한 말이었다."

-데뷔 이후에도 오디션을 보고 떨어지는 과정의 연속이지 않나.

"초반부 오디션을 볼 때 지금 돌이켜보면 욕심이 컸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연습했던 것들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오디션장에서 겪는 것들, 다양한 감독님과 다양한 역할들을 만나면서 또 배우는 지점이 있었다. 그날 오디션을 볼 때는 몰랐는데 다른 오디션을 준비하다가 '어?' 하며 깨달을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기준이나 연기를 함에 있어서 믿음이 확고해지고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연기 외 취미나 관심사가 있다면.

"연습할 때 많이 걷는 편이다. 이게 나만의 훈련 방법인데 걷는 게 호흡하는 거랑 형태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걸음의 템포나 발을 놓는 세기를 조절하면서 대사를 읽는다. 그러면 생각 정리도 명확해진다. 반대로 일하는 걸 떠나서 드라이브하는 걸 좋아한다. 드라이브를 하는데 목적지 없이 떠나는 걸 좋아한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거창한 목표는 없다. 떳떳한 배우가 되고 싶다. 사람 관계나 일하면서 과정을 밟아가는 것이나 다방면으로 떳떳한 배우가 되고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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