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마저’ 찬바람 부는 파운드리 시장…성패는 ‘기술’

이다원 2023. 1. 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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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압도적 1위 TSMC도 주문량 축소 위기
당장 12월부터 매출 꺾여…1Q 찬바람 불듯
"1등 감소하면 '2등' 삼성은 어쩌나" 우려도
파운드리 시장 위축에…승부처는 '기술력'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상대적 호황을 누리고 있던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에도 찬 바람이 불고 있다. 메모리를 덮친 재고 조정 여파가 파운드리까지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특히 업계 1위인 대만 TSMC마저 주문량 축소 위기에 처하면서, 파운드리 업계 전반이 위축되는 게 아니냔 우려가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산업의 성패는 결국 기술력에 있다는 업계 분석도 제시됐다.

대만 TSMC. (사진=AFP)
4일 업계와 대만 언론에 따르면 TSMC의 올 상반기 매출이 축소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TSMC는 지난해 역대 월 매출을 꾸준히 경신해 왔다. 지난해 11월 TSMC는 매출액 2227억600만 대만달러(약 9조5000억원)를 달성, 사상 최대치를 다시 썼다. 직전 달인 10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50%가 넘는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4분기 실적도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TSMC가 12월부터 매출 감소세를 기록할 수 있다고 본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를 덮친 수요 위축의 여파가 파운드리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줄면서 주요 고객사의 주문량이 줄어들면 TSMC의 칩 생산량 역시 감소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AMD, 엔비디아, 미디어텍 등 주요 고객사가 반도체 주문량을 꾸준히 줄여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레거시(성숙)공정 반도체뿐만 아니라 최첨단 공정 반도체까지 주문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에는 첨단 공정 파운드리에서도 재고 조정이 본격 시작되면서 팹 가동률이 큰 폭으로 하락할 전망”이라며 “특히 7나노 공정의 경우 가동률이 50% 이하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고 했다.

점유율 1위인 TSMC까지 매출 하락 위기에 빠지면서 파운드리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겨울이 도래하는 게 아니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올해 상반기 재고 조정 여파로 파운드리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당장 시장 점유율 절반을 장악한 TSMC가 매출 감소를 겪는다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파운드리 기업들 역시 위태롭다. 대형 수주가 연쇄적으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주문이 많은 TSMC마저 수주량이 줄어든다는 건 아예 파운드리 물량 자체가 줄어든다는 의미”라며 “TSMC보다 주문 규모가 작은 파운드리 기업들 역시 물량 감소를 겪을 수 있고 나눠 주문하던 것을 한 쪽에만 주문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005930) 역시 파운드리 가동률 하락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메모리 부문의 추가 실적 감소와 파운드리 가동률 하락에 따른 비메모리 실적 악화를 겪었다”며 “올해 1분기 반도체 부문이 적자전환할 전망”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지난 6월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주역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수요 위축으로 인한 시장 조정이 불가피한 가운데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기술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존 주문 물량보다는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규 수주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해 6월 삼성전자에 이어 최근 TSMC까지 현재 가장 고도화한 수준인 3나노미터(㎚) 칩 양산에 나서면서 기술 경쟁의 판이 커졌다.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는 3㎚ 공정 수율과 활용처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기술 패권과 시장 패권을 놓고 경쟁이 벌어진 셈이다.

이같은 기술 경쟁 점차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대만 매체인 디지타임즈는 미디어텍, 퀄컴 등 고객사가 TSMC의 3나노 공정 칩을 활용해 모바일용 SoC를 제작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첨단 공정에 대한 수요가 있지만 안드로이드 휴대폰 판매 수요가 줄어든 것이 결정을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3나노 공정을 통한 파운드리 수주 수요는 충분하지만 관건은 휴대폰 세트(완제품) 수요인 셈”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관건은 수요 회복이지만 이제부터는 신규 수주를 어떻게 받느냐가 관건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이다원 (d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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