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올해 첫 투자처로 ‘로봇 회사’ 찍었다… 신사업 시동 건 삼성

박수현 기자 2023. 1. 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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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 투자
10% 지분 확보…“미래기술 선점 차원”
협동 로봇 넘어 전방위적 협력 기대
주요 생산기지 로봇 도입 가능성도
‘250조 투자’ 이재용, 신사업 ‘속도’
로봇 산업, 2030년 204조원 성장
지난 2020년 11월 12일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첫번째)이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서울R&D 캠퍼스에서 디자인 전략회의를 열고, 가정에서 운동·취침·식습관 등을 관리해주는 로봇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023년 첫 투자처로 반도체 기업도, 배터리 기업도 아닌 로봇 기업을 점찍었다. 신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이재용 회장은 2020년 고(故)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첫 경영 행보로 나선 미래 디자인 전략회의에서 로봇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삼성전자는 “다시 한번 디자인 혁명을 이루자,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자”는 당시 이 회장의 주문에 따라 2021년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지난해 이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켰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협동 로봇(사람과 상호작용하며 일할 수 있는 소형 로봇) 개발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전날 시설자금 289억원, 운영자금 300억원 등 58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증자다. 주당 발행가액은 3만4000원으로, 절차가 마무리되면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신주 194만200주(지분율 약 10.3%)를 보유한 2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래 산업을 위한 기술 확보 차원에서 이번 투자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가 투자한 첫 로봇 기업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의 연구팀이 2011년 창업했다. 2021년 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으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04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최초로 이족보행 로봇을 만든 오준호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석좌교수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한국금융분석원은 앞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간형 로봇 및 협동 로봇, 군사용 로봇 등 종합 로봇 플랫폼 기업으로, 이족보행 로봇 부문에서 혼다와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현재 주요 사업부문은 협동 로봇이다. 전체 매출 비중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협동 로봇 ‘RB 시리즈’를 통해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RB 시리즈는 사람의 팔처럼 생겨 반복 작업이나 생산 설비에 도입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이 밖에도 다족보행 로봇의 국방 활용 기술개발(R&D)을 진행 중이며, 지난해 6월 산업통상자원부, 방위사업청 민군겸용기술개발사업 국책과제 주관사로 선정된 바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 로봇 ‘RB 시리즈’. /레인보우로보틱스

투자업계는 삼성전자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협동 로봇을 넘어 이족보행 로봇, 사족보행 로봇, 가정용 로봇 등 분야에서의 전방위적 기술 협력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돌봄 로봇 ‘삼성봇케어’, 지능형 로봇 ‘볼리’, 상호작용 로봇 ‘삼성봇아이’, 가사보조 로봇 ‘삼성봇핸디’ 등의 시제품을 선보여왔다. 지금은 보행보조 로봇 ‘젬스’의 출시일을 저울질 중이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로봇 개발 능력이 뛰어나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스펙에 맞춰 로봇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이) 삼성전자 생산라인에 공급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주요 글로벌 생산기지에 2030년까지 무인공장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레인보우로보틱스, 현대자동차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는 2021년 약 1조원에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자율주행차, 물류,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에 관한 구상을 통합하고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2021년 8월 로봇을 포함한 미래 신사업 분야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이후 로봇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도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신사업 발굴의 첫 행보는 로봇 사업이다”라며 “로봇을 고객 접점의 새로운 기회 영역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전 세계 로봇 산업은 2020년 250억달러(약 31조9000억원)에서 2030년 1600억달러(약 204조1600억원)로 연평균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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