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기 어렵네” 집값 ‘6억 기준’이 발목…안심전환대출 저조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1. 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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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조 신청...25조원 한도의 38%
평균 주택가격 3억1000만원
신청자 81% 소득 7000만원 이하
안심전환대출이 시작된 지난해 9월 15일 오전 서울의 한 지하철역사에 안심전환대풀 광고가 걸려 있다. [이승환 기자]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최저 연 3.7%의 고정금리 주담대로 갈아탈 수 있게 해 주는 ‘제3차 안심전환대출’ 신청자가 예상 공급 규모의 40%에 못 미치는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집값 신청 요건이 6억원으로 낮아 문턱이 과거 대비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일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 신청·접수 마감결과 신청금액이 9조4787억원(7만493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번 공급한도인 25조원의 약 38%에 불과한 수준이다.

안심전환대출 신청자 평균 주택가격은 3억1000만원, 주택가격 4억원 이하 비율이 62.6%로 나타났다. 신청자 평균 소득은 4500만원으로 소득 7000만원 이하 비율이 81.3%에 달했다. 신청자 지역별 비중은 경기가 34.8%로 가장 높고 이어 인천 9.1%, 서울·부산 각 7.6%순이다.

안심전환대출 신청 실적은 1~2차 안심전환대출 공급 실적에 비해 저조하다. 2015년 1차 안심전환대출은 출시 나흘 만에 한도 20조원이 모두 팔렸다. 2019년 2차 안심전환대출은 한도 20조원의 3.5배 수준인 74조원 신청이 쇄도해 신청 대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안심전환대출은 금리 상승기에 대출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제1·2금융권에서 받은 변동·혼합형 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주택금융공사의 3%대 장기·고정금리 정책모기지로 대환(갈아타기)해주는 정책 금융상품이다.

1단계 신청대상은 주택가격 4억원, 부부합산 소득 7000만원 이하가 대상이었다. 그러나 대상 주택가격이나 소득 기준이 너무 낮아 당초 공급목표에 턱없이 모자라는 신청이 이뤄지자 2단계 신청에서는 주택가격을 6억원으로, 부부합산 소득은 1억원으로 각각 상향조정했다. 대출한도도 기존 2억5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높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급등한 주택가격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외면을 받았다.

금융당국은 작년 9월 15일부터 10월 31일까지 1차 신청을 진행한 결과, 신청·접수금액이 3조9897억원(3만9026건)으로, 공급한도가 21조원 가량이 남았다. 이후 11월 7일부터 12월 30일까지 2차 접수에 나섰지만, 2단계 신청에도 5조4890억원(3만5905건)이 접수되는데 그쳐 안심전환대출의 흥행의 불씨가 살아나진 못했다.

안심전환대출 초라한 퇴장…이달 출시 특례보금자리론은?
금융권에서는 안심전환대출 흥행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까다로운 신청요건을 꼽는다. 정부가 주택가격 기준과 소득기준을 높여 신청대상을 넓혔지만, 이 또한 소득과 보유 주택 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던 2015년과 ‘부부 합산 연소득이 8500만원 이하(신혼부부와 2자녀 이상은 합산소득 1억원)·주택가격 9억원 이하 1주택 가구’로 신청요건을 뒀던 2019년 보다 여전히 문턱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 2015·2019년에 비해 집값이 급등한 현 상황에서 6억원 이하 주택가격 기준도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KB부동산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3833만원이다. 수도권 아파트 중위가격도 6억1000만원,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이 3억9833만원이다. 실제 안심전환대출 신청자 수도권 비율은 절반(51.5%)에 그쳤다.

반면 1~2차 안심전환대출은 주택가격 9억원 이하까지 신청할 수 있었다. 2019년 말까지 당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원을 밑돌았다.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높아져 상대적으로 낮긴 하지만, 과거 대비 안심전환대출 금리 매력도가 높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3차 안심전환대출 금리는 연 3.8%(10년)∼4.0%(30년)를 기본으로 하되, 저소득 청년층(만 39세 이하·소득 6000만원 이하)은 연 3.7%(10년)∼3.9%(30년)가 적용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의 경우 2019년 1~2%대로 공급해 그 당시를 회상하면서 현 금리수준이 높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현 시장상황에서 4%대의 고정금리가 경쟁력이 있는 것은 맞지만, 그동안 저금리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당장 내야 하는 이자가 많아지니 4%대의 금리도 높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기대감에 신청을 망설이는 차주들도 적지 않다는 업계의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상반기까지 금리인상을 이어가다 하반기에는 인상 기조를 마무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올 상반기 연 3.5% 또는 연 3.75%까지 기준금리를 올린 뒤 하반기부터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달 중 출시 예정인 ‘특례보금자리론’에 대한 기대도 안심전환대출 수요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달 중 내놓을 고정금리 정책모기지 상품인 ‘특례 보금자리론’은 일반형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집값 9억원 이하·소득 제한 없음·대출한도 5억원), 보금자리론(집값 6억원이하·소득 7000만원 이하·대출 한도 3억6000만원) 등 3가지 정책모기지를 하나로 합친 상품이다.

올해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정부 예산안에서 특례보금자리론 운영을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에 1668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금리대는 4% 중반으로 시작할 것으로 관측돼 안심전환대출보다 높다. 하지만, 소득요건이 없은 데다 집값과 대출한도가 높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기존 대출이 많아 더 이상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이들까지도 혜택을 볼 수 있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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