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웅’ 윤제균 감독 “안중근의 마지막 1년 재조명”
음악적 부분·정확한 고증 중점으로 제작
캐스팅 기준도 스타성 아닌 실력·연기력
배우 정성화·김고은 “의심할 여지 없었다”
“전세계에 부끄럽지 않은 K-콘텐츠 목표”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윤제균 감독(53)이 8년 만에 뮤지컬 영화 ‘영웅’을 내놓았다. 지난 12월 21일 개봉한 ‘영웅’은 ‘아바타2’와 함께 흥행 중이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서 침략자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이듬해인 1910년 3월 26일 순국한다. ‘영웅’은 안중근(정성화)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리고 있다. ‘영웅’ ‘누가 죄인인가’ ‘장부가’ ‘단지 동맹’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등 대표 넘버들의 가사가 쏙쏙 들어온다.
윤제균 감독은 크게 두가지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첫번째는 음악적인 부분이다. 뮤지컬 ‘영웅’을 본 사람들이 많다. 이 사람들을 절대 실망 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다행히도 뮤지컬을 본 분들이 영화를 보고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윤 감독은 “음악사적인 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한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니까, 전세계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뮤지컬 영화는 헐리우드의 전유물이었다. K콘텐츠가 세계의 관심을 받는 요즘 한국 뮤지컬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두번째 주안점은 안중근 의사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니만큼 철저한 고증에 의해 조심히 다뤄야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뮤지컬 ‘영웅’에는 없지만, 초반 전쟁포로를 놓아주다 결과적으로 피해를 입는 회령전투를 포함시켜 안중근의 과거를 알 수 있게 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저격 이전에 무엇을 한 사람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군인인 대한의병군 참모중장이었다는 점을 영화에서 분명하게 밝혔다.”
윤제균 감독은 안중근 의사가 거사 후 자결하려고 했다는 항간의 이야기에 대해 “자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안중근 의사가 7발중 6발을 쐈다. 이토를 죽이고 재판을 받으려고 했다. 그러면 전세계의 언론이 이 재판에 주목할 것이다. 여기서 일본이 뭘 잘못했는지를 낱낱이 밝히려고 했다. 이렇게 치밀한 생각을 가지고 거사를 치른 것이다. 욱 하고 죽인 게 아니다. 재판이 열릴때 자신의 동양평화론을 알리고자 했다. 안중근 의사가 위대한 군인이자 위대한 사상가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재판 장면은 최대한 고증에 입각해 찍었다.”
하지만 뮤지컬 영화이다 보니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 면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도 윤 감독은 생각이 확고했다.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다루겠다고 했으면 장르자체가 휴먼 드라마가 됐을 것이다. 디테일한 사건과 캐릭터들의 심리가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안중근의 일대기가 아니고 뮤지컬 ‘영웅’을 보고 감동을 받아, 이를 영화화하겠다고 한 게 출발점이다. 당연히 뮤지컬 영화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안에서도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나 역사학자들에 의해 비난받지 않기 위해 시대상황을 공부하고 고증에도 신경을 썼다.”
그러니 배우들의 캐스팅 기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았다. 오로지 실력, 전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노래 실력과 연기력을 갖춘 배우를 뽑아야 했다. 게다가 설희(김고은)와 마진주(박진주) 남매를 제외하면 모두 다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했기에 캐스팅 과정부터 진지했다.
“스타성보다는 실력이었다. 안중근 역은 정성화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처음에는 영화의 주연인데 주위에서 잘해낼 수 있을까 하고 걱정했다. 우리나라에 그 역할을 정성화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많은 의심을 실력으로 증명한 게 중요하다.”
윤제균 감독은 “설희는 일본 기생으로 위장하고 이토 히로부미(김승락)가 하얼빈에 도착하기 전에 하는 이야기를 염탐해 독립군에게 알려주고 불꽃처럼 산화한다. 설희는 연기도 잘해야 하고, 노래도 잘해야 한다. 나는 잘몰라 배우중에서 찾아다녔다. 매니저들에게도 물어봤는데 다 김고은 한 명이었다”면서 “여담을 말하자면, 김고은은 노래방에서 거의 소찬휘급이다. 가수보다 잘한다고 했다”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했다.
안중근 의사 어머니인 조마리아 여사 역의 나문희 캐스팅은 운명처럼 만났다고 했다. 조마리아 여사가 뤼순 감옥에 있는 아들에게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하지 말고, 목숨을 구걸하지 말라”라는 편지를 쓰고 노래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관객을 찾기 힘들다. 그만큼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심금을 울리는 장면을 연기해야 한다.
“조마리아 여사는 나문희 선생님 말고 생각한 배우가 없었다. 문제는 선생님이 제일 바쁠 때라는 거였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낸 다음날 바로 전화로 하겠다는 답이 왔다. 원래 조마리아 여사에 대해 많이 알고계셨다. 평소 안중근 의사를 영화화할때 엄마 역할이 오면 하려고 했다고 하셨다.”
박진주는 캐스팅때보다 개봉할때 훨씬 더 유명해져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영웅’은 2020년 8월에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팬데믹 환경으로 개봉이 연기되면서 재촬영을 많이 해야했다. 후반작업 시간이 늘어나면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했다.
영화 ‘해운대’와 ‘국제시장’으로 ‘쌍천만 감독’으로 불리는 윤제균 감독은 연출과 제작을 겸하고 있는 영화인이다. 6개월 전부터는 CJ ENM 스튜디오스 대표도 맡아 K팝 소재 영화의 연출과 제작에 나선다.
“월급쟁이 직장인을 하다 감독으로서의 재능을 33살에 알게됐다. 하느님이 이런 재주를 가지고 이쪽 일을 하라고 하신 거는 콘텐츠로 따뜻하고 행복하게 일 하라는 사명을 주신 거라고 받아들인다. 감독이건 제작자건 세상에 의미가 있는, 조그만 거라도 행복 메시지를 주는 컨텐츠를 제작하겠다.”
서병기 선임기자
wp@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미오와 줄리엣’ 주연, “성착취 당했다”…제작사 고소
- ‘조부상 결석’ 불허한 연세대 교수 “반려견 임종 지키려 휴강” 논란
- [영상] “남아프리카에 오게돼 행복”…호날두 입단 첫 날부터 ‘실언’
- ‘축구황제’ 펠레의 유별난 일본차 사랑…그 많던 애마가 전부 협찬? [여車저車]
- 여배우? 경호원?…늘 푸틴 옆 포즈잡는 금발女 의문의 정체
- ‘엿가락’된 신도림역 육교, 보름전 안전 A등급 받았는데 돌연 ‘푹’
- '76m 추락' 종잇장처럼 구겨진 테슬라… 4살 아이 '멀쩡'
- 아파트 14층 ‘20㎏ 감박스’ 날벼락, 제네시스 박살낸 범인 잡았다
- “사단장 냉장고 청소까지…우리가 이삿짐센터냐” 軍부사관 ‘분통’
- “랍스터로 190억원 벌었다” 대학 자퇴 떼돈 번 20대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