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암치료·우주 비밀 여는 ‘도깨비 방망이’ 가속기

2023. 1. 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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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온·중입자·양성자·방사광 가속기
韓, 1조5000억원 투입 중이온가속기 ‘라온’
세계 최고 수준 성능...희귀동위원소 생성
우주생성 원리규명·미래 청정에너지 확보
신소재 개발·의료용 동위원소 생성 등
광범위한 분야 연구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
중이온가속기 ‘라온’저에너지구간 초전도가속장치. [IBS 제공]

지난 3년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사회경제·문화·스포츠 등 분야를 막론하고 우리의 생활을 크게 위축시켰다.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 이전 까지만 해도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유사한 독감 바이러스인 중 하나인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에 대비해 전 국민의 약 48%가 예방 접종을 하고 있을 정도로 인플루엔자에 많은 우려를 하고 주의를 기울여왔다. 하지만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라는 약이 가속기를 활용해 개발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가속기는 어떤 장치이길래 타미플루가 개발될 수 있었을까. 또 가속기 구축에 조 단위의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데도 미국·일본 등 과학기술 선진국들 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가속기를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약품·기초연구·신소재개발 필수장비=가속기는 세계적인 연구성과부터 신소재 개발까지 곳곳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가속기는 경제·산업 측면에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어 주요국들도 앞다퉈 투자에 나서고 있다. 대규모 일자리를 양산하고, 인류가 풀지 못한 난제의 해결사로도 떠오르며 가속기가 미래 혁신을 위한 필수 기술로 자리매김했다.

가속기는 쉽게 말하면 기초과학 연구용 장비다.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입자’를 발견해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대표적이다.

현재 가속기는 타미플루와 같이 신약개발 뿐 아니라 암치료에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반도체 등 신소재 개발은 물론 우주의 비밀 규명과 같은 기초과학 연구에도 활용되는 도깨비 방망이와 같은 만능 도구다.

가속기는 가속되는 입자의 종류에 따라 ▷중이온 ▷중입자 ▷양성자 ▷방사광 가속기로 분류된다. 중이온가속기는 핵물리 연구 등 기초연구와 응용연구에 활용되고, 중이온가속기와 이름이 비슷한 중입자가속기의 경우 탄소를 가속하여 암치료에 활용된다. 양성자가속기는 암치료 및 육종돌연변이·신규 품종개발에 방사광가속기의 경우 나노미터 단위의 물질 내부를 3차원으로 분석할 수 있어 신약개발, 신소재 등 다양한 분에서 활용된다.

▶전 세계 8번째 중이온가속기 구축= 대형 가속기 구축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양성자가속기와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개발 가동 중에 있다. 특히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큰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가속기가 우리나라에도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인 신동에 위치한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중이온가속기는 방사광가속기 등 다른 가속기와 달리 무거운 원소(헬륨~우라늄)를 광속의 1/2까지 가속해야 하는 극한 기술의 집약체이기 때문에 장치개발과 구축이 상당히 까다로워 전 세계적으로도 미국, 일본, 독일 등 총7개 국가만이 보유 중에 있다.

라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지난 2011년부터 지금까지 약 1조5000억원을 투입, 순수 우리기술로 설계·제작하는 가속장치다. 총 길이가 550m에 달해 선형 중이온가속기 중에서는 세계최대규모일 뿐 아니라 희귀동위원소 생성방식면이나 목표성능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은 그동안 4차례나 계획을 변경할 정도로 난항을 겪어 왔다. 지난 2011년부터 구축을 시작한 중이온가속기는 당초 계획대로라면 2017년에 완공을 했었어야 하나 경험이 부족한 우리가 직접 가속장치 설계서부터 제작·조립·성능시험까지 하다 보니 예기치 않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가속장치 개발 한계를 극복하고자 과기정통부는 2030년까지 중이온가속기 구축을 목표로 저에너지구간 중심의 1단계 사업과 고에너지 구간 중심의 선행R&D 사업 및 2단계 사업으로 구분해 중이온가속기를 구축 중에 있다.

▶첫 빔인출 시험 성공=라온의 가속장치의 경우 인체에 비유하자면 혈액을 전달하는 심장과 같은 기능을 하는 장치로, 저에너지구간의 경우 총 54기와 고에너지 구간 총 48기로 이루어져 있다. 저에너지구간 가속장치의 경우 지난해 12월에 구축이 완료, 최초 빔 인출에 성공했다.

특히 라온은 가속목표 성능 면에서 최고 수준으로 미국 MSU(미시간주립대) FRIB 중이온가속기와 견줄만한 수준이다. 세계 최초로 두 가지 동위원소 생성방식을 결합하도록 설계, 보다 다양한 희귀동위원소 생성이 가능하다.

우주생성 원리규명 등 다양한 기초과학연구 뿐 아니라 꿈의 신소재 개발, 미래 청정에너지 확보, 의료용 동위원소 생성, 암치료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연구가 가능하기에 과학계는 라온이 한국의 과학기술 혁신성장 속도를 엄청나게 가속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은 과제인 고에너지구간까지 성공적으로 구축된다면 노벨물리학상이 제정된 이래 올해까지 44명이 가속기 관련 연구를 통해 노벨상을 받은 만큼, 우리 과학계의 바람대로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노벨 물리학상의 산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그간 수차례 계획변경과 사업지연과 같은 시행착오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면서 “선행 R&D를 통해 고에너지 장치구축의 요소기술을 확보하고 성능시험장치 등 기반시설을 대폭 확충함으로써 고에너지구간 구축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장치개발 성공률을 높임으로써 사업기간까지 단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지원 및 육성을 총괄하는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홍순규 과학벨트지원본부장은 “ 올해는 대덕특구의 출범 50주년이자 과학벨트 10주년으로, 지금까지 과학기술 성장의 기초를 단단히 다져온 대덕특구가 과학벨트를 품고 세계적 혁신클러스터로 도약할 때”라면서 “중이온가속기의 성공적인 빔 인출이 과학벨트 도약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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