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기]뉴진스 'OMG' MV, 세상에 나온 결과물로서의 책임
'어텐션'(Attention) '하이프 보이'(Hype Boy) '쿠키'(Cookie) '디토'(Ditto)까지, 데뷔 후 성공만을 거듭해 온 뉴진스가 새해 둘째 날 신곡 'OMG'를 발표했다. 거두절미하고 '나를 주목해달라'고 요구하는 '어텐션', 멤버들의 캐릭터와 그에 따른 각자의 서사가 두드러진 '하이프 보이', 한국 교실을 배경으로 정겹고 아련하면서도 서늘한 풍경을 사이드 A와 사이드 B 버전으로 담아낸 전작 '디토'가 모두 높은 관심을 받았기에, 자연히 'OMG' 뮤직비디오를 기다리고 기대한 이들이 많았다.
정신병원 안에서 흰옷을 입은 뉴진스 멤버들은 하나둘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신은 아이폰이었다며 시리 목소리로 대답하는 하니, 환자가 아니라 의사를 자처하며 뉴진스 멤버들을 모두 모아 병원으로 데려온 민지, 여러 가지 동화 속 주인공으로 변신하다가 곰이 나타나 반투명 영혼이 되어버린 혜인, 알고 보니 고양이었다는 설정의 해린. 다소 무거워 보일 수 있는 배경과 소재이지만 뮤직비디오는 엉뚱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중심 이야기는 있지만, 이따금 현실을 불러와 긴장감을 조성한다. "남들이 이야기하는 나와 진짜 내가 헷갈리기 시작했"다며 "제가 누구인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고 "당신을 위해 존재"한다는 하니의 말은 아이돌 멤버인 본인의 현재 위치를 되짚게 한다. 멤버 중 유일하게 '우리가 뉴진스'라는 것을 자각한 다니엘은 '지금은 뮤직비디오 촬영 중'이라고 알린다. 신우석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도 자연스럽게 출연한다. 뮤직비디오 안의 '세계'와 밖의 '현실'을 넘나드는 다니엘의 존재는 퍽 흥미롭다.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후, 쿠키 영상이 등장한다. "뮤비 소재 나만 불편함? 아이돌 뮤비 그냥 얼굴이랑 안무만 보여줘도 평타"라고 쓴 한 여성. 앞선 장면에서 "오늘은 이만하고 각자 병실로 돌아갈게요"라며 의사 역할을 수행한 민지는 그 여성에게로 다가와서는 웃으며 "가자"라고 말한다. 이 짧은 대사로 '뮤직비디오를 불편하게 본 트위터 이용자의 의견'은 곧장 '정신병원으로 가야 할 행위'가 된다. 연출 자체에 조롱의 뉘앙스가 담겼다.
누군가를 아무 근거 없이 부당하게 모욕하고 비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고, 그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면 죄가 된다. 지양해야 하고, 피해를 보는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방어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 장면에 나타난 내용은 굳이 따지자면 비방보다는 '불호'에 가깝다. 불호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입원이 필요하다고 권하는 건, 입맛에 맞는 반응 이외에는 무시하거나 차단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게다가 '가자'라는 핵심 대사를 뉴진스(민지)에게 주었다. 지금까지 'OMG' 뮤직비디오에서 '소환된 현실'은 적어도 '뉴진스'가 주도한 것이었다. 반면 해당 장면에서 돋보이는 건 제작진의 의중이다. 그간 뉴진스와 관련한 비판이 멤버들보다는 기획자와 제작자에게 집중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더욱 적절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멤버가 방패막이가 된 꼴이니.
지난 1일 멜론 인터뷰에서 '디토' 뮤직비디오를 팬들이 적극적으로 추측하고 해석한 것을 봤다는 신우석 감독은 "팬분들이 즐거움을 느끼신다면, 그만큼 저도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해석할 거리를 주고 싶었"다며 "작품을 깊게 들여다보는 분들이 많다는 것은 연출자 입장에서 상당히 기쁜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디토' 뮤직비디오 공개 후 "다양한 오해와 억측"이 나왔다는 점을 언급했다.
'가자' 장면이 '다양한 오해와 억측'에 대한 답장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그게 아니면, 'OMG' 뮤직비디오 해석은 창작자의 기획 의도 하나만이 정답이라는 걸까. 완성돼 세상에 나온 이상, 대중의 평가는 필연적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생각을 말하고 해석을 더해도 된다. 'OMG' 뮤직비디오만 여기서 벗어나 있을 수는 없다.
"더 최선을 다해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 창작자의 '무고한 의도'를 강조하고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치밀하고 촘촘하게 기획된 것인지를 밝힌 '쿠키' 가사 입장문. 불만을 표현한 이의 의견을 '가자'라는 말로 정리하고자 한 'OMG' 뮤직비디오. 둘은 서로 닮았다. 대중의 반응을 통제하려는 욕망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가자' 장면은 아주 짧았지만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제작진의 의도인지, 의도가 아닌지 몰라도 이것만은 확실하다. 'OMG' 뮤직비디오에 한해서는, '뉴진스가 어땠는지'보다 특정 장면에 관해 훨씬 더 많은 말이 보태진다는 것. 이미 누군가는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의견 혹은 반응'에 대응한답시고 '가자'를 적고 있다는 것. 뉴진스와 뉴진스의 작품을 향한 풍부한 해석과 논의 가능성을 좁힌 것은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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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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