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회의 관철' 새해 사업 개시한 北, '1956년 12월' 되새기는 이유는?
엄중한 상황 인식 반영…'경제 발전 추진'도 그때와 닮아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올해 1월1일 발표된 새 국정계획 이행에 있어 과거 선배 세대들의 정신을 되새기자면서 '1956년 12월 전원회의'를 부각하고 있어 주목된다. 1956년은 북한 정권의 존폐 위기로도 평가되는 '8월 종파사건'이 있었던 시기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역시 대내외적으로 현 시국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1면 사설 '필승의 신심과 의지로 자력번영의 새국면을 과감히 열어 나가자' 에서 지난 1일 발표된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결과를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지금이야말로 당 중앙위원회의 1956년 12월 전원회의 결정을 높이 받들고 온 나라가 들고 일어나 혁명과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일대 변혁을 일으키던 그 정신, 그 투쟁기풍이 세차게 나래쳐야 할 때"라고 전했다.
신문이 언급한 1956년은 현재 북한 정권이 가장 큰 위기를 겪었던 해다. 그해 8월 당 전원회의에서 김일성 주석의 반대 세력인 '소련파, 연안파'가 김 주석의 독단적 행동과 개인숭배를 비판한 '8월 종파사건'이 발생하면서다.
8월 종파사건 당시 중국과 소련도 김일성 주석을 전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으면서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조성된 흔적들이 역사적 사실로 기록돼 있다.
다소 복잡하고 어지러운 정국 속에서 김 주석은 결국 중국과 소련과의 긴밀한 '협상'을 거쳐 일부 타협을 보는 방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중국과 소련과의 합의가 끝나자마자 강도 높은 숙청 작업을 진행해 반대 세력을 '척결'하게 된다.
이 작업이 마무리된 때가 12월에 전원회의다. 결과적으로는 가장 큰 위기를 겪은 뒤 오히려 3대 세습까지 이어지는 1인 독재 체제를 공고히 하게 된 시기가 1956년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북한은 이 전원회의에서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독자적인 '중공업 우선발전, 경공업·농업 동시발전' 노선을 천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자력갱생의 혁명정신'과 '혁명적 군중노선'도 제시되며 북한이 본격적인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시발점이 된다.
이 전원회의를 전후로 유명한 '천리마 운동' 캠페인이 탄생했고, 천리마 운동 시기는 북한 경제가 빠르게 성장했던 때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북한은 1956년 12월 전원회의를 사실상 '국운'을 바꾸는 분기점이 된 때로 평가하고 있다.
이날 신문은 1면 사설 외에도 4면에서 '잊지 못할 1956년 12월 당의 전투적 호소에 우리 인민은 어떻게 화답해 나섰던가' 제하 기사를 통해 "그 시기 안팎의 정세는 어느 때보다 긴장되고 복잡했다"면서 "미제와 그 앞잡이들은 기회주의자들의 책동으로 시련을 겪고 있던 국제공산주의운동을 계기로 북진 소동을 미친듯이 벌렸고, 반당반혁명종파분자들은 그 틈을 타서 당에 도전해나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때에 우리 인민의 힘에 의거하여 조성된 난국을 타개하고 혁명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갈 것을 결심하신 김일성 주석은 역사적인 당 중앙위원회 1956년 12월 전원회의에서 '증산하고 절약해 5개년 계획을 기한 전에 넘쳐 완수하자'라는 혁명적 구호를 제시하고 전당과 전체 인민을 장엄한 투쟁으로 불러일으켰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 위대한 부름에 호응해 떨쳐나선 영웅적 인민은 5개년 계획의 첫해인 1957년을 눈부신 기적과 위훈으로 수놓았다"라고 자찬했다.
북한이 새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1956년 전원회의에서 발표한 것은 최근 북한의 행보와도 닮아 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8차 당 대회를 통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이행하고 있다.
또 김일성 주석은 1956년 12월 전원회의 직후 맞은 1957년 새해 첫날 신년사를 하지 않았다. 손자인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역시 2019년 비핵화 협상의 결렬 이후 경제난을 각오하면서 맞은 2020년 첫날 신년사를 하지 않은 뒤 지금까지 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국가적 위기'를 내세우는 시기에 최고지도자의 행보가 70여년을 사이에 두고 비슷하게 반복된 셈이다.
북한은 최근 장기화된 대북제재·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봉쇄, 만성 식량난 등에 시달리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제대로 타개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보도에서 작년에 대해서도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혹독한 시련의 해'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어려운 현 상황을 북한 주민들에게 '체제의 위기'로도 평가받는 1956년 12월에 빗대 표현하면서 '당과 최고지도자를 따라 난국을 극복하자'라는 메시지를 표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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