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작전판] “껍데기만 남았다?!” EPL 레전드가 분석한 손흥민의 부진

포포투 2023. 1. 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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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한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 껍데기만 남은 것 같다.”


영국 인터넷 매체 90MIN이 토트넘 홋스퍼와 크리스털 팰리스의 2022-2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9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토트넘을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큰 위기의 팀으로 지목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지난 시즌 득점왕을 수상한 손흥민(30)의 골 가뭄을 짚었다.


2021-2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수상한 손흥민의 올 시즌 기록은 우려되는 수준이다. 올 시즌 출전한 리그 15경기에서 3골 2도움을 기록 중인데, 실제 득점한 경기는 지난 해 9월 레스터 시티전이 유일하다. 2021-22시즌의 경우 공동 득점왕을 확정하며 멀티골을 기록한 노리치 시티전을 포함한 10경기에서 12골을 넣었다.


대체 반년 사이 손흥민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선수와 감독으로 토트넘에서 활동한 레전드이자,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을 지낸 바 있는 글렌 호들(65)은 토트넘과 애스턴 빌라의 지난 주말 경기 분석 패널로 등장해 손흥민의 최근 득점 부진은 ‘기량 저하’나 ‘경기력’ 등 손흥민 본인의 문제로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호들은 올 시즌 손흥민이 득점할 만한 기회를 자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득점이 줄어든 것이라며 토트넘의 경기력 부진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손흥민이 이전만큼 골을 넣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좋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흥민 놓친 것으로 보이는 기회는 마무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오히려 성공시켰다면 대단했을 장면이다. 손흥민의 침투와 움직임이 좋았기 때문에 생긴 기회도 있었다. 혹은 골대를 때리는 등 불운이 따르기도 했다. 손흥민이 놓친 기회도 있긴 했지만 기량이나 기술적 문제라기 보다는 순간의 판단이 잘못된 경우다. 손흥민의 기량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


실제로 통계 매체 fbref.com의 자료에 따르면 손흥민의 올 시즌 기대 득점은 3.7골이다. 4골 정도를 넣을 기회가 주어졌고, 3골을 넣었다. 2021-22시즌 득점왕 수상 당시 기대 득점을 크게 상회하는 기록으로 많은 골을 넣은 것에 비하면 떨어지는 수치지만, 손흥민이 많은 기회를 얻었으나 허비하고 놓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또 하나의 이유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당한 안면 골절 부상이다. 부상 기간 결장한 경기, 그리고 2022 카타르 월드컵 후 마스크를 쓰고 출전한 경기 등에서 이전만큼 강하고 빠르거나 과감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호들은 “브렌트포드전을 보면 손흥민이 얼굴 부상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보였다”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전 잉글랜드 대표 공격수 대런 벤트(38)는 골을 넣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찾아온 심리적 부담으로 판단 속도가 떨어지는 면도 있다고 짚었다. “호들이 말한 것처럼 100%의 자신감과 몸 상태였다면 보다 과감하게 골키퍼를 제치거나 골대 안으로 슈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손흥민을 보면 너무 정확하게 슈팅을 하려고 많은 생각을 하다 타이밍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나 역시 선수 시절에 그런 적이 있다.”


호들은 “손흥민 스스로 지난 시즌 자신의 활약으로 인해 기준이 높아졌을텐데, 그 기준을 유지하는 것, 달성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사람들이 손흥민의 일관성에 대해 지적하지만 난 손흥민을 걱정하지 않는다. 손흥민은 좋은 선수이기에 결국 극복할 것”이라며 경기력 자체에서 문제를 찾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레스터 시티와 해트트릭 경기에서 손흥민이 드디어 발동이 걸렸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호들은 손흥민의 득점이 그 뒤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에 대해 토트넘 자체의 문제를 지적했다. 토트넘이 거듭 선제골을 내주고 경기를 하다 보니 토트넘의 공격 강점이자, 손흥민의 최대 강점은 역습 상황에서의 공격 빈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최근 공식전 10경기에서 내리 선제골을 내주고 경기하고 있다. 불안정한 수비가 공격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토트넘이 계속해서 선제골을 내주고 있는 점도 손흥민 선수가 제대로 활약하기 어려운 이유가 되고 있다. 토트넘은 1-0, 2-0으로 앞설 때 전혀 다른 팀이 됩니다. 콘테 감독은 역습 상황에서 경기를 적절하게 운영하는 지도자다. 그래서 손흥민이 케인보다 더 효과적인 선수로 활약해온 겁니다. 해리 케인이 스루패스를 손흥민 선수에게 연결하며 득점 패턴이 되는 이유다. 손흥민은 그때 움직임이 아주 훌륭하다. 토트넘이 리드하는 상황이 되면 손흥민은 전혀 다른 선수가 된다. 대단한 위협을 가한다. 손흥민이 수비수를 빠르게 제치고 골문 구석으로 슈팅을 꽂아 넣는 장면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은데, 열린 경기가 되면 손흥민은 토트넘의 핵심 위협이 될 것이다. 지금 그런 골을 넣지 못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대런 벤트는 지난 2021-22시즌 후반기에 가세해 손케 듀오에 대한 집중견제를 분산하고, 손흥민에게도 좋은 패스를 공급해준 데얀 쿨루셉스키가 올 시즌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경기들 역시 손흥민에게 득점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못한 이유로 꼽았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손흥민의 득점이 줄어든 것을 손흥민 개인의 문제가 아닌 토트넘 선수단의 상황 및 부진으로 설명한 것이다. 벤트 역시 호들과 마찬가지로 “손흥민은 굉장히 좋은 선수다. 늘 좋은 위치 선정을 하고, 움직임이 좋다. 그래서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시즌 중 골이 안 들어가는 시기는 누구나 있다. 경기력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결국 골이 나올 것”이라며 팀의 문제가 해결되면 손흥민이 다시 골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기대했다.


호들은 “토트넘은 경기 준비 방식을 바꿔야 한다. 전반전에 부진하고 후반전에 추격하는데, 훈련장에서든 연습 경기에서든 전반전부터 후반전처럼 경기할 수 있도록 변화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트넘이 1월 5일 새벽 5시에 킥오프하는 크리스털 팰리스와 원정 경기에 손흥민의 득점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기 방식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글=한준(풋볼아시안 발행인, founder@football-a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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