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四色] 지상파 연말시상식 유감

2023. 1. 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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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을 보면 지상파 3사가 처한 현실이 드러난다.

좋은 작품이 별로 나오지 않았으니 연기대상 시상식을 치르기도 옹색하다.

특히 2022년 KBS 연기대상 공동 수상은 KBS가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민하다 악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연기대상은 뛰어난 작품과 그 속의 캐릭터를 독보적으로 구현해낸 배우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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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을 보면 지상파 3사가 처한 현실이 드러난다. 시상식은 좋은 작품과 좋은 연기를 펼친 배우를 치하하는 자리다. 좋은 작품이 별로 나오지 않았으니 연기대상 시상식을 치르기도 옹색하다.

물론 OTT나 케이블, 웹 등 새로운 플랫폼이 다양한 작품을 쏟아내고 있어, 지상파의 드라마 제작 입지는 분산, 약화되고 있다. 그래도 SBS가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하는 등 지상파의 드라마 제작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런 점들을 감안한다 해도 지난해 지상파 드라마는 흉작이다. 그러니 연말 시상식도 자화자찬식, 나눠주기식 시상식이 돼버렸다.

특히 2022년 KBS 연기대상 공동 수상은 KBS가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민하다 악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연기대상은 뛰어난 작품과 그 속의 캐릭터를 독보적으로 구현해낸 배우에게 돌아간다. 2022년 이런 기준을 충족시킨 KBS 드라마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럴 때는 대상 수상자가 없다고 발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태종 이방원’의 주상욱과 ‘법대로 사랑하라’의 이승기의 공동 대상 수상을 발표했다. 한 마디로 무리수다. ‘주상욱 단독 대상’으로 결정하기에는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이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이승기를 공동 대상 수상자로 발표했을 것이다. 하지만 KBS는 이승기에게 상을 주고도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승기는 대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어리둥절해하고 머쓱해했다. 이승기는 수상 소감에서 “감사하고 송구스럽다”고 했다. 정치인들이 “잘못했다”는 걸 “송구하다”고 자주 표현하는데 이승기가 송구하다(悚懼·두려워서 마음이 거북스럽다)는 단어의 사용법을 제대로 보여줬다.

‘법대로 사랑하라’는 1회 시청률이 이 드라마 전체 최고 시청률인 7.1%를 기록했고, 16회 시청률은 5.3%로 끝났다. 남북이산가족의 아픔을 통해 가족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 ‘커튼콜’보다 시청률이 낮았다. 이 정도의 작품 남자 주인공에 대상을 준다는 건 생뚱맞다. 스스로 대상의 무게감을 떨어뜨렸다.

‘법대로 사랑하라’에서 이승기 못지않은 활약을 펼친 이세영은 이승기와 커플상 하나 받고 무관이다. 이세영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시상식에 참가하지도 않았다. 이승기는 이날 수상 소감으로 소속사와 분쟁 중인 자신의 마음가짐을 시청자에게 공개했다. 그 수상 소감이 오히려 대상감이었다.

KBS 드라마의 전통적 강자는 대하사극과 주말드라마인데 둘 다 어필하지 못했다. 대하사극과 주말극이라도 시청자의 절대 지지를 받는다면 이를 바탕으로 차별화를 꾀할 수 있지만 방향 잡기가 쉽지 않다. 시청률로 보나 화제, 의미로 보나 대상감이 안 되는 곳에서 대상 수상자를 선정한 것은 뜬금없었다.

KBS뿐만 아나라 MBC와 SBS도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다. 시상식을 보면, MBC는 2022년 한 해 동안 드라마가 ‘빅마우스’ ‘금수저’ ‘금혼령’ 정도밖에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작품 수가 많고 화제작도 많았던 SBS도 실패작, 부진작, 평타도 제법 된다.

연기대상뿐만 아니라 연예대상도 비슷한 상황이다. SBS ‘런닝맨’의 유재석, KBS ‘불후의 명곡’ 신동엽, MBC ‘나 혼자 산다’의 전현무가 각각 연예대상을 받았다. 이 예능들이 언제적 프로그램인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상 후보도 해마다 똑같다. 새로운 예능스타가 나오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이런 점만으로도 지상파가 살 길을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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