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신한은행 부부장 “개미보다 베짱이처럼…3고 피크아웃 길목 지켜라” [신년인터뷰]
한국은행 최종금리 더 오를 수도
중국 방역 완화는 ‘양날의 검’
2022년 경제는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로 몸살을 앓았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0년 만의 최대인 8~9%로 치솟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1년 만에 0.25%에서 4.50%로 가파르게 올렸다.
한국도 세계적인 물가오름세(인플레이션)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7월 중 물가상승률이 1998년 11월 이후 최고인 6.3%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인플레 파이터’를 자임하며 지난해에만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인상해 3.25%까지 끌어올렸다. 강달러가 위세를 떨쳐 달러·원 환율은 최고 1439.9원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경제 환경이 급변했던 만큼 올해 경제도 안갯속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거시경제 전문가이자 ‘연준 해설가’로 잘 알려진 오건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부장을 만나 2023년 경제 전망을 들었다.
오 부부장은 “미국의 노동 시장이 여전히 뜨거운 상황에서, 서비스 물가가 얼마나 빠르게 내려올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확연히 제압된 것을 확인한 후에 긴축의 고삐를 풀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2023년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꺾여 내려오는, 3고의 피크아웃(정점 통과)을 확인하는 해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CPI 4%부터 서비스 물가와의 싸움
-2022년 6월 9.1%까지 올랐던 미 CPI 상승률이 12월 7.1%로 하락했다. 물가가 하락 추세로 전환했다고 보나.
“추세 전환은 맞는 것 같다. 6개월 만에 2%포인트 내려온 것인데, 6개월마다 2%포인트씩 내려가면 2023년 6월이면 CPI 상승률이 5%가 되고 연말이면 3%, 2024년 상반기면 1%가 된다. 시장은 이런 예상을 토대로 물가가 연준의 목표인 2%대로 수렴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일단 물가 고점은 확인한 것 같다. 이제는 2%까지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다가갈 것인지가 문제다. 빠르면 빠를수록 시장은 더 환호할 것이고, 느리면 느릴수록 힘겨워할 것이다.”
-물가의 하락 속도를 결정할 요인엔 어떤 것이 있나.
“9%였던 물가를 7%로 내릴 때보다, 4%까지 내려온 물가를 2%로 내릴 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겠다. 설거지할 때 물을 뿌리면, 접시에 묻어있던 음식물의 양이 9, 7, 6, 5로 빠르게 씻겨 나갈 것이다.
그런데 4 정도에선 치즈처럼 잘 떨어지지 않는 것들이 남는다. ‘스티키(sticky·끈적끈적한)’한 것들이 남는 것이다. 연준도 이 스티키한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제압할 수 있느냐를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
-끈적거리는 물가에 대해 부연한다면.
“물가를 상품의 인플레이션, 임대료 인플레이션, 서비스 인플레이션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상품 인플레이션은 확연히 내려오고 있다. 임대료는 만기가 돼야 계약금액을 바꿀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임대차 계약이 갱신되는 2023년엔 임대료 인플레이션이 꺾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연준도 알고 있다.
문제는 서비스다. 서비스 인플레이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임금이 꺾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노동시장이 여전히 뜨겁고 임금 상승세도 뜨겁다. (상품과 임대료 물가가) 다 빠지고 난 다음 CPI 4% 언저리부터는 연준이 서비스 물가와의 싸움을 시작할 것 같다. CPI가 5% 밑으로 내려온다고 해서 환호할 일이 아니다.”
-CPI가 7.1%로 하락했는데도 연준은 12월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023년 말 기준금리 전망(점도표)을 종전의 4.6%에서 5.1%로 오히려 올렸다. 이 또한 연준이 서비스 물가를 염두에 뒀기 때문인가.
“그렇다. 다이어트를 할 때 가장 안 빠지는 뱃살까지 빼려면 더욱더 혹독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연준이 가장 경계하는 건 여기에서 후퇴하면 다른 물가도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 시장은 연준의 혹독한 긴축 프로그램 때문에 지쳐있다. 그런데 조금씩 (금리 인하의) 희망이 보이니까 환호한다.
연준은 (본래 구상과) 반대의 신호를 시장에 줬다가 간신히 제압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커질까 봐 두려울 것이다. 연준이 점도표의 금리 전망을 올린 것은 이에 대한 경계감을 표현하면서, 자칫 방만해질 수 있는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게 아닌가 싶다.”
-점도표대로라면 연준의 최종 금리는 5.25% 수준이 될까.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의 영역이다. 2022년 초만 해도 ‘연준이 기준금리를 많이 올리면 두 번(0.5%)’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3월엔 ‘1%까지 가나’ 했고 7~8월엔 ‘4%인가’ 했다. 지금은 5%로 바뀌어있지 않나.
물가가 빠르게 내려오면 5%까지도 필요 없을 수 있다. 반면 마지막까지 물가가 탄탄하게 버텨주면 5%보다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할 수도 있다. 현재 시장에선 5%에서 5.25%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이다.”
-연준이 정책 방향을 틀어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역시 물가가 2%대로 내려오는 것인가.
“포괄적으로는 그렇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재발할 여지가 있는지도 함께 볼 것 같다. 인플레이션이 확연하게 발본색원된 것을 확인하고 나서 긴축의 고삐를 풀 것으로 본다.”
-금융안정이나 경기침체도 연준이 정책 방향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일정 수준의 경기침체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경기 둔화에 신경은 쓰겠지만 이것 때문에 방향을 바꾸진 않을 것 같다. 그런데 금융안정은 얘기가 다르다. 금융 불안정은 금융 시스템이 무너져 내린다는 것이고, 온몸의 혈액이 멈춘다는 얘기다.
물가를 잡는 것도 살기 위해 잡는 건데,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면 다 죽는 거다. 이때는 물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금융 시스템을 보전하기 위해 연준이 뛰어나와야 한다. 연준이 2023년에 정책을 갑자기 전환한다면, 금융 시스템이 크게 흔들려 ‘이건 답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 때일 것이다.”
미 성장 둔화해야 달러 위세 꺾일 것
-한국은행은 현재 3.25%인 기준금리의 인상을 어디서 멈추리라고 예상하나.
“한은에선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3.50~3.75%라는 베이스 시나리오가 나온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께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당시(지난해 11월24일)의 환경에선 3.5%, 3.75%가 고점일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상황이 바뀌면 최종금리 수준도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어떤 시나리오가 가능한가.
“한은 금통위를 할 때만 해도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정책 전환을 빨리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12월 FOMC에서 ‘높은 금리를 장기간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연준이 높은 금리를 장기간 이어가고, 기준금리의 고점을 좀 더 높인다면 (한미 금리 차가 많이 벌어져) 우리가 3.5%나 3.75%에서 멈추기 어렵다.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린다면 한은의 최종금리도 3.75%에서 4%까지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
-한은이 연준보다 금리 인하를 먼저 시작할 수도 있을까.
“한두 번 정도 먼저 인하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한은이 먼저 내리면 한미 금리 차가 확대돼 달러·원 환율이 올라간다. 환율이 뛰면 수입 물가가 올라 낮아지던 물가가 다시 올라가는 문제가 생긴다. 한은이 추세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추려면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야 한다.”
-110을 넘었던 달러화 지수(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낸 지수)가 진정되긴 했으나 아직 100을 웃도는 등 달러의 위세가 여전하다.
“통화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성장과 금리다. 금리가 높으면 그 나라의 통화를 원하게 되고, 금리가 높지 않더라도 그 나라가 성장을 강하게 하면 성장의 과실을 먹기 위해 투자 자금이 그 나라 통화를 사서 들어갈 것이다.
2022년 상반기까지 미국의 성장세가 탄탄하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미국 금리가 올라가는 속도도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르다. 이 두 가지를 보면 달러가 강할 수밖에 없다.”
-달러가 약세로 전환하려면 어떤 여건이 갖춰져야 하나.
“미국의 성장이 다른 나라보다 좀 더 빠르게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달러의 모멘텀(추진력)이 꺾이게 된다. 이게 제일 중요한 점이다. 성장을 희생해서 물가가 꺾인다면 미국은 금리를 낮추면서 대응할 수 있다. 성장과 금리가 같이 꺾이면 달러가 강세 모멘텀을 잃는다.
미국이 강달러와 고금리라는 두 개의 칼을 무턱대고 휘두르기도 쉽지 않다. 강달러와 고금리가 많은 국가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들에 피해를 준 게 미국에도 피해로 돌아온다. 물가와 싸울 만큼은 되면서도 다른 국가에 피해는 안 주는 달러 수준을 찾는 게 중요할 것이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비교적 빠르게 1200원대로 내려왔다. 하락 추세로 전환했다고 봐도 되나.
“미국이 강달러를 약달러로 빠르게 전환하면 (수입 물가가 상승해) 미국 물가가 다시 오르니까, 당분간은 높은 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 같다. 예전에 우리가 일상적이라고 생각했던 환율보다 높은, 예를 들면 1300원대 정도를 일정 기간은 유지할 것 같다. 미국이 물가를 제압한 후 환율도 방향을 (아래로) 바꾸지 않을까 싶다.”
-고물가, 고금리로 인해 경기침체가 온다는 우려가 크다.
“금리를 인상할 때 얼마나 기초체력이 탄탄했느냐가 (경기의 경착륙·연착륙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할 것 같다.
두 번째는 국제 공조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도 중요하다.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강달러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그러면서 상호 간에 환율 조정에 대한 여지를 만들어준 게 지금처럼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크게 도움을 줬다고 본다. 국제 공조가 나타난다면 성장을 마구 무너뜨리는 건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그렇다. 세상일이라는 건 모르는 게, 저도 (예측이 빗나간 것에 대해) 반성을 많이 하지만, 전쟁이 터져 국제유가와 곡물가격이 그렇게 많이 올라갈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나. 저의 희망 사항이고, 보는 분들에 따라 코웃음을 치실 수도 있겠지만, 전쟁이 끝난다면 이것도 국제 공조에 큰 도움을 준다. 공급망 문제가 많이 해소돼 인플레이션의 압력을 상당히 낮출 것이다.”
-중국이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완화한 것도 물가에 영향을 미칠 텐데.
“양날의 검이다. 첫째로 중국의 방역이 완화되면 공급망이 풀리면서 공급 측면에서 제품이 많이 쏟아져 나온다. 둘째는 중국의 수요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중국이 에너지, 원자재, 상품 등을 사들여 물가가 올라갈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선 (중국의 방역 완화가) 물가를 낮추는 요인인데 수요 측면에서는 물가를 올리는 요인이 된다.”
-그렇다면 물가 상방 압력과 하방 압력 중 어느 쪽이 더 강할까.
“어느 쪽이 빠를까 생각을 해보자. 물건을 사는 게 빠를까, 아니면 중국이 물건을 만들어 공급하는 게 빠를까. 사는 게 조금 더 빠를 것 같지 않나. 당장 내일부터 살 수 있으니까.
그래서 단기적 영향과 중장기적인 영향이 사뭇 다를 것 같다. 단기로는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할 수 있지만, 시차를 두고 공급 측면의 압력이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 물가 안정으로 이어질 것 같다. 결론적으로는 중국의 봉쇄조치가 풀리는 게 맞는다고 본다.”
개인투자자 살길은 분산 투자
-2022년 경제의 화두는 인플레이션이었다. 2023년의 키워드는 무엇이 될까.
“2022년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의 해였다. 고환율이 수입 물가를 올리면서 고물가를 또 만들고, 이게 다시 고금리, 고환율을 부르고, 삼고가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켰다.
2023년엔 ‘3고의 피크아웃’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피크아웃이라는 게 정상으로 돌아간다기보다는 악화했던 게 꺾여 내려간다는 얘기다. 이미 그 징후가 조금씩은 나타나고 있다. 전반적인 상황은 좋지 않지만, 좋아지는 희망을 확인할 수 있는 해가 되지 않을까. 새해니까 암울한 얘기보다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봤으면 좋겠다.”
-저서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분산투자를 강조해왔다. 2023년엔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개인 투자자들은 분산투자 하라고 하면 일단 재미없어한다(웃음). 어릴 때 물고기 잡던 것을 생각해 보면, 족대를 들고 물고기를 쫓아다니던 나는 한 마리도 못 잡았다. 그런데 어른들은 물고기를 따라다니지 않았다. 물고기가 지나갈 것 같은 길목에 어항을 놓고, 몇 시간 동안 놀다가 어항을 확인하면 큰 물고기들이 가득 들어있다. 열심히 따라다녔던 개미보다 베짱이가 물고기를 잡았다.
분산투자의 핵심도 바로 길목 지키기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예측하면서 따라다니기보다, 물가의 피크아웃이라는 큰 틀 안에서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자산을 여러 길목에 깔아놓는 전략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거시경제 환경이 빠르게 바뀔 것이므로 매우 많은 시나리오가 있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창궐한다고 가정한다면 원자재가 (유망한 투자처가) 될 것이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제압돼서 금리가 빠르게 내려온다면 채권이 될 것이다. 물가도 제압되고 금리도 안정되고 국제 공조 체계가 갖춰져서 성장에 대한 담론이 다시 강화되면 주식이 (투자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빅테크 주식의 인기가 뜨거웠던 때가 있었다.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올라도 빅테크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한때 빅테크로 돈이 많이 몰렸다. 올해 초에는 그게 맞았다. 그러다 빅테크가 크게 하락하면서 원자재 사이클이 왔다. 빅테크에서 무너졌던 자금이 원자재로 들어갔다가 또 무너졌다. 지금은 또 채권으로 몰려가고 있다.
물론 이 중에서 하나, 둘은 맞을 수 있다. 하지만 트레이딩하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자산을 다양한 길목에 넓게 깔고 가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오건영 부부장은 누구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에서 투자솔루션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주요국의 통화·외환 정책에 관한 전문적인 설명을 제공하면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연준 해설가’ ‘갓건영’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저서로 <부의 대이동> <부의 시나리오>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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