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앞 40년, 그 성공과 패배의 기록…신간 '칼끝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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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제가 들어오면서 불빛이 사라졌다.
40년간 1만 건이 넘는 수술을 집도했던 그였다.
수많은 수술을 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했던 그 수술대에서 그는 수술 중 깨어나는 '수술 중 각성'을 걱정하면서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책은 그가 수술하며 겪은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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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마취제가 들어오면서 불빛이 사라졌다. 40년간 1만 건이 넘는 수술을 집도했던 그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의 입장에 섰다. 수많은 수술을 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했던 그 수술대에서 그는 수술 중 깨어나는 '수술 중 각성'을 걱정하면서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칼끝의 심장'(원제: The Knife's edge)은 영국의 저명한 심장외과 의사 스티븐 웨스터비가 쓴 에세이다. 영국 소도시에서 태어나 부단히 노력한 끝에 의사가 된 그는 옥스퍼드대학병원을 비롯해 영국, 미국, 홍콩의 병원에서 수많은 수술을 집도했다. 책은 개인의 성장부터 은퇴까지 병원 생활뿐 아니라 가정사를 포함한 개인적 내용까지 상세히 다뤘다는 점에서 자서전적 성격을 띤다.
일반적으로 영국 의사들은 어린 시절부터 사립학교에 다니고 명문대를 나오는 엘리트 코스를 거친다. 저자의 성장 궤도는 조금 달랐다. 그는 잉글랜드 북부 철강 도시 뒷골목에서 자랐다. 공립학교를 나왔으며 의대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제강소를 다녔다.
그는 "미천한 신분을 탈피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았다. 사립학교 출신도 아니면서 학부 때 럭비에 매진했던 이유도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럭비를 하다가 뇌를 다쳐 "사이코패스적"인 냉철함을 얻었다.
유약하고, 내향적이었으나 전전두엽 부상은 그를 과감한 외과의로 이끌었다. 환자에 대한 공감 능력은 떨어졌지만, 메스를 잡고 환부를 가르는데 탁월한 재주를 발휘했다. 다리를 순식간에 자른다고 해서 '조스'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지독한 야망의 소용돌이 속"에서 성공을 향해 그는 멈추지 않고 앞을 향해 직진했다.
책은 그가 수술하며 겪은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한때 친했던 의대 동기를 수술하다가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 가슴 아픈 사연, 선천성 심장 기형을 지닌 채 태어난 '청색아'들에게 새 생명을 선사한 이야기, 잇따르는 응급수술 탓에 가족을 못 챙긴 이야기, 수술 바늘에 찔려 에이즈에 걸릴 뻔했던 간호사의 사연을 전한다. 매디컬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발생한다는 점에서 책은 독자의 시선을 끌 만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책의 미덕은 인생을 바라보는 다양한 앵글에 있다. 저자는 성공한 수술과 치료만을 선별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실패한 수술, 자신의 사소한 실수로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이야기나 동료를 위험에 빠뜨린 사연까지 가감 없이 전한다. 일견 성공한 듯한 그의 인생도 뒤돌아보면 패배의 순간들로 점철됐다. 저자가 소설가 조지 오웰의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책을 마무리한 이유다.
"자서전이 미더울 때는 부끄러운 진실을 드러낼 때뿐이다. 자신에 대해 아름답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짓말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그 어떤 삶도 내부에서 바라보면 그야말로 패배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지식서가. 34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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