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제재 무력화됐는데 '뉴스제휴평가위 2.0' 의미있나
[해설] 추천단체 수 18개로 늘리고, 제평위원 결격·자격 요건 넣어
제평위 내부에서도 "연합뉴스 건으로 제재 무력화, 2.0 의미 없어"
사회적 논의 필요한 상황, '추천단체 조정' 논의 한계 지적도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생산자단체, 소비자단체, 언론자율심의기구, 학회와 언론전문기관 등의 대표, 단체와 기관이 추천한 위원들로 구성된 제평위가 6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형성해 온 규정과 실무의 엉킨 실타래를 칼로 자르듯 개선하기는 어렵다.”
“제평위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거나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다양한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포털 뉴스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거버넌스 모델과 그 모델 안에서 제휴 평가의 기능을 과연, 누가,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해서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지난해 4월 뉴스제휴평가위원들에게 공유된 '네이버 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2021년 제평위가 한국언론학회에 의뢰해 만들어진 보고서로, 제평위의 위상과 역할 전반에 대한 제안을 담았다.
이후 제평위 개선 논의는 어디까지 이어졌을까.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3월 '7기 제평위' 출범 후 공개된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제평위 사무국과 운영위원회가 '제평위 2.0'을 논의한 결과 추천 단체를 소폭 늘리는 방안을 비중 있게 논의하고 있다.
현재 제평위원은 15개 단체에서 2명씩 추천해 총 30명이다. 생산자단체 : 전문가단체 : 소비자단체를 6:5:4 비율로 구성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추천단체를 3곳 더 늘려 세 단체를 6:6:6 비율로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추가로 참여하는 3개 단체는 10곳을 후보로 검토했고 현재 여성민우회, 지역언론학회,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등의 단체를 접촉하고 있다. 위원 수의 경우 단체별 2명씩 추천하는 현재와 달리 18개 단체가 1명씩만 추천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18명으로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심사는 '풀(Pool)단'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포털 제휴 언론사를 심사·선정하는 입점소위원회는 전·현직 제평위원 100여명 정도로 구성된 풀단이 심사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풀단 구성원 중 무작위로 선정된 위원들이 심사에 참여하게 된다. 현재는 제평위원의 결격사유와 자격요건이 별도로 없어 추천 단체가 추천을 하는 즉시 임명이 됐는데, 결격사유와 자격요건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제평위 사무국은 지난 2일 미디어오늘에 “아직 모든 것은 방안으로 고려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제평위 2.0 안이 정확하게 정해진다면 그 내용을 바탕으로 공식적으로 공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3월에는 7기 제평위 임기가 만료돼 '8기 제평위'가 출범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제평위 2.0' 논의가 진행 중이고, 전·현직 제평위원들은 '연합뉴스 소송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2.0을 논의하는 게 맞는지' '추천단체 구성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건 아닌지'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특히 복수의 제평위원들은 양대 포털이 연합뉴스 대상 소송에 나서지 않은 점을 시급한 문제로 지적한다. 제평위는 언론사들의 입점과 제재 두 가지 심사를 전담한다. '기사형 광고' 작성을 이유로 포털 콘텐츠 제휴(CP)사에서 강등된 연합뉴스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1년 12월24일 “본안소송에서 해지통보의 위법 여부에 관한 최종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며 연합뉴스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연합뉴스는 다시 포털 CP사로 복귀했다.
이후 본안 소송을 통해 제재의 적절성을 다퉈야 하지만 카카오는 연합뉴스와 소송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네이버는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제평위원들이 양대 포털이 소송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문까지 냈지만 포털은 대응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리아타임스 등 과거 콘텐츠제휴 매체에서 퇴출된 언론사들이 제재를 취소하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제재를 받은 다른 언론사들도 대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가처분 인용 이후 포털이 본안 소송에 나서지 않으면서 제평위의 제재 권한이 무력화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제평위 2.0'에 대한 논의가 나오자, A제평위원은 “제평위가 연합뉴스 건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고 답답함을 느꼈다. 이후 여러 매체에서 가처분 신청을 하고 있다”며 “제평위의 제재가 의미를 가지려면 연합뉴스와의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본다. 코리아타임스 소송을 지켜본 후에 연합뉴스와의 소송을 대응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연합뉴스 건과 별건”이라고 말했다.
B제평위원은 “연합뉴스 건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평위 2.0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큰 뿌리는 고치지 않고 곁가지만 건드리는 식의 2.0은 아무런 작동을 할 수 없다”며 “2.0 논의를 보류하고 본안 소송을 제기하고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C제평위원 역시 “연합뉴스 건이 해결되지 않는 안 의미가 없다. 가처분이 인용되고 규정에 위반한 행위를 했던 언론사들이 다 돌아오고 있다. 제평위 제재 조치가 의미 없어졌단 이야긴데 그럼 제평위는 입점 심사만 하고 제재는 못 한다는 이야기 아니냐”고 했다.
연합뉴스 본안 소송과 '제평위 2.0'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D제평위원은 “같이 가야 한다. 연합뉴스 소송 건은 한두달 만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적어도 2~3년은 가야하는데, (소송에만 주목하라는 요구는)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현재 구조로는 제평위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 둘이 같이 가야하는 문제지 어떤 게 선행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제평위 2.0' 논의가 지나치게 '추천 단체'에만 집중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제평위는 현행 추천단체 문제 외에도 △심사의 불투명성 △이해관계자 중심의 위원 추천구조 △견제와 감시를 받지 않는 문제 △제휴 기준에 다양성 등 측면이 고려되지 않는 문제 △포털 스스로 책임지지 않고 책임을 외주화하는 문제 등이 반복적으로 지적돼왔다. 제평위가 의뢰해 한국언론학회가 작성한 '네이버 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는 사회적 논의를 통한 제평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단체 추천 확대를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데 그친 상황이다.
B제평위원은 “참여 단체 수 조정에만 매몰돼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각종 이권이 걸쳐 있는 단체만 껴맞추기 식으로 논의하는 건 진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제평위원도 “제일 답답한 건 모두 추천단체 '구성'에만 관심 있다는 점이다. 누가 추천해서 누가 위원이 되느냐만 관심 있지 진짜 문제 제기됐던 제평위의 문제를 해결할 고민을 누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2021년 12월 법원은 연합뉴스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결정문에 △재평가의 구체적인 결과와 사유를 통지하지 않아 이의제기와 시정에 제약이 있고 △청문, 의견진술 절차가 있는 미디어심의기구와 달리 방어권 보장이 취약하고 △제평위원 선임 기준·절차에 대한 객관성·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나 장치가 존재하지 않고 △주관적 평가가 가능한 비중이 크고 항목도 포괄적·추상적이고 △제평위원들이 단기간 내에 충실히 심사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고 △연합뉴스가 관련 사업을 폐지하고 시정했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았고 △제휴심사 규정이 바뀔 때마다 언론에 자동으로 적용해오는 등 심사와 약관 연동이 부적절한 점 등을 지적했다.
[관련 기사 : 5년 전 네이버에서 퇴출당한 코리아타임스가 소송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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